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고공비행 비결

지난해 초,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가 하이트를 따돌렸다. 17년 만의 역전극이었다. 하지만 시장 사람들은 이 역전을 ‘반짝 효과’로 봤다. 예상은 빗나갔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와의 격차를 벌리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오비맥주의 역전극엔 특별한 비밀이 숨어 있다. 이른바 ‘황금 트라이앵글’ 전략이다.

▲ 양강구도의 국내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가 선방하고 있다. 삼각편대 전략이 비결이다. 카스의 메가브랜드 전략과 OB골든라거, 그리고 프리미엄 맥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별나게 술을 마시는 곳은 한국이다.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주류는 ‘소주’ ‘맥주’ ‘양주’도 아닌 ‘소맥’이다. 지난해 4월 한 시장조사 업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술자리에서 소맥을 마신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소맥을 즐긴다는 얘기다.

한국인 특유의 음주문화인 ‘소맥’ 덕분에 맥주업체가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흥미롭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 우스갯소리가 사실이라면 오비맥주, 하이트맥주 모두 가파르게 성장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1년 초. 국내 맥주시장을 발칵 뒤집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오비맥주의 카스 출고량이 하이트를 따돌린 것이다. 오비맥주 브랜드(카스)가 하이트를 누른 건 17년 만이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끝에 격차를 벌린 오비맥주는 사실상 1위 굳히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출시한 프리미엄급 맥주 OB골든라거와 수입맥주 라인으로 세력을 넓혀 명실상부한 ‘선두 업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주류업계와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8월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5.3%로 하이트진로(44.7%)를 10.6%포인트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오비맥주는 점유율에서 하이트맥주에 1.3%포인트 뒤져 있었다.

 
오비맥주의 추월은 장인수 대표가 이끌었다. 그는 진로(하이트진로)를 대표하는 영업통이었다. 30년 넘게 영업 분야에서만 일했다. 유통을 꿰뚫고 있는 그가 오비맥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집어 든 카드는 ‘재고 줄이기’였다. 맥주는 신선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실행에 옮기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맥주 전쟁의 시장과 끝은 시장점유율(MS)이다. 때문에 주류업체는 도매업체에 물량을 대량으로 넘기는 밀어내기식 영업으로 MS를 늘리는 데 급급했다.

장 대표는 2010년 1월 오비맥주 부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논리를 펼쳤다. “맥주는 고도주인 소주와 달리 오래 보관하면 맛이 나빠진다. 밀어내기 영업을 없애지 않으면 하이트를 따라잡을 수 없다.” 재고를 없애 회전율을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처음엔 경영진조차 반신반의했다. MS를 포기한다는 건 시장을 내주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어렵사리 이호림 당시 대표의 OK 사인을 받아냈다. 장 대표는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고질적인 병폐였던 밀어내기식 유통을 금지하고 ‘선순환 유통 구조’를 도입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맥주 출고량은 줄고 MS는 자연스레 떨어졌다. 오비맥주의 2010년 2월에서 4월까지의 출고량은 1550만 상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150만 상자가 줄어든 숫자였다. 반대로 효과는 더디게 나타났다. 밀어내기를 금지한 지 3개월 만에 오비맥주의 재고량은 110만 상자로 떨어졌다.

지방 도매상들이 장 대표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부진의 원인이었다. 지방 도매상 역시 ‘밀어내기’를 해야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30년 경력의 영업통답게 장 대표는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오비맥주 지방 공장을 돌며 생산직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 곳곳의 도매상을 찾아 나서며 최일선에서 자신의 뜻을 전파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카스 내세운 ‘메가브랜드’ 전략

지방 도매상이 움직이자 오비맥주의 회전기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카스 캔맥주의 회전율은 평균 한달 미만이다. 병맥주는 2~3주 만에 소비자에 전달된다. 강남지역의 경우 2주 만에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예전에는 6개월이 기본이었다. 회전기일이 빨라지자 소비자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비맥주의 맛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입소문을 타고 주류시장에 퍼졌다.

