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朴 민생공약 허점 메우려면…

▲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파탄난 서민경제를 되살릴 만한 것이 많지만 재원마련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박근혜 당선인의 민생공약은 민주통합당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지 않다. 중요한 건 실천의지다. 실천의지가 없다면 공약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박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민생부터 챙기겠다”고 했다. 차기 정부의 브랜드에도 ‘민생’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재정마련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승리 직후 가장 강조한 것은 민생이다. MB정부와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박 당선인으로선 당연한 말이다. MB정부의 경제정책은 부익부 빈익빈과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MB정부의 경제정책은 무늬만 신자유주의인 1960년대식 관리경제”라며 “자신에게 유리한 통계수치만을 인용해 경제정책이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서민경제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반길 만한 민생 공약 꽤 많아

 
이병천 강원대(경제학) 교수는 “역대 정부 중 가장 친재벌•친부자적인 경제정책을 가장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정부가 MB정부”라며 “그렇게 했는데도 낙수효과(trickle down)가 없어 서민경제를 파탄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MB정부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집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출발한 것이 경제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계기였다”며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 당선인이 MB정부와는 다른 경제철학으로 집권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대선 전까지 진보진영에서 꾸준히 제기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대부분 반대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 진정성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윤기 동국대(철학) 교수는 “박 당선인의 서민경제 정책은 야당과 진보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제기했던 것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라며 “다른 대선후보들과 같은 말을 하는데도 다른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박 당선인이 마음만 먹으면 공약 실천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는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재인 전 후보가 당선됐다면 한계가 컸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국회의 명실상부한 제1당이니까 박 당선인의 실천의지만 있다면 공약 대부분을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의 민생 공약 중 문 전 후보가 주장한 것과 비슷한 공약들은 여야 합의가 필요 없는 사안이다”며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민생 관련 공약은 상당 부분 법안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우찬 교수의 말대로라면 문 전 후보의 공약과 비슷한 공공부문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정리해고 요건 강화, 반값등록금 실시, 고등학교 전면 무상교육,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통신비 인하 등은 단기간에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의 초석을 마련할 수도 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의 서민경제 공약에는 양극화를 해소할 만한 것들이 많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정리해고 요건강화, 고등학교 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이 대표적이다.

▲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서민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박 당선인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지자체•공기업이 2015년까지 상시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을 전면 없애고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기업에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권고하겠다고 했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없애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리해고 요건은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대기업 또는 특정 업종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부의 특별예산지원을 통해 정리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확대해 고용보험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월급여 130만원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100% 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수업료•입학금•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 대금을 무상 지원하는 내용이다. 2014년부터 매년 25%씩 확대해 2017년에는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의견 대립이 많았던 반값등록금 공약은 2014년까지 국가장학금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소득 분위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소득층인 소득 2분위까지는 등록금 전액, 소득 3~4분위는 75%, 소득 5~7분위는 절반, 소득 8분위는 25%를 지원한다. 또 소득 9분위, 10분위 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ICL) 자격을 부여하고, 현재 3.9%인 학자금 대출이자는 제로(0)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학자금 대출 연체 채무에 대해서는 ‘국민행복기금’이 일괄 매입해 취업 후 상환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추심을 중단한다. 채무상환능력에 따라 최대 원금의 50%까지 감면해 주고 장기 분할상환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육아부담 완화를 위한 종합육아서비스 공약에 포함된 ‘0~5세 무상보육’은 박 당선인이 진보진영의 정책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박 당선인은 0~2세 영아 보육료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고 양육수당은 늘리기로 했다. 2013년 3월부터 실시되는 3~5세 누리과정(어린이집 표준 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합한 공통과정) 지원비용을 증액하기로 했다. 또 영아종일제 돌봄서비스 확대정책도 포함돼 있다.

독특한 부동산 대책도 눈에 띈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가 대표적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월 은행이자만 부담하면 전세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집 주인(임대인)이 본인의 주택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대출금의 이자만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소득자를 대상으로 일정금액(수도권 3억원•지방 2억원) 이하 전세에 한해 실시된다. 집주인에게는 전세보증금의 이자(4%) 과세 면제, 대출이자납입 소득공제 40% 인정 등 혜택이 제공된다.

‘철도부지를 활용한 행복주택 20만호 건설’ 공약은 제도화된다면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 공약은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여기에 아파트•기숙사•교통(역)•상업시설 등 신개념 복합주거타운 20만호를 건설해 40년간 장기 임대한다는 ‘행복주택 프로젝트’다.

 
어르신을 위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도 매력적이다.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외에 다른 질병들은 제외됐다는 점이 아쉽지만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더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간병비와 선택진료비 등)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현재 75% 수준인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2013년 85%, 2016년에는 10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해마다 5%씩 늘리겠다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 가능할까

종합육아서비스 공약에는 여성의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과 남성 출산휴가를 100% 유급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셋째 아이부터는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 방안이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빈틈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이 많은 복지정책을 실현하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박 당선인의 공약집에 따르면 증세 없이 재정과 조세 개혁만으로 연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한다고 돼 있다. 예산절감과 세출구조조정으로 71조원, 세제개편으로 48조원, 복지행정 개혁으로 10조6000억원, 기타 재정수입 증대로 5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증세 얘기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증세 없는 복지 없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공약집에 실린 모든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 외에 재원마련 방안 자체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문재인 전 후보는 재원조달을 위해 재정•복지•조세개혁이라는 3대 개혁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고, 3대 개혁을 통해 매년 산출되는 재원규모가 얼마인지 설명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문 전 후보는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증세(부자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과세표준을 수정하고 수정된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추가 소요재원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포함돼 있다.

▲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서민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물론 문 전 후보의 공약집에 실린 재원마련 방안도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1페이지짜리 뭉텅이 재원조달표보다는 구체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이 실현 가능한지 혹은 실천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는 이유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논평을 통해 “박근혜 후보(당시)가 ‘국민행복 10대 공약’에서 향후 5년간 134조5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300개가 넘는 복지사업을 통폐합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며 “해마다 1조9000억~2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에 대한 설명도 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경제학자가 세율인상을 하지 않으면 재원마련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당선인은 “국민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 “세입을 확충하더라도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보다는 세금을 제대로 거두는 데 집중하겠다”며 ‘증세는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은 박 당선인이 의지를 갖고 민생공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증세 없이 복지확대가 가능한지가 드러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다. 만약 그걸 해낸다면 박 당선인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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