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플랜트 증가로 채굴·기자재 분야 중요성 증대

유전·가스전 개발을 위한 해양 시추·굴착 관련 분야 특허출원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2007년 기간 동안 연평균 5건 이하였던 해양 시추·굴착 관련 출원은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이후 대폭 증가해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51건과 49건이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자원개발업체의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었고,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 플랜트 수주 증대에 따라 이 분야 기술 개발에 힘쓴 결과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관련 분야 특허출원은 2008년부터 꾸준히 늘어 2011년에는 연간 30여 건(전체 출원의 61.2%)이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시추·굴착 관련분야에서의 기술 개발 활동은 해외 메이저 업체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허 출원 건수만 봐도 2011년 국내 최다 특허출원 업체인 삼성중공업의 국내 특허출원은 14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해양 플랜트 기자재 업체인 베이커휴즈(Baker Hughes)가 시추·굴착 관련 분야에서 2010년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는 약 200건이며, 핼리버튼(Halliburton Energy Services), 슐룸버거(Schlumberger)는 각각 120건, 140건 이상이다.

지난 10년간(2002~2011) 국내 출원을 살펴보면 시추선이나 해양플랫폼에 설치하는 구조물인 데릭(Derrick)이나 파이핑 관련 기술 출원은 54.1%였다. 채굴 관련기술 출원은 23.3%, 시추·굴착 기자재와 공법 관련기술 출원은 22.6%였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박 건조 관련기술의 강점을 살리고 있지만, 채굴과 기자재 분야에서는 해외 선진업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셈이다.

해양 시추·굴착·기자재 분야 기술 개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한 가지다. 시장 규모를 더 넓힐 수 있다는 것. 해양 플랜트 발주는 점점 더 늘어나고 해당 분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추·굴착·기자재 분야 시장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양 플랜트 전문가들은 “현재 육상 자원으로는 석유 자원의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해양 플랜트 개발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자재 분야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기자재는 어떤 해양 플랜트에도 포함될 수 있어 수주량의 격차도 크지 않고 꾸준히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분야다.

안충승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는 “심해(深海)와 천해(淺海)를 합쳐 2020년까지 예상되는 전체 해양 플랜트 시장 규모는 약 700조원”이라면서 “국내 조선사가 시추선이나 드릴십 수주에만 신경 쓸 때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국내 기업의 해양 플랜트 수주량이 전체 해양 플랜트 시장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해양 플랜트 수주를 받아도 엔지니어링이나 기자재 분야는 거의 대부분 선진 해외 업체가 맡고 있어 알맹이 없는 수주가 많다”고 지적하고, “중국은 광구도 가지고 있고, 조선이나 플랜트 분야 기술 개발도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몇 년 안에 국내 조선사 수준으로 따라올 것”이라며 “매년 해양 플랜트 수주량이 늘고 있다는 것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해양 플랜트의 중요성을 인식해 핵심 기자재 국산화율을 높이고, 해양 플랜트 수주액을 800만 달러까지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해양 플랜트 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양 플랜트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에 회의적이다. 해양 플랜트 산업 발전방안이 대기업 위주로 짜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충승 교수는 “기자재 산업 분야의 시장 규모는 크지만 개별 사업 규모가 작고, 섬세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사업과는 맞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해서 동반성장의 취지에도 맞는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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