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의 Art Talk | 동양화가 이주연

요즘 작가들은 전공이라는 기본 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특히 사각 캔버스를 통한 평면작업을 보여주는 회화작가들 사이에서 더욱 절실하다. 이런 현상은 평면으로부터의 일탈을 보여주는 입체적 표현이나 오브제(물체)의 결합 또는 설치작업 등의 시도로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 01 Hi, Purple Peony!(Paeonia suffruticosa),175x135㎝, 장지위에 분채, 아크릴, 신트라(polyvinyl chloride), 합판 2012
화가 이주연 역시 이런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오랜 기간 미국생활로 서구문화를 흡수했기 때문인지 그는 자신의 전공인 동양화에 새로운 작업기법을 넣었다. 이 작업은 한국 전통 미술인 한국화와 서구 현대미술과의 조우로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이런 변화가 있기까지 많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동양과 서양 문화는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정신세계와 사고체계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계의 모호성은 작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02 즉흥적인 구름과 경솔한 바람(dream journey), 130x158㎝, 장지위에 분채, 아크릴, 신트라(polyvinyl chloride), 합판 2011
이주연은 한국 문양과 색채, 그리고 동양화 기법인 모필(짐승의 털로 만든 붓)을 통한 표현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서양의 현대재료를 자연스럽게 접목해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마치 조각작품에서 볼 수 있는 부조적 표현을 자르고 오리고 투각한다. 행위로 만든 조각의 조형을 결합해 구체화를 꾀하는 것이다. 마치 추상표현주의와 동양화의 조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는 나무•알루미늄•스티로폼•폴리염화비닐•실크 등 다양한 소재에 한지를 입힌다. 입혀진 한지 위에 동양화 물감으로 채색된 문양은 자연에서 차용한 꽃과 구름 등의 기하학적 모양이다. 이 문양은 유교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는 전통적 이미지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꽃 등의 형상으로 이뤄져 있다.

동양화에 알루미늄•스티로폼 사용

▲ 04 어둠이 내리는 창가에서, 50x120㎝, 장지위에 분채, 아크릴, 합판 2011
동양화는 먹과 채색물감, 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주연은 한지나 종이에 스며들고 번진 물감의 형상을 필요한 부분만 절취해 사용한다. 계획되지 않은 우연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를 결합할 때는 상당한 미적 감각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동양화에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나무•알루미늄•스티로폼•폴리염화비닐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전통적 기법을 고수하는 이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작가는 그림 또한 놀이의 연장으로 간주한다. 이는 우리 선인이 창문이나 문틀에 한선지를 바르고 색지 등을 오려 바르는 과정의 재현으로 여겨진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부터 무엇인가를 오리고 자르고 붙임에 대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주연은 동양적 정체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변화를 인식하고 새로운 시각을 담은 동양화를 펼쳐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에 작가는 다채로운 형태와 색상, 그리고 문양의 흔적들을 한 공간에 밀착시키며 빈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동양화의 여백을 보여준다. 동양적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과 접목해 현대회화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 소식

 
김순임展
소마미술관에서는 11월 30일부터 12월 16일까지 <Into Drawing 20_길이 된 사람들 On the Road >라는 주제로 작가 김순임의 드로잉,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김순임은 자연의 소재로 인물을 재현하면서 그가 머물러 있던 공간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드로잉으로 보여준다. 이번 ‘길이 된 사람들’ 전시에서는 뉴욕 체류 시절 건물 청소부로 만났던 동유럽 출신 이민청년을 양털과 바느질로 형상화해 전시실 중앙에 배치하고, 그를 중심으로 실과 무명천 등의 자연 재료를 인공 벽과 연결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드로잉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개성과 상상력 그리고 드로잉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김현숙, 박현웅, 한지선展
이미지 재구성 Image Reconstitution

갤러리 세인은 김현숙, 박현웅, 한지선 작가가 함께하는 ‘이미지 재구성’전을 12월 4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한다. 3인의 작가는 이미지 재구성을 통해 색다른 조형언어로 독창적이고 주제가 뚜렷한 내용을 선보인다. 김현숙은 작업실에서 사용한 도구를 재배치하여 ‘프라모델(Plamodel)’ 개념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박현웅은 서정적인 내러티브를 가진 사물들을 입체부조로 결합하여 다양한 감성을 보여준다. 한지선은 평면이지만 나무를 깎아 만든 부조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부착해 다시점을 활용한 공간의 무한 확장을 연출하고 있다.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human3k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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