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 vs FC 제과점 "오케이빵집의 대결투"
동네빵집 vs FC 제과점 "오케이빵집의 대결투"
  • 김미선 기자
  • 호수 22
  • 승인 2012.12.11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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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 확장 자제 요청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골목빵집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라서다. 급기야 대한제과협회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섰다. 이들을 막아달라는 취지였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할 만큼 했는데 공격은 공격대로 받는다는 하소연도 늘어놨다. 무엇이 문제일까.
 

▲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그리고 대한제과협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진은 12월 5일 대한제과협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장의 모습.
대한제과협회(협회)가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올 12월 5일 협회는 300여개 베이커리 업체와 소상공인단체가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불공정행위를 중지하라”며 “‘제과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동네빵집에 모범거래기준 적용’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회사의 제휴할인 폐지’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성구 제과협회 부회장은 “2000년만 해도 동네빵집은 1만8000개에 달했다”며 “하지만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올해 들어 살아남은 동네빵집은 4000여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골목빵집 죽이나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찐빵과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을 취급하는 김영희 옥이네빵집 사장은 “설마 했는데 파리바게뜨가 같은 건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오더라”며 “올 초 던킨도너츠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었는데 이제는 같은 건물에 파리바게뜨까지 들어올 판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장사가 안 되면 당장 보따리 싸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관형 제과협회 경기지회장은 “전 경기지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던 제과점 바로 앞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생겨 장사를 접었다”며 “경기도에서 알아주던 기능장이 이제는 할 일 없이 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무분별한 확장을 제한하기 위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대상으로 ‘기존 점포 반경 500m 이내 동일 브랜드의 신규 점포 개설 금지’ 기준을 도입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서중 회장은 “동네빵집 바로 앞에 파리바게뜨가 오픈하고 그 주변에 뚜레쥬르가 오픈하는 식”이라며 “브랜드별 제한만으로는 안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현 기준에 따르면 500m 거리 내 파리바게뜨 점포가 있어도 뚜레쥬르가 같은 지역에 오픈할 수 있다. 같은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만 반경 500m 지역에 입점할 수 없다. 이 모범거래기준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에만 적용돼 다른 브랜드의 빵집이 입점할 수 있다는 허점도 있다. 다른 브랜드에도 거리제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 주장에 대해 대형프랜차이즈 제과업체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모든 빵 브랜드에 모범거래기준안을 적용하면 소비자는 원하는 빵집을 찾기 위해 500m 이상 움직여야 할지 모른다”며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더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한번 따져보자. 동네빵집은 여기저기 있지 않나. 500m 거리 기준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는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자생력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올 초 공정위가 발표한 제과업계 모범거래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발표 이전에는 월 평균 30~40개의 점포를 새로 오픈했는데 지금은 신규 점포수가 월 5개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뚜레쥬르 역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점포수가 약 100개 줄었다”며 “애초부터 국내 제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2010년부터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 뚜레쥬르는 국내에서의 가맹사업보다는 해외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뚜레쥬르 베트남 1호점 사진.
뚜레쥬르는 지난해까지 미국•중국•베트남 등지에 42개 점포를 오픈했다. 올해 30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뚜레쥬르의 해외점포는 72개로 늘어났다. 파리바게뜨도 중국ㆍ미국ㆍ베트남ㆍ싱가포르 등지에 13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당분간은 협회가 요구하는 보다 확장된 모범거래기준을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네빵집은 물론 다른 브랜드에도 거리제한을 적용하면 소비자 선택을 방해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올 4월 내놓은 모범거래기준안은 가맹점 간 매출감소효과를 모두 분석해 만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만약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와 같이 시장을 뒤흔드는 막강한 제과업체가 나타나면 추가기준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주장은 또 있다.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논의 중이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에서 마련한 조정협의체를 통해서다. 동반위는 제과업종 등 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 여부를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지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뚜레쥬르ㆍ파리바게뜨와 협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조율을 수개월 전부터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성과도 예단하기 어렵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협회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몇개월 째 진행되고 있는 논의사실을 외부에 알렸기 때문이다. 김시중 회장은 “1년 전쯤부터 두 업체에 매장 확대 금지, 동네빵집에 모범거래 기준 적용, 제휴카드 폐지 등의 행위 금지 등을 요구했으나 하나도 받아들여진 게 없다”며 “기자회견까지 열 생각은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수많은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이 협회에 소속되고 있음에도 일부 회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며 “협의가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한쪽 주장만 펼친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정협의과정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동네빵집과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협회가 이를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며 “특히 협상과정에서 협회는 수십억원 상당의 발전기금을 요구해 상생방안 논의가 결렬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가맹점 대표에게 경쟁력이 떨어지는 브랜드로 전환하라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는 창업자의 재산권과 미래 가치를 침해하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뚜레쥬르 측 역시 “내부 진행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하기로 했음에도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 아쉽다”며 “협회의 요구사항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거부했다는 김 회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서는 양측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분위기로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금 중요한 건 동네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의 상생의지다.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협회가 공조의 끈을 강화하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은 일면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동네빵집과 상생하기 위해선 대형 프랜차이즈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선택은 동네빵집 아니라 소비자가 해야
 
아무래도 동네빵집은 자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와 맞서기 어렵다. 상생은 강자가 베푸는 것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협회의 주장에도 빈틈이 있다. 거리제한 기준을 확대해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막더라도 동네빵집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요즘 소비자는 동네빵집의 맛이 별로라면 멀리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한때 제빵업계를 주름잡았던 크라운베이커리와 신라명과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5년 전까지만 해도 500여개 매장을 운영했던 크라운베이커리의 지난해 매장수는 170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신라명과의 5년 전 매장수도 180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56개로 100개 이상 줄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진 대형 제과업체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어려워지는 게 시장논리”라며 “협회는 물론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업체가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고 꼬집었다. 상생도 중요하지만 생존의 관건은 결국 빵맛이라는 얘기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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