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경영 | 공손홍公孫弘 인생역전 ③

▲ 천자가 공손홍을 만나 보니 나이에 비해 용모가 단정했으므로 마음에 들어 박사로 임명했다. 사진은 한무제.
며칠을 걸은 끝에 공손홍이 장안에 도착했다. 각국에서 올라와 합류한 100여 명의 학자가 시험을 치룬 후, 무제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70세 때 다시 추천을 받아, 100여 명의 학자와 함께 시험을 봤다. 시험관이 채점한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무제는 공손홍의 답안을 1등으로 뽑았다. 천자가 공손홍을 만나 보니 나이에 비해 용모가 단정했으므로 마음에 들어 박사로 임명했다. 이때부터 공손홍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 「불멸의 인간학 사기5」 서해문집

도대체 어찌된 사연일까. 당시 시험문제는 ‘옛날의 이상적인 정치를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었다. 공자의 「춘추」를 30년간 공부하고 탐독했던 공손홍은 ‘인仁•의義•예禮’를 기본으로 답안을 작성하고 나머지인 지智를 뺀 대신에 한비자가 진시황에게 주창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술術’ 하나를 넣어 답안을 냈다. 네 가지가 정치의 요체가 돼야 이상적인 정치가 행해진다고 답안을 작성했던 것이다.

참고로 ‘술術’이란 군주가 신하를 다루고 조정하는 기술을 말한다. ‘술術’은 일찍이 진시황 영정이 한비가 쓴 「한비자」라는 책에서 반했던 내용이다. 마키아벨리 「군주론」과도 맥락이 상통하는 책이 「한비자」이고, ‘술術’의 요체이자 정체성이다. 다음 내용을 보면 ‘술術’이 무엇인지 대강 이해할 수 있다.

“군주가 된 자는 특히 새롭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는, 나라를 지키는 일에 곧이곧대로 미덕을 지키기 어려움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해져야 한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신앙심조차 잠시 잊어버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군주에게는 운명과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게 적절히 달라지는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면 착해져라. 하지만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사악해져라.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일이다. 일단 그렇게만 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든 칭송 받게 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받는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공손홍의 답안은 유가의 용어를 날실로 포장하고, 한비의 ‘술術’로 씨줄을 다듬었으리라. 강력한 황제 지배권을 바라던 무제 유철의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춘추」서 배운 지혜 뽐내

이때부터다. 공손홍에게 인생의 전성기가 찾아왔다. 무제의 신임을 받아서다. 박사 임명을 시작으로 2년 뒤에는 좌내사左內史(수도 장안의 지사)로 승진했다. 이윽고 어사대부御史大夫(부재상 겸 감찰장관)에 오르고, 평민士 출신으로는 최초로 평진후平津侯라는 제후에까지 올라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

이뿐만 아니다. 삼공三公(승상•태위•어사대부)의 최고 관직인 승상丞相에도 올랐다. 이 초고속 승진이 약 10년 만에 이뤄졌다고 기록돼 있다. 승상이 된 공손홍 나이는 팔십(80세)이었다. 실로 드라마틱한 인간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다음호에 계속>

심상훈 편집위원 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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