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물 건너갔다

정영주의 쓴소리 바른소리

▲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대선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정작 내용은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민주화는 이번에도 역시 실현될 수 없는 빌 공자의 공약空約에 그칠 전망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현 체제에서 경제민주화를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박근혜, 문재인 등 유력 대선후보 3명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표면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대선의 주요 과제로 공약하며 나섰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런 공약을 했나 의심이 들 정도로 공약은 실종되고 만다. 누가 당선되든 지키지 못할 헛공약이 될 것 같다는 얘기다. 대선 후보들은 참 한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을 연출하고 있다.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또다시 헛된 희망을 품고 있다.

1987년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선출됐다. 5차례의 대선과 마찬가지로 또 깜빡 속이고 속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공약 발표장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같은 당의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이 주장했던 경제민주화와 정반대되는 자기류의 경제민주화를 공약했다.

마치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씨가 한때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창안(?)해서 군사독재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했던 것과 비슷하다. 박근혜 후보도 자기류의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재벌체제 옹호를 재벌개혁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 후보는 자기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잘 모르는 것 같다. 짐작하건대 경제 위기의 시대에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이 아니라 재벌의 투자 의욕 살리기 또는 재벌체제 옹호를 경제민주화로 보는 것 같다.

반경제민주화법 ‘두루뭉술’

같은 논리적 맥락에서 박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이 평소 강력하게 주장해 왔던 재벌개혁의 수단이 모두 빠진 경제민주화를 공약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기업집단법’이나 기존 순환출자 지분 의결권 제한 같은 재벌개혁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서는 실종됐다.

문재인의 경제민주화도 안 된 말이지만, 유권자에게 듣기 좋으라고 내용을 꾸며 낸 일종의 립서비스처럼 들린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없다는 얘기다.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한미FTA협정과 같은 반경제민주화 법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다. 재벌개혁 또는 재벌폐기와는 거리가 먼 주장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한미FTA의 재협상을 공약하고 있다.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데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미FTA 독소조항 폐기를 위한 재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추가공약은 없는 것 같다. 또 진보진영에서 주장하는 한미FTA협정 폐기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런 입장인 것 같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건 폐기에 대해 지금까지 찬반의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선국면에서 한미FTA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꺼리는 듯한 인상이다.

한미FTA협정에 대해 필자는 통상협정이라는 시각으로 봐서는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미FTA협정은 국내외 초국적 독점자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독점자본의 투자활동에 대해 무정부적, 무제한적 자유를 부여하는 협정이다. 경제적 강자의 투자를 무정부적, 무제한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같은 사회구성원인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자유마저도 경제적 강자에게 허용한 협정이다. 개념적으로 반경제민주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독점자본을 우리는 흔히 재벌이라고 부른다. 국내의 독점자본주의 재벌체제를 가리킨다. 재벌체제를 개혁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며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은 헛소리고 빌 공空자 공약이다.

정영주 더스쿠프 회장 webmast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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