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시장점유전략의 역설

<시장점유전략의 역설>

▲ 암반수를 콘셉트로 내세운 하이트는 물이 좋은 맥주와 물이 좋지 않은 맥주를 구분해 오비맥주를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두산주류BG)
마케팅을 전쟁에 비유하는 책들이 많다. 마케팅은 경쟁 우위 확보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해야 하기에 전쟁과 공통점이 많다. 총성만 없을 뿐 전쟁이나 다름없다. 전쟁에서 언제나 기존의 지배자(선도자)가 이기고 도전자(후발주자)가 지라는 법은 없다. 도전자가 지배자를 이기는 방법도 있다.

시장에는 언제나 시장을 지배하는 선도자(pioneer)가 있고, 그 선도자에게 도전장을 던지며 전쟁터로 들어오는 후발주자(late entrants)가 있다. 앞서 우리는 선도자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살펴봤다. 선도자는 자기혁신과 인식의 범주화 전략을 통해 후발주자를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선도자는 시장에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해당 시장의 대표성과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제품의 범주(category)를 제시했을 때 바로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는 것이 대표성과 전형성이다. 이것이 크면 클수록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은 어렵다.

마케팅 전문가 카펜터스(Carpenters)와 나카모토(Nakamoto)의 연구논문(1989년 8월)은 “선도자가 점령하고 있는 영역에 선도자와 유사한 ‘미투(me too) 브랜드’로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후발주자는 선도자의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기여할 뿐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후발주자가 선도자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없을까.

삼국지에 그 해답이 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진언한다. 촉한은 지지기반이 없고 세력이 약하니 익주와 형주를 점령해 중원을 차지한 위와 강남을 장악한 오에 대응하고 중원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유비로선 선도자인 조조에게 정면 대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구축하고 확대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것이 포인트다.

게토레이는 이온음료의 선도자인 포카리스웨트에 대응하기 위해 이온 음료 범주를 스포츠 음료로 쪼개고 분화함으로써 시장을 크게 이온 음료와 스포츠 음료로 양분했다. 그 후 스포츠 음료시장을 확대해 가는 전략을 펼쳤다. 녹차시장의 선도자인 동원 보성녹차를 공략한 남양유업의 17차도 마찬가지다.

삼국지에서 배우는 후발주자 전략 

17가지 곡물이 들어 있는 혼합차라는 걸 강조하기보단 제로 칼로리 S라인 차 음료로 시장을 쪼개고 분화해 동원 보성 녹차와 다른 후발주자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후발주자는 선도자가 가지고 있는 대표성과 전형성으로 비롯되는 독점적 인식을 쪼개고 분화(subtyping)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전략은 후발주자가 제시하는 차별화된 특징을 우수한 것으로 만든다.

반면 미투 브랜드는 선도자와 다른 차별적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어서 선도자가 가진 대표성과 전형성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 뿐이다.

오비와 하이트 간 맥주 전쟁을 보자. 하이트가 오비를 역전하기 전 오비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었다. 후발주자였던 하이트는 맥주 홍보의 일반적 통념이던 제조공법이 아니라 물을 끌어들였다. 천연 암반수로 물이 좋은 맥주와 물이 좋지 않은 맥주로 선도자가 가진 대표성과 전형성을 분화해 전세를 완벽하게 뒤집었다.

이후 하이트의 참이슬이 후발주자인 처음처럼에 다 시 물(알칼리 이온수)로 공격받아 시장 일부를 내줬다는 것은 마케팅 역사의 아이러니다.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이 없는 커피’ 프렌치 카페로 일회용 커피 시장의 절대 강자인 맥심을 공략한 것도 바로 이 전략이다. 더구나 맥심은 프렌치 카페가 만든 차별적 영역에 미투 브랜드로 들어와 후발주자의 대표성과 전형성을 오히려 강화해 주기도 했다.

 
현재 당신의 기업은 선도자의 뒤만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가. 선도자가 갖는 대표성과 전형성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 제갈공명의 지혜를 빌려 시장을 양분 혹은 삼분하는 전략을 써 보자. 선도자의 영역을 쪼개고 분화해 선도자를 진부하고 열등한 것으로 만들면 승산은 충분하다.
임왕섭 브랜드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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