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리더학개론

▲ 디즈니랜드는 모든 직원을 영화에서 배역을 뜻하는 단어인 캐스트라고 부른다. 호칭을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조직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진: 뉴시스>
호칭만으로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 K사장은 툭하면 직원들을 ‘동지’라 부르며 어깨를 툭툭 쳐주곤 했다. 야단칠 때는 눈물이 쏙 빠지게 했음에도 소주 한잔 걸치며 부르는 동지란 말에 직원들의 원망이 눈 녹듯 사라진다.

조폭과 중년 여성의 공통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만난 지 두 번 만에 형님이라고 부른다”가 정답이다. 호칭은 무리의 성격과 상호 간의 관계를 읽게 해주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그래서 호칭만 들어봐도 조직문화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잘 부른 호칭은 충성을 부르는 반면, 잘못 부른 호칭은 조직의 사기저하를 가져온다. 얼마 전 노조원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모 재벌 2세는 모처럼 구내식당에 납셔서는 “모름지기 머슴을 잘 먹여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한 테이블에서 이 말을 들은 임원은 이런 사람을 상사로 모시면서까지 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머슴’이란 말은 그가 퇴직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신은 조직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부르는가. 물론 머슴이라고 비하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의 사기를 고무하는 구호와 호칭은 갖고 있는가. 호칭에는 그들이 하는 일의 소중함과 가치, 그리고 비전이 담겨 있다. 호칭은 충성을 부르고 열광을 부른다. 직원들에 대한 호칭이야말로 CEO의 직원에 대한 관심이자 창조경영의 단초다. 호칭에는 개개의 구성원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리더의 철학이 은연중에, 아니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웅진코웨이는 각 가정을 방문해 자사 렌털 정수기를 관리하는 여성 관리자들을 ‘웅진코디’라 부른다. 이 단어는 코웨이 레이디의 준말이다. 관리자와 고객 대부분이 주부라는 점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만일 ‘정수기 방문 관리원’이라는 액면 그대로의 이름이 붙었다면 어땠을까. 직원은 물론이고 소비자 역시 이 호칭 속에서 다정하고 살가운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디즈니랜드는 모든 직원을 ‘캐스트’라고 부른다. 영화에서 ‘배역’을 뜻하는 단어를 직원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회사 내 이들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가를 짐작할 수 있다. 월마트는 비즈니스의 협조자란 점에서 모든 직원을 ‘어소시에이트’라 부른다. 모두 ‘당신은 우리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존중과 배려가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나이키의 판매사원들은 스스로를 ‘에킨스(EKINS•나이키의 철자를 거꾸로 조합해 만든 단어)’라 부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강한 애사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다리와 어깨에 로고를 문신하기까지 한다.

이런 평상시의 호칭만으로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K사장은 툭하면 직원들을 ‘동지’라 부르며 어깨를 툭툭 쳐주곤 했다. 야단칠 때는 눈물이 쏙 빠지게 했음에도 소주 한잔 걸치며 부르는 동지란 말에 직원들의 원망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직원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다. P사장은 직원의 이름을 되도록 다 외워서 부르려고 한다. 물론 큰 조직에서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세만으로도 직원들은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그는 직원과 부딪혔는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으면 사무실에 돌아와서 그 이름을 찾아보고 적어도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려 노력한다. 작은 일이지만 경영자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가지는 자부심과 활력은 기대 이상의 효력을 발휘한다.

외우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늘 “OO씨, 좋은 의견입니다” 등 대화나 회의 도중에 자주 이름을 거명하라. 인

 
심을 잃은 상사들을 보면 대개 부하 직원의 이름도 제대로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상사에게 직원들은 “아무리 잘 해줘봐야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사”라며 “인사고과는 어떻게 내리는지 궁금하다”고 마음을 돌린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상사로서 존경받고 싶다면 당장 부하들의 이름부터 제대로 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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