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사에 숨은 포석

▲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12월 5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으로 삼성이 ‘3세 경영’ 본격화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3세 경영’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 부회장의 색깔이 진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이 세간의 예상을 깨고 입사 21년 만에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그동안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 수업을 쌓아온 그의 경영 보폭이 이번 인사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12월 5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7명 규모의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인사이동과 비교해 인원수에 큰 차이는 없지만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3세 경영’이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거론됐지만 재계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요즘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런 예측을 깨고 이 부회장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뚫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점이 배경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52조1800억원, 영업이익 8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부진·애플의 소송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눈부신 실적을 거둔 데는 이 부사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며 “이번 인사는 정치권 이슈나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게 성과에 대한 보상기준을 철저하게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승진으로 삼성이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 최대주주다. 그룹 지분 정리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최근 댄 애커슨 GM CEO, 버트 라이트호퍼 BMW CEO,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최고경영자를 만나왔다. 올 6월엔 리커창 중국 부총리와 면담하기도 했다. 이제는 실질적인 경영자로 대외활동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는 점도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그룹은 윤주화 삼성전자 완제품 경영지원실장을 제일모직 대표이사로 이동시키고 이 자리에 이 부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을 앉혔다. 이 부회장과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문인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사장으로 승진됐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발걸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그룹 측은 이 부회장 승진을 경영승계의 일환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매주 화·목요일 정기적으로 출근하고 있고 연 100일 이상 해외출장을 다닐 정도로 왕성한 활동 중인데 경영 승계를 운운하는 적절하지 않다”며 “언젠가 경영권을 잇는 날이 오겠지만 이번 승진은 경영 보폭을 확대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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