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철거위기 내몰린 노점상

▲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노점관리정책 때문에 노점상인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몰렸다.(사진=지정훈 기자)
노점상인의 하루는 걱정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끝난다. 노점이 언제 철거될지 몰라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노점을 현대화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노점의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살기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돈을 벌 수 있는 창구마저 잃어버릴 판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던데, 이들을 위한 구멍은 없다.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리어카에 과일을 담아 팔고 있는 한철환(가명)씨. 한씨가 쉬는 한숨에 땅이 푹푹 꺼지는 듯하다. 인근에 들어선 대형 마트 때문이 아니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서다.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는 다음 문제다.

서울시와 농수산식품공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때인 2009년부터 진행한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이 화근이다. 장기간 공사가 진행되면서 별도의 공간에서 장사를 하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불안하다. 그는 “무조건 노점상을 몰아내는 통에 머리띠 두르고 데모를 했다”며 “20년간 일해 왔던 터를 빼앗겠다는데 누가 반대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현대화 사업으로 200여명의 노점상이 쫓겨났다.

돈을 모아 새로 짓는 상가에 입주할 예정인 노점상인들도 있다. 하지만 한씨는 상가에 입주할 만큼 큰돈을 장만하지 못했다. 빡빡하게 살았지만 아들 둘 대학 보내는 데 돈을 다 써버렸다. 세계불황으로 은행이 돈줄을 조이는 통에 대출마저 쉽지 않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무조건적인 노점철거를 중단해 다행”이라며 “하지만 시장이 또 바뀌면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박성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정책국장은 “현대화 사업은 일부 지역에 해당한다”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2009년부터 추진한 노점관리대책이다. 이 정책의 골자는 기존 노점은 한곳으로 몰아넣고, 신규노점 설치는 금지하는 것이다. 기존 노점이 살아남는 건 아니다. 5년 후엔 모두 없애겠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점상인들과 단 한 차례도 협의하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으로 바뀐 후 공청회가 열리면서 노점상인들이 안정을 되찾았다.

박 국장은 “오 전 시장이 밀어붙인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 서울시정의 변화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이 정책을 따라하는 지자체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대표적인 지자체는 부천시다.

동대문시장 패션타운에서 번듯한 가게를 내고 10여년 옷을 팔았던 40대 초반의 박민국(가명)씨. 8년 전 사업에 실패해 경기도 부천역에서 노점을 했다. 3년 전에 비하면 매출은 형편없지만 그에겐 걱정거리도 아니다. 아예 장사를 못할 수도 있어서다.

부천시는 올해 9월 잠정허용구역제를 실시했다. 공식적인 취지는 생계형 노점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지만 상당수 노점은 철수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잠시 중단됐지만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른다. 박씨는 하소연을 늘어놨다.

“깡패들이 와서 행패를 부려도 경찰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제도권에 속해 있지 않아서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다. 떳떳하게 세금내고 보호 받을 권리를 요구하고 싶지만 지자체가 노점을 없애는 데에만 급급해 답답하다. 우리 입장을 들어주고 의견을 개진할 기회만 줘도 바랄 게 없다.”

동대문시장의 한 노점상인은 “깡패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이 지나가니까 정부가 못 살게 군다”며 “장사를 막는 정부보단 돈만 뜯어가던 깡패가 있던 시절이 더 낫다”고 비꼬았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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