김승일의 창조경제학

▲ 골목 상권이 침해당하고 대기업만 살아남는 시장구조에서는 창조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사진=뉴시스)
투자는 중요하다. 경제가 저개발 상태에 있고, 축적된 자본이 적을수록 투자의 중요성은 크다. 그러나 돈만 투자한다고 경제가 발전하는 건 아니다.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이 활성화되고, 국가의 인적자원을 양성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이 축적될수록 사업 창조와 경영혁신, 기술개발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단순히 돈의 투자가 아니라 사람의 역량과 창조력이 결합된 기술과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공장과 건물, 기계 등 하드웨어 투자를 넘어 인적자원 개발, 경영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와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 소프트웨어 투자가 기업 경쟁력을 더 강하게 견인한다. ‘창조 경제’ ‘혁신주도 경제’가 그것이다.

경제가 고도화된 국가일수록 ‘돈의 투자’보다는 사람에 의한 혁신과 창조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끈다고 본다. 미국의 경영학자 포터(M.Porter)는 국가 경제발전의 단계가 투자주도(investment-driven)단계에서 혁신주도(inno vation-driven)단계로 이행돼야 선진경제가 된다고 했다. 우리 경제가 더 발전한다면 그것은 돈의 힘이 아닌 사람의 역량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창조와 혁신이 활발한 경제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 하나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의 활성화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 기술인력 등 국가의 인적자원의 양성이다.

공정한 경쟁은 시장 독과점을 잘 규제하고 강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차단할 때 가능하다. 공정한 경쟁은 기업가 정신을 살린다. 대기업 집단이나 경제적 강자가 창업자의 신기술 개발이나 중소기업의 혁신활동을 위축시킨다면 바람직한 시장이 아니다. 자본력이 기술혁신과 신제품 활동을 촉진할 때 시장은 확대되고 전체 경제가 성장한다. 경쟁 촉진이 가격을 낮춰 소비자 이익을 증진하고 기업혁신을 촉진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그럼에도 ‘국가경제 성장을 몇몇 대기업에 의존하는 것’을 성장논리인 양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대기업 집단 기업이 부품이나 장비 등을 아웃소싱하면서 돈 되는 것은 계열 기업에 맡기고, 돈 안 되는 부분만 비계열 기업에 맡기는 시장에서 비계열 기업이 살기는 어렵다.

창업을 해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고 대기업이 되기는 더욱 어렵다. 한국경제가 양극화의 심한 몸살을 앓는 이유다.

독일은 전체 근로자의 19.1%, 일본은 8.4%, 미국은 11.1%가 9인 이하 소규모 기업에 종사한다. 반면 한국은 절반에 가까운 42.9%의 근로자가 9인 이하 영세 기업에 종사한다.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도 OECD국가 중 가장 크다. 이유는 시장이 불공정해서다. 그래서 공정한 시장, 좋은 시장을 만드는 것은 지금 우리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창조와 혁신의 경제를 일구기 위해선 경제를 이끄는 인적자원의 역량이 중요하다. 현장에 필요한 전문가적 노하우와 수준 높은 역량이 고도화된 경제를 이끈다. 국가는 출산•육아•교육을 통해 국가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양성할 책임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기고 있다.

특히 대학 교육의 시장화는 심각하다.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에 많은 청소년이 대학에 가지만 현장에 필요한 인적자원 양성에는 실패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 신입사원 역량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 높은 현장 교육비용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반값 등록금’이 논의되는 시점에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던져봐야 한다. 아이들을 교육하고 취업시키는데 있어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과 공공부문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정부•기업•학교•학부모는 각각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를 현재처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출산•육아•교육 등의 과정에서 어느 부분을 시장에 맡기고 어느 부분을 정부가 담당할 것인가. 시장과 경제가 요구하는 인적자원 역량을 어떻게 학습시키고 양성하며, 보상 기준은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실한 고뇌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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