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

 
‘착한 척’하는 기업들이 내놓는 그럴듯한 보고서, 속아 넘어가는 대중, 시대의 유행이 어우러져 지금 꼭 필요한 개혁과 개선을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하게 살자!’ 이 문구를 보면 코믹영화가 떠오른다. 팔뚝에 ‘차카게 살자’라는 맞춤법마저 틀린 문구를 몸에다 새긴 조직폭력배 캐릭터가 생각나서다. 그들은 문신만 착하게 살자고 새겼을 뿐 정작 착하게 살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건 국내 대기업들이 조직폭력배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수많은 대기업이 국내외 불치병이나 난치병 환자를 도와주고, 매년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불우이웃 성금을 내는 등 갖가지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온갖 광고를 통해 말한다. “우리는 착한 기업입니다”라고.

그중엔 진짜 착한 기업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이 더 많다. 기업은 때때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자행한다. 직원의 산재처리까지 막아가며 돈을 긁어모으는 기업도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우리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기업의 이중적 행태를 보고 듣는다. 문제는 소비자 역시 이중적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행태를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 혹은 자녀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을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며 손가락질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 제목처럼 대기업의 이중적 행태를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허용해주고 있었다는 얘기다.

만약 내가 속한 조직에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직장상사가 옳지 않은 일을 지시하거나 동조 또는 방관하라고 할 때 어떻게 하는가. 대부분의 직장인은 아니꼽게 생각할지라도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지시를 받아들인다. 이게 바로 저자의 이야기 속에 묻어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을 기업의 CSR(사회적 공헌활동)로 풀어냈을 뿐이다.

 
저자는 기업이 착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가 책을 통해 말하는 것은 다섯 가지다.

먼저 착한 기업 신드롬에 가린 문제에 대해 감시하고, 의문을 품고, 나쁜 방식으로 성장할 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직의 잘못된 일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정치인을 뽑는 일에서부터 조직 부패에 동참하지 않는 것까지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변하라고 말한다.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합리적 이기심을 가졌다는 것,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본 운용단위라는 것, 이기심이 모두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고전경제학의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덧붙인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의 논의가 뜨겁다.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각종 공약이 난무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만으로 재벌을 개혁할 수 있을까.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쉽지 않다. 제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그 법에 적용을 받는 사람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의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재벌개혁 정책이 나온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다만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런 면에서 「착한 기업의 불편한 진실」은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헛된 메아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책이다.

<북 에디터 한마디>
모 기업의 CEO는 이렇게 말했다. “직장을 잃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불만 없을 만큼 급여를 올려주며,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회사가 바로 착한 기업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CSR이란 이런 데서 출발하는 거다. ‘개같이 벌어 정승 같이 쓰는’ 게 CSR의 미덕은 아니란 말이다.

<RECOMMENDATION>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저 | 갤리온
나쁜 습관을 고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왜 우리는 후회할 줄 알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일까. 누구나 변화하길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의 중심에는 습관이 있다. 습관의 원리를 이해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나와 세상을 간단하고 완벽하게 바꿀 수 있다. 당신이 바꾸고 싶은 습관은 무엇인가. 당신이 원하는 회사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책은 가장 확실한 변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의 숨은 골목」
이동미 저 | 중앙북스
C&M 케이블 방송에서 1년 동안 방영된 다큐 ‘로드에세이, 골목에서 서울을 만나다’를 단행본으로 엮었다.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동안 서울의 골목 30곳을 걸으며 만난 풍경을 다채로운 언어로 표연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골목 여행 에세이다. 책에 담긴 사진들은 오래된 풍경을 추억하는 한 장의 엽서처럼 사람의 작은 온기와 스토리가 담겨 있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주현성 저 | 더좋은책
최근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인문학은 짧은 시간에 섭렵하기도 힘들뿐더러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책은 심리학•회화•신화•역사•철학•글로벌 이슈 등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인문교양의 핵심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독자에게는 어렵지 않게 인문지식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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