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6] 朴 복지정책, 재원이 관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정책은 ‘선별적•맞춤형 복지’로 요약된다. 박 당선인은 생애주기별로 구분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 공약의 내용은 좋지만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꼭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를 내세웠다. 또 복지확대에 따른 재원확보 방안에 대해선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고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MB정부의 복지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당선인은 생애주기별로 구분 짓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작동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포퓰리즘 복지정책과는 선을 긋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표’ 맞춤형 복지가 실현되면 ‘퍼주기식’ 지원은 다소 줄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 역시 확대가 근간이다. 때문에 재정지출의 확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 박근혜 당선인은 ‘증세 없는 복지확대’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늘어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미습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당선인은 내년 최우선 실천과제로 기초생활보장 급여체제 개편을 꼽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을 선정할 때 부양의무자의 기준을 완화하고, 재산의 소득환산제를 현실화한다는 것이 박 당선인이 제시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다.

박 당선인은 ‘최저생계비의 120%’로 돼 있는 차상위 계층의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상대빈곤’ 기준에 해당하는 ‘중위 소득의 50%’로 바꿔 잠재적 빈곤 위험 계층을 위한 예방 정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 대신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65세 이상 노인과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현재의 2배 수준(최대 20만원가량)으로 늘리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액 보장이다. 박 당선인은 암•심장병•중풍•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지원을 2016년까지 국가가 100%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200만~400만원인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를 세분화해 100만원 구간을 신설하고,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임플란트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경증 치매 환자 1만4000여명에 대해 장기요양보험을 적용하고,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장기적으로 OECD 평균 수준인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보육 분야에선 보편적 복지를 추진한다. 박 당선인은 0~5세 무상보육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0~5세에 대한 양육수당을 월 10만~20만원 지급하고 한부모 가정 자녀 양육비는 현행 월 5만원에서 15만원으로 3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확대 방안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50개씩 확대하고, 민간 보육시설도 매년 1000개를 선정해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임신 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남편에게는 출산 후 1개월의 유급휴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령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월 20만원의 노인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60세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만 0~5세 무상보육과 노령연금 확대 등은 그동안 복지부가 줄기차게 반대해 온 사안들이다. 특히 복지부는 앞서 내년 3월부터 0∼2세 무상보육 정책을 폐기하고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무상보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도 마찬가지다. 현재 4대 중증질환은 95% 건강보험이 보장하고 있다. 문제는 ‘비급여’ 항목이다. 4대 중증질환을 국가가 전부 책임지기 위해서는 간병비와 선택 진료비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것은 건강보험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기관에게 어떤 식으로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재원 조달도 세금으로 할 지, 보험료 인상으로 할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원 확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박 당선인이 공약집에 실은 복지정책을 모두 추진하려면 현재보다 재정이 연간 10조원 이상 더 투입돼야 한다. 박 당선인은 증세 없이 재정과 조세 개혁만으로 연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71조원), 복지행정 개혁(10조6000억원) 등 세출을 줄여 60% 정도를 확보하고, 세제 개편(48조원)과 기타 재정수입 확대(5조원) 등 세입 증가로 나머지 40%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낭비예산을 줄이고 세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재원을 충당한다는 계획은 ‘뜬구름 잡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세 없는 복지확대 가능할까

▲ 박근혜 당선인은 보육비 지원과 관련 0~5세 모든 아동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선 세출 구조조정과 관련 ‘어떤 부분을 어떻게 얼마나 줄이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또 박 당선인은 조세 개편을 통해 9조6000억원(5년 48조원)의 재원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락•탈루된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세정강화를 통해 갑자기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걷겠다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우성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는 최근 열린 ‘건강재정포럼 정책토론회’에서 “복지재정을 확대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과 같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재정을 늘리려면 세율 인상 및 세금감면 축소, 과세대상 확대, 탈세방지 등을 통한 세수증대, 세출 예산 조정, 타 예산 전용 등의 방법이 있지만 세율인상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봉균 건강재정포럼 대표는 “양극화 현상에 대응하고 아직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보강하기 위해 재정의 복지기능은 가능한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복지프로그램은 한번 도입하면 줄이거나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확실한 재원대책 없이 시작하면 재정건전성은 순식간에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국민화합과 국가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복지확대를 확실히 뒷받침할 증세방안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할 용기와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높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선 기자 정옥주 뉴시스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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