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공식 깨는 한세실업의 전략

어려운 때 힘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고난의 단계를 넘어선 사람은 급격히 성장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보란 듯이 뚫고 성장한 기업은 뿌리가 튼튼하다. 글로벌 불황에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세실업이 그런 회사다.

▲ 주문형 의류제작업체 한세실업이 불황에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한세실업 베트남 현지공장.

불황의 그림자가 소비자의 지갑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소비자는 허리띠를 졸라맨다. 제품을 고를 때도 품질보다는 가격을 따지는 경향이 짙어진다. 최근 백화점을 방문해 브랜드 의류 매장을 둘러보면 한산하다. 하지만 불황에 더 붐비는 의류매장이 있다. 합리적인 가격제시와 다양한 상품라인업으로 무장한 SPA브랜드(자사의 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 매장이다.

대표적인 SPA브랜드로는 많은 젊은이가 찾는 유니클로•자라•갭(GAP)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브랜드는 합리적 가격으로 다양한 옷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제작하는 업체가 있다. 한세실업이다. 한세실업은 한세예스24홀딩스와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회사다.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주요 바이어로는 아메리칸이글•갭•자라 등이 있다.

한세실업은 국내 방직업체나 해외에서 원사를 조달받는다. 그리고 아웃소싱을 통해 각종 부자재와 함께 해외법인으로 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올 3분기 실적은 매출 3489억원, 영업이익 2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97%, 24.98% 증가했다. 불황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세실업의 장점은 바이어로부터 수주를 바탕으로 한 생산을 하기 때문에 재고부담이 낮다는 것이다. 제품을 납품하는 SPA브랜드들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한세실업에겐 호재다. 최근 한세실업과 바이어 계약을 맺은 SPA브랜드 자라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32%로 크게 늘었다. 한세실업이 SPA 브랜드 매출비중을 62%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세실업의 리스크 요인이라면 환율하락으로 인한 영입이익 감소다. 실제로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한세실업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세실업은 유니클로와 같은 대형 바이어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환율 리스크를 헤지할 전략을 찾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보다 매출 증가율을 높이는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한 업체로는 화장품 OEM 업체 코스맥스가 있다. 코스맥스는 환율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매출증가율을 끌어올림으로써 극복했다. 그 결과 올해 주가는 연초 대비 4배가량 올랐다. 이런 성공사례가 한세실업에서도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불황으로 인해 찾아온 합리적 소비문화가 주식시장에도 이어지길 바란다. 돈이 되는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지금 당장 일반 브랜드 의류 매장과 SPA의류 브랜드 매장을 직접 방문해 보라. 필자가 왜 한세실업을 추천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홍순상 한화투자증권 언양지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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