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환율효과 언제까지…

글로벌 불황에 맞서 감원•임금삭감 카드를 빼들던 철강업계. 이런 철강업계에 햇살이 비치고 있다. 환율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하락이 언제까지 철강업을 먹여살릴 순 없다. 환율하락은 철강산업의 주요 수요처인 조선과 자동차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해서다. 체질개선이 필요할 때다.

▲ 환율효과가 철강업의 이익구조를 체질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다. 반짝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산업계 전반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특히 철강업이 위험하다. 철강 관련 뉴스에 ‘불황•감원•삭감’이라는 단어가 가득할 정도다.

그런 철강업에 햇살이 깃들고 있다. 환율 때문이다. 철강 제품의 경우 철광석•스크랩 등 수입산 원재료 가격의 비중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 이른바 원가절감 효과다.

국내업계 1위 포스코는 올해 순이익을 3조5057억원으로 예상한다. 여기서 환율이 50원 하락하면 순이익이 18.9%포인트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올해 평균 환율을 1150원으로 전망했다. 현재 환율은 1090원대 안팎이다.

이에 따라 환율로 인한 포스코의 수익은 예상보다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환율 하락의 특징은 달러화의 약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국내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중국의 경기상황도 환율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된 이후 중국 경제의 반등과 위안화 평가절상 등이 원화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환율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11월 5일 발표한 환율 관련 보고서에서 2013년 원•달러 환율 전망을 연평균 1050~1070원 범위로 예측했다. 유럽 재정위기 완화, 경상수지 흑자규모 축소 등 다양한 모형과 가상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다.

이럴 경우 철강업계의 이익폭은 내년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포스코는 연간 약 600억원, 현대제철은 500억원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등 주요 철강사도 환율하락으로 인해 세전 이익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환율효과가 철강업의 이익구조를 체질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다. 철강의 경우 수출보단 내수에서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데, 국내 내수산업의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 철강업체들이 수출을 늘리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에선 철강업의 현재 수출비중이 20%대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한다. 이에 따라 당장은 원화가 강세를 보임으로써 철강업이 입는 혜택이 큰 것 같지만,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하락이 반가울 수 없다.

 

환율하락은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들 산업이 철강의 주요 수요처라는 점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철강업도 마이너스로 돌아설 확률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환율변동에 민감하지 않은 품질 및 브랜드 개선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채산성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기업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 측면에서 우월한 고부가가치 수출 주력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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