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애플 압박카드

▲ 삼성이 가격인상이라는 무기로 애플 압박에 나섰다. 이로써 삼성과 애플의 동맹관계가 완전히 깨질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자존심을 구긴 삼성이 반격에 나섰다. 애플에 납품하는 시스템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을 인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애플에 끌려 다니던 삼성이 ‘힘대결’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 역시 거세게 저항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의 전쟁은 제2라운드에 들어갔다.

특허소송에서 애플에게 일격을 당한 삼성이 주무기인 반도체로 최종병기를 꺼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포함한 최고위층은 “부품 거래로 애플을 압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애플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애플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애플을 압박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납품가를 2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부품 협상을 담당했던 홍완훈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도 갑작스런 인사 발령을 통해 GMO(글로벌마케팅)실로 자리를 옮겼다. 애플과의 거래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의 ‘애플에 선긋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두 회사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특허소송이다. 애플은 올 2월 자사 상용특허 8건을 침해한 혐의로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이후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3도 소송 대상에 포함하는 등 구글 젤리빈이 들어간 제품 전체를 소송 범위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애플은 그동안 지나친 ‘단가 후리기’로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기업들을 곤란에 빠뜨렸다. ‘애플에게 납품하면 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기업들은 애플의 주문량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했다. 재계약 테이블에서 애플이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협박하면 어쩔 수 없이 단가를 낮춰 공급해야 했다. 삼성은 현재 애플에 AP 전량을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시스템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0% 중반이다. 반면 대만의 반도체 회사인 TSMC의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한다. 삼성의 두배 수준이다. 업계는 이번 삼성의 AP 가격 인상으로 애플이 TSMC로 우회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P의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TSMC가 애플에 낮은 공급가격을 제시할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P 업계는 올해 28나노 공정을 전환하며 극심한 공급부족을 겪어왔다. 굳이 TSMC가 애플을 특별 대우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올 8월 외신은 TSMC가 애플의 선수금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하며 이미 높은 실적을 내고 있는 TSMC가 굳이 선수금에 묶여가며 애플에 종속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올 3분기 전 세계에서 56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치우며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자체 부품 공급만으로도 높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납품가를 낮추라는 애플에게 자신 있게 선전포고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AP와 최고의 성능을 지닌 메모리로 애플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다른 납품업체도 많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상이 삼성전자의 수익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기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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