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 불황에 성장한다는 중고차시장 가보니…

중고차 시장은 불황에 강하다.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질수록 저렴한 중고차에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고차 딜러의 생활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경기도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일하는 딜러 중 절반은 석달 만에 그만둔다. 돈이 벌리지 않아서다.

경기도에 위치한 A 중고차 매매단지. 매장면적만 7000㎡(약 2만1000평)에 이른다. 7500여대(보유대수 포함)가 주차돼 있다. 평일 하루에 약 100대, 주말엔 250~300대가 판매된다.

입구 앞에 위치한 안내데스크에 딜러들이 모여 있다. A단지를 찾은 고객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최종 목적은 차를 판매하는 것이다. 안내 데스크는 중고차 매매업체 딜러들이 시간대별로 순서를 정해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킨다. 바로 옆에 전시된 중고차 앞에서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명은 열심히 설명을 하고, 다른 한명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딜러와 고객이다. 고객 대부분은 인터넷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모델과 가격을 어느 정도 결정한 뒤 매장을 찾는다.

A단지에는 약 100개 중고차 매매업체가 들어서 있다. 소속 딜러만 1000여명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매월 5~10개사가 나가떨어진다. A단지에 입주한 한 중고차 매매업체 팀장은 “중고차는 시간이 지나면 팔리게 마련”이라며 “관건은 그 시간을 줄이고, 차량 매입과 매도를 얼마나 활발하게 돌리느냐”라고 말했다. 매매업체는 중고차를 매입할 때 캐피탈업체 등에 돈을 빌리는데 이 차량들을 보유하는 기간이 길수록 이자연체로 빚이 늘어난다.

빨리 팔아 원금을 갚고 이익을 내는 동시에 새로운 차를 매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체 부실률은 2009년 3.2%, 2010년 4.2%, 2011년 5.3% 등 3~5% 안팎이었다. 하지만 올 1월 14.2%로 치솟았다. 그래도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어 폐업한 수만큼의 회사가 시장에 들어온다.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2009년 196만대에서 2010년 273만대로 늘었다. 지난해엔 352만대를 기록했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신차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차에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수록 중고차 시장은 더욱 활발하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을 찾는 고객은 30대 초반에서 40대 중후반 남성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차를 갖고 싶지만 돈이 모자라 새차를 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중고차 중 판매가 가장 잘되는 아반떼의 경우 신차(1700만원)와 비교해 약 300만원이 싸다.

그렇다고 딜러의 생활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A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딜러 1000명 중 50%는 평균 석달 안에 일을 그만둔다. 그들에게 남는 건 마음의 상처뿐만이 아니다. 빚이 남을 수밖에 없다.

딜러들은 중고차 판매 광고에만 한달에 300만~500만원을 투자한다. 이런 광고를 활용해 중고차를 팔아야 마진을 남길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중고차를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빚을 떠안는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딜러도 많다. 한 딜러가 말했다. “어떤 딜러는 몇천만원의 빚을 지고 중고차 시장을 떠났다. 살아남느냐 죽느냐. 우리에겐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쟁이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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