장 대표는 내친김에 지난해 여름 ‘에브리데이 프레쉬’ 캠페인까지 진행했다. 품질유지기한이 지난 맥주를 무상으로 교환해 주는 제도다. 캔과 병 제품은 제조일자로부터 1년, 페트 제품은 6개월이 지나면 바꿔준다.
빠른 제품 회전율을 구축한 오비맥주로도 손해 볼 게 없다. 소비자 손에 쥐어졌을 때 품질유지기한이 지나있을 확률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홍보 효과를 ‘덤’으로 챙길수 있었다. 올 11월 22일 CU 충무로점에 직접 방문해 일렬로 나열돼 있는 355mL 캔맥주 상품의 제조일자를 확인해봤다. 오비맥주의 카스후레쉬 제조일자는 11월 14일, 카스 라이트는 10월 23일이었다. 하이트의 맥주의 제조일자는 10월 24일, 맥스 제조일자는 9월 20일이었다. 빠른 회전력이 말뿐은 아닌 듯하다.

 
오비맥주의 중심은 ‘카스’다. 다양한 제품을 카스브랜드로 묶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명 메가브랜드 전략이다. 특정 브랜드 아래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두는 마케팅 기법이다. 기존의 카스후레쉬와 ‘카스레드(2007)’ 천연 레몬과즙을 첨가한 ‘카스레몬(2008)’ 저도수맥주인 카스 ‘2X(2009)’ 칼로리를 낮춘 ‘카스라이트(2010)’가 카스 브랜드를 떠받친다. 철저하게 시장을 세분화해 다양한 소비자 입맛을 만족시킨다는 전략이다.

메가브랜드 전략은 효과를 톡톡히 냈다. 오비하면 카스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브랜드 선호도 또한 높아졌다. 장 대표의 비밀병기는 카스뿐만이 아니다. OB골든라거로 대중맥주시장을 공략하고 수입맥주를 활용해 프리미엄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OB골든라거, 수입맥주는 오비맥주 마케팅 전략의 ‘삼각편대’”라고 말했다.

오비맥주가 최근 띄운 승부수는 ‘OB골든라거’다. 자체 브랜드인 OB브랜드를 살린 프리미엄급 맥주다. ‘OB 부활 프로젝트’를 내걸고 4년 동안 개발해 야심차게 내놨다. 100% 보리로 만든 맥아(몰트) 맥주로 11명의 베테랑 브루마스터가 최고의 맛을 찾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 탄생했다. 고급홉으로 치는 독일 아로마홉을 사용하고 국내 최초로 타워몰팅공법(보리를 한꺼번에 볶는 것)을 사용해 만들었다.

삼각편대 전략으로 맥주시장 선점

OB골든라거 돌풍은 거세다. 1000만 병을 돌파하는데 37일이 걸렸다. 출시 200일 만에 1억병을 판매하고 올 10월에는 3억병을 돌파했다. 출시 1년 8개월 만이다. 2010년 출시한 카스라이트는 1억병을 팔기까지 364일, 하이트진로에서 가장 최근 출시한 드라이피니시d 역시 1억병 판매까지 1년여 정도 걸렸다. 가파른 성장세다. 최근 오비맥주가 독점 수입권을 확보한 일본의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는 이들의 히든카드다. 오비맥주는 OB골든라거와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를 활용해 프리미엄 맥주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리미엄 맥주시장의 성장가능성이 충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프리미엄 맥주가 전체 맥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 로 아직은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들 가격대가 국산맥주보다 높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달할 것으로 본다.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매출 비중도 20%에 육박한다. 소비자 입맛이 프리미엄 맥주로 기울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오비의 부활이 꼭 마케팅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오비맥주는 ‘맥주제조기술력’에선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례는 많다. 오비맥주는 벨기에 호가든 맥주를 직접 생산해 국내시장에 유통한다. 그런데 호가든의 품질은 벨기에 본사에서도 인정을 한다. 오비맥주 관계자의 말이다. “오비맥주는 매달 본사에 샘플을 보내 품질 테스트를 받는다. 전 공장을 통틀어 품질 평가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오비의 맥주제조 능력은 세계에서 손꼽힐 만하다.” 오비맥주의 전성기가 다시 열렸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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