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4] 朴 앞에 놓인 글로벌 경기침체

▲ 단기적인 관점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일은 내수활성화보다 글로벌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쌍끌이 경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먼저 눈앞에 닥친 글로벌 변수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재정절벽 위기ㆍ중국 연착륙 여부ㆍ유로존 재정위기 등 트라이앵글 리스크가 그의 앞을 막고 있다.

12월 19일 오후 9시 40분. 방송3사는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통령 당선이 확실하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당사 상황실에 모여 있던 당 관계자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이 냉혹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에 그쳤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치다. 내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보다는 조금 나아지겠지만 개선세가 완만해 저성장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거시 정책 없어 …

 
이런 상황에서도 박 당선인은 거시 경제 정책은 거의 제시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발표한 박 당선인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뒤져 봐도 민생, 복지에 관한 공약만이 자세하게 설명돼 있을 뿐이다. 선거 유세 중에는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해 왔다.

박 당선인은 경제성장률, 물가 등 거창한 국가 차원의 공약 대신 국민 행복, 고용률 제고, 중산층 재건 등 국민 개인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세웠다.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종합해 보면 결국 핵심은 내수활성화로 풀이된다. 국민 개개인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차기 정부 경제 정책의 성패가 내수활성화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이 유보액을 산더미같이 쌓아 놓고 투자를 줄이는 상황도 내수활성화로 소비가 진작 되면 해결될 문제다.

박 당선인은 12월 10일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경제 분야 제 2차 TV 토론에서 “서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 얼어붙은 소비와 내수에 온기를 돌게 하겠다”며 “중소기업을 육성해 수출과 내수가 함께 가는 쌍끌이 경제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50%가 넘는 지금의 경제구조를 하루아침에 수출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경제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수출 ·투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내수 ·소비 위주로 전환하기 위해 10년의 장기 계획을 세웠다. 차기 정부가 눈앞에 닥쳐 있는 글로벌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가장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대외변수는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와 중국경제의 연착륙 여부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협상에 실패할 경우 미국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까지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IMF는 “재정절벽의 충격은 무역 부문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과 함께 G2로 꼽히는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몸살을 앓는다. 중국 경제 경착륙은 곧 우리나라 경제의 침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 두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으로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미국과 중국 모두 우려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미국 여야는 최근 지지부진한 당파싸움을 끝내고 증세구간 ·재정지출 액수 산정 등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12월 14일(현지시간)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부자 증세를 일부 수용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어 17일에는 백악관에서 베이너 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이 3차 회동을 가졌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여야 모두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다”며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끝난 이상 여야가 결국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경제 역시 곳곳에서 연착륙 신호를 내고 있다. 12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로 두 달 연속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 이상을 기록했다. 11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10.1%로 가팔라졌다. 세계은행은 중국이 내년 8.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론을 지지하고 있다”며 “내년 중국은 다시 바오바(최소 8%대 성장률)를 달성하며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대미 ·대중 수출의존도는 35%에 이른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출다변화를 꾀해야 하지만 당장 2013년을 대비한 단기 대책으로는 오히려 불황에서도 미국 ·중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재정절벽 ·중국경제 연착륙 여부와 함께 글로벌 3대변수로 꼽히는 것이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다. 최근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개로 안정세에 접어드는 추세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거시정책의 핵심인 환율정책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원 ·달러 환율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7개월 사이 112원이나 하락했다. 최근엔 미국과 일본 등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며 환율 하락세를 더욱 키우는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2월 12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1월부터 매달 45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또 일본에서는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는 아베 신조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선진국이 푼 막대한 유동성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환율의 하락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위기로 이어진다. 특히 우리나라와 수출품목이 비슷한 일본의 엔화 약세는 치명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고高환율 정책을 고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고환율정책은 고물가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민생안정을 강조해온 박 당선인으로선 쉽사리 한 방향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동력 vs 물가 안정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고환율 정책의 방향성은 유지하겠지만 강도는 상당 부분 경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생과 더불어 수출과 내수 쌍끌이 경제를 강조한 만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와 분배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해온 만큼 현 정부의 고환율 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민주당 집권시보다는 그 강도가 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한국 경제에 악재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 ·현대차 텹G 등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 호’를 이끄는 선장은 박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쌍끌이 경제’ ‘민생 안정’ 등 원론적인 이야기를 넘어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할 때다. 그를 지지하는 51% 국민, 그리고 반대하던 49%의 국민 모두의 행복이 앞으로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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