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블랙아웃 공포

때만 되면 블랙아웃 공포가 흐른다. 대중교통은 철만 되면 파업을 예고한다. 정부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미봉책으로‘위기의 순간’을 대충 때울 뿐이다.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이 필요할 때다.

▲ 초겨울 기습한파에 '관심'단계의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상황실에 모여 전력수급량을 예의주시하는 전력거래소 직원들의 모습.

갑작스레 초겨울 한파가 몰려왔다. 한기를 달래줄 난방기의 사용이 원활치 않다. 예비전력이 충분치 않은 탓이다. 이번 추위에 모두 3번의 전력경보가 발령됐다. 겨우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겨울은 아직 많이 남았다. 내년, 내후년도 문제다. 전력을 보충할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느닷없이 찾아온 강추위였다. 중부지방의 12월 초 날씨로는 56년 만에 가장 추웠다는 이번 한파는 서울 아침기온이 영하 5도를 찍은 12월 4일부터 시작됐다. 이후 12월 9일 영하 13도로 떨어지며 절정을 이뤘고, 12일 오전까지 영하 10도 안팎을 넘나들며 위력을 이어갔다.

갑작스런 추위로 난방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수급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파가 이어지는 동안 전력거래소는 모두 3번(7일•10일•11일)에 걸쳐 ‘관심’경보를 발령했다. ‘관심’경보란 예비전력이 400만㎾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발령하는 비상 2단계다. 여기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 경계 및 심각단계로 이어져 ‘블랙아웃’이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15일 있었던 대규모 정전사태를 떠올리면 된다.

전력수급조절을 위해 정부는 절전홍보와 전력사용 규제에 나서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전력피크 시간대인 10•12•17•19시에는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주길 부탁한다”며 “난방기 사용 시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고 내복 입기를 생활화하면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하루 3000㎾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최대 10%에 달하는 절전 할당량을 분배하는 등 강도 높은 수요관리에 나설 태세다.

일반적으로 전력경보는 추위가 절정을 맞는 1월 중순 발령된다. 그런데 올해엔 초겨울부터 경고등이 켜

 

졌다. 전문가들은 수급조절에 나서지 않을 경우 내년 1월까지 전력 예비율이 100만㎾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이 ‘절전’ 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약 25%를 공급하는 원자력발전소(원전)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원전 역시 불량 부품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로선 값싼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화력발전소를 쉽게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침해 우려 때문에 지역 주민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강도 높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 또한 까다롭다.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면 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태양력, 풍력발전소의 전력만으론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원전 반대론이 들끓어도 블랙아웃이 우려되는 현재로선 관리 부족으로 멈춰선 5곳의 원전조차 아쉽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정수준 이상 전력사용을 줄인 사업체에게 지원금을 주는 전력수요관리사업 및 절전홍보 등으로 수급을 관리하면서 멈춰선 원전기기들이 회복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초겨울 블랙아웃은 간신히 면했다. 하지만 겨울은 아직 많이 남았다. 언제 블랙아웃이 발생할지 모른다. 올해는 넘길지 몰라도 내년, 내후년에도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장기적인 발전대책이 필요할 때다. 블랙아웃을 극복할 수 있는 비상전력공급체계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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