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만원씩 마이너스
대출상환금부터 조정

소득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는 대출금은 재무설계를 하는 데 걸림돌이다.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모아놓은 돈이 있다면 일단 대출금을 일부라도 갚는 재무설계로 출발해야 한다. 하나씩 조정하다 보면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가계부에도 한 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모아놓은 돈이 있다면 일단 빚부터 갚고 재무설계를 시작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아놓은 돈이 있다면 일단 빚부터 갚고 재무설계를 시작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하고 싶은 게 많다. 살뜰하게 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일했으니 그 대가로 맘껏 쓰고 싶기도 하다. 두 마음을 잘 다스리면 좋겠지만 사실 그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급기야 저축은 저축대로 하면서 빚을 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저축 규모를 줄이든가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되는데 무리하게 두 마음 다 버리지 못해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강선홍(가명·31)씨는 중소기업 회사원이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열심히 벌어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그의 앞에 놓인 건 늘어가는 빚뿐이다. 은행에서 생활자금으로 대출받은 4000만원과 카드할부금 300만원이 그를 짓누르고 있다. 하루빨리 빚을 청산해 ‘내집 마련’ ‘결혼자금 만들기’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Q1 지출구조

재무설계에 앞서 그의 지출구조부터 살펴봤다. 그는 매달 290만원을 번다. 별도의 상여금은 없다. 연말정산으로 환급받는 약 40만원이 유일한 여윳돈이다. 그의 소비생활은 어떨까. 먼저 소비성지출이다. 

강씨는 한달에 통신비 5만원, 관리비·공과금 42만원, 식비 30만원, 개인용돈 10만원, 교통·유류비 10만원, 건강·문화비 2만원을 썼다.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강씨는 자기계발 명목으로 교육비도 매달 10만원씩 투자하고 있었다. 여기에 차량유지비와 부모님 용돈, 경조사비, 의료비 등 비정기지출로 쓰는 돈은 연간 218만원이다. 이를 월평균으로 따지면 약 18만원이다. 한달에 소비성지출로 127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비소비성지출이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가입한 보장성보험에 8만원씩 납입하고 있었고, 적금에 75만원, 청약에 2만원씩 넣고 있었다. 매월 카드할부금(66만원)과 대출상환금(42만원)을 포함해 총 108만원씩 빚도 갚고 있었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비소비성지출은 193만원이다. 버는 돈은 290만원인데 강씨가 한달에 쓰는 돈은 320만원이다. 한달에 30만원씩 마이너스가 나니 빚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Q2 문제점

쌓여가는 빚 때문에 제대로 실행하고 있지 못하지만 강씨에게도 분명히 재무목표는 있다. 그는 4년 안에 결혼자금 5000만원을 만들고, 10년 안에 최소 1억원을 모아 내집 마련에 보태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65세 이후엔 노후자금으로 월 200만원은 확보되길 원한다. 

이처럼 목표는 단계별로 세우고 있지만 그의 가계부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축률이 낮다. 대출금 갚느라 빠듯한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아직 내집을 마련하지 않은 싱글의 적정 저축률은 월급의 약 50%다. 강씨의 경우 적금 75만원과 청약 2만원을 합해 한달에 저축하는 돈이 77만원이다. 적정 수준인 50%에 훨씬 못 미치는 26.5%다.


금융상품이 대부분 장기상품들이어서 단기 또는 중기목표를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손볼 점이다. 지인의 요청에 마지못해 가입한 보장성보험(실비보험)도 굳이 8만원까지 필요하지 않다. 비싸면 오히려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2만원대로 조정해도 보장엔 문제 될 게 없다.

지금 상황에선 월 200만원의 노후자금도 장담할 순 없다. 강씨가 월 300만원씩 받으며 앞으로 25년을 더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약 49만원이다.

그렇다면
월 151만원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65세부터 100세까지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월 151만원을 쓰려면 월 4% 이율로 잡아도 지금부터 156만원씩은 저축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면 안 된다. 결혼 전 싱글일 땐 필요저축액의 25~30% 이내로 비율을 잡아도 된다. 나중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거나 연봉이 오를 때 추가 적립을 하면 된다. 

Q3 해결점

새로운 가계부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대출상환금을 조정했다. 앞서 언급했듯 강씨는 생활자금으로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를 월 42만원씩 상환하고 있었다. 카드할부금도 66만원씩 갚고 있었다. 이중 카드할부금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카드할부 이자가 6%대로 꽤 높았기 때문이다. 

조정 전 75만원씩 넣던 적금으로 650만원가량 쌓아놓은 덕에 그 돈으로 카드할부금 300만원은 청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월 108만원이던 대출상환금은 42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적금도 75만원에서 60만원으로 줄였다. 보장성보험도 8만원에서 2만원으로 재조정했다.

비정기지출(연 218만원)도 손봤다. 강씨의 경우 연말정산으로 평균 40만원을 환급받아 왔기 때문에 이 돈을 비정기지출을 대처하는 데 쓰기로 했다. 나머지 178만원은 비정기통장을 만들어서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월 지출에서 비정기지출(18만원)도 사라지게 된다. 

재조정을 통해 만든 여유자금은 총 105만원이다. 하지만 이 돈을 온전히 재배치에 쓸 순 없다. 조정 전 강씨는 월 30만원씩 초과지출을 하고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재배치에 쓸 수 있는 돈은 75만원이다. 이걸로 강씨의 재무목표에 맞게 다시 설계하면 된다. 비율에 맞게 적립식 펀드와 연금에 각각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15만원은 앞서 말했듯 비정기통장에 넣어 비정기지출을 대처할 예정이다. 빚만 늘어가던 강씨의 가계부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