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일의 Art Talk | 화가 이정은

날씨가 쌀쌀할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간다. 난방이 잘 되는 실내 공간 또는 바람을 막아주고 따뜻한 햇살이 드는 동네 골목의 담벼락이나 처마 밑, 도시의 빌딩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따라 모인다. 햇볕은 인간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녹이는 재주가 있다. 특히 한가로운 시간에 창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을 쬐고 있으면 안락함이라는 달콤함에 빠지게 마련이다. 따스한 햇볕이 주는 노곤함에 피곤이 밀려온다.

▲ 01 같으나 다른(콩)/24.5x33.5㎝ 장지에 채색02 같으나 다른(쌈)/76x106㎝, 장지에 채색
독특한 채색방식으로 동양화 그려
이정은의 그림은 따뜻하고 담백하다. 강렬한 색을 사용해 대비나 명암에 차이를 주고 꾸미는데 집중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그려낸 자신만의 채색방식을 사용한다. 그의 작품은 맑고 투명하다.요즘 들어 많은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모색과 시도, 실험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화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용두사미로 끝날 때가 많다. 동양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양 미술교육과 사고로 접근하려 한다.

▲ 03 같으나 다른(팬지)/132x96㎝, 장지에 채색04 같으나 다른(사과)/76x106㎝, 장지에 채색
이정은이 그리는 동양화는 소재부터 전통산수화와 다르다. 산수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과 구름, 문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꽃과 나비, 나무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전통 민화의 소재를 차용해 그리는 것도 아니다. 동양화만의 기법이나 재료를 기반으로 할 뿐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생긴 물건이나 주변 환경 변화를 작품에 자연스럽게 풀어낼 뿐이다. 현대라는 틀에 놓인 작품 속의 물건은 기계적이면서 규칙적이다. 반면 자연스럽지는 않다. 현대의 삶은 여유로움에 인색하다. 하지만 작가는 생활 속 놓여 있는 소재와 여백을 함께 담아내며 현대사회 삶 속 여유를 자연스레 표현한다.

“거창할 것도 멋질 것도 없는 일상을 그림에 담아내는 것은 지루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에게는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허름한 작업실에서 새로운 하루하루를 만끽합니다.”
「작가 노트」

▲ 05 같으나 다른(크래용)/70x20㎝, 장지에 채색
일상의 소재로 담담하게 표현
이정은의 화두는 이제껏 배워온 전통 동양화 기법으로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이다. 작가의 무엇은 추억 속 책, 지인의 엽서, 베란다에 놓인 작은 화분, 실패, 골무, 아이의 장난감 등의 일상 소재들이다. ‘어떻게’에 대해 이정은은 더하거나 빼지 않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채 담담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일상의 사물과 오랜 시간 교감을 통해 빚어낸 형상을 삶의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또한 자신과 마주한 소소한 사물과 교감을 통해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소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김상일 문화전문기자

전시회 소식

▲ 구정선<모란 꿈꾸다...기억하고 있는 그리고 다른 것들>
한지에 채색, 석채, 30*30cm, 2012

구정선展 모란 꿈꾸다 … 지금 여기 그리고 저기
모란을 다루는 화가 구정선의 개인전이 12월 12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작가에게 모란은 식물의 본성, 나아가 생명과 우주의 본성을 알려주는 매개체다. 또 모란은 작가에게 ‘융합적 몽상’ 혹은 ‘심미적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 그의 모든 작품에는 커튼과 더불어 일정한 색감이 화면을 지배한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화면에 보여주면서 다차원적인 현실을 재창조하고 있다.
 

현대미술과 빛 - 빛나는 미술관展

▲ 이진준 영상, 사운드, 기변설치, 20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12월 7일부터 1월 27일까지 빛을 다룬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현대미술과 빛-빛나는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전시회는 첨단 기술력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빛의 문제를 조형 예술가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다룬다. 우리가 흔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보지 못했던 빛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장하려고 애쓰는 작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김성수•박제성•부지현•신성환•신정필•윤애영•이상진•이용덕•이준우•이진준•장유정•정정주•최수환•홍승혜•백남준의 작품은 만져볼 수 없는 빛이라는 물질을 통해 현대미술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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