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ㆍ패스트푸드 업계 분석

코로나19에 취업자가 급감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창업을 택했다. 문제는 ‘초보 자영업자’들이 영업 노하우를 얻을 곳이 없다는 거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진 못했다.

프랜차이즈의 간판이 코로나19 불황을 막는 방어막은 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의 간판이 코로나19 불황을 막는 방어막은 되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전염병의 충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컸다. 취업자가 순식간에 줄었다. 2020년 3~4월은 코로나19의 위험성과 전염성이 처음으로 체감되던 시기였다. 취업 시장은 얼어붙었다.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3월 2752만명을 기록했던 취업자 수는 5월 2650만명으로 떨어졌다. 2개월 만에 10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그 충격이 더 두드러진다. 2008년 11월 2379만명이었던 국내 취업자 수는 2009년 5월 2354만명으로 6개월간 25만명이 줄었다. 기간을 감안하지 않고 취업자 감소 폭으로 단순 계산해도 코로나19의 충격은 금융 위기의 4배 이상이다.

사람이 접촉할 때마다 확진자가 발생하니 공장이 문을 닫았고 생산도 위축될 수밖에 없던 결과였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라 숙박ㆍ관광ㆍ외식ㆍ문화 등 사람 간 접촉을 피할 수 없는 모든 산업이 삐걱거렸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문제는 이 충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4월부터 정부가 일반 시민에게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해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어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무급 휴가를 받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있는 돈으로 버티거나 새로운 수입원을 찾는 거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아예 재취업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자영업이다.

중소기업벤처부가 2020년 11월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창업은 오히려 2019년보다 13.3% 늘었다. 34만3128개의 기업이 새롭게 생겼다. 어려운 시기에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거다. 이들이 가장 어려움으로 꼽았던 건 무엇일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자영업을 시작한 ‘초보 자영업자’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사업정보ㆍ경영 노하우 습득’이었다. 전체 응답의 26.5%를 차지했다. ‘사업 자금 조달’은 25.7%로 두번째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2.6%)이 사업을 준비하는 데 걸린 기간으로 ‘1~3개월 미만’을 꼽았다. 충분한 준비 없이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가맹사업(프랜차이즈)에 기대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법률로 규정하는 ‘가맹사업’ 조건을 보면 ‘가맹본부가 경영 혹은 영업활동을 지원ㆍ교육ㆍ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업 노하우 없이 맨땅에 부딪혀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은 자영업 문턱을 낮춰주는 존재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가 떠받친 외식업은 코로나19 틈에서도 살아남았을까.

취업 급감하자 창업 늘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시스템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는 면적 범위로는 동 단위나 상권을 묶어 볼 수 있고 외식업ㆍ서비스업ㆍ소매업을 세부 업종별ㆍ분기별로 개ㆍ폐업 현황, 연차별 생존율, 매출 데이터 등을 확인하는 게 가능한 시스템이다.

상권분석 시스템이 구분하는 외식업 10개 세부업종(한식ㆍ중식ㆍ일식ㆍ양식ㆍ제과ㆍ패스트푸드ㆍ치킨ㆍ분식ㆍ호프ㆍ카페) 중 가장 프랜차이즈 의존도가 높았던 업종은 ‘치킨전문점’이었다.

 

패스트푸드점은 10개 외식업종 중 2020년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사진=뉴시스]
패스트푸드점은 10개 외식업종 중 2020년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사진=뉴시스]

2020년 4분기 기준 서울에 있는 치킨전문점 10곳 중 6곳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었다. 2020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치킨전문점의 전체 업체 수는 증가했다. 1분기 6599개, 2분기 6678개, 3분기 6719개, 4분기 6764개로 분기 평균 0.86%의 증가율을 보였다. 

치킨 프랜차이즈도 같은 추이를 보였다. 치킨전문점 중 프랜차이즈 형태로 문을 연 가게는 1분기 3997개, 2분기 4032개, 3분기 4072개, 4분기 4093개로 분기 평균 0.64%씩 증가했다. 

두번째로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점’도 비슷했다. 프랜차이즈 비중이 50%를 넘는 서울의 패스트푸드점은 2020년 1분기 5328개, 2분기 5357개, 3분기 5394개, 4분기 5492개로 늘었다. 분기 평균 1.01%씩 늘어난 셈이다.

프랜차이즈 형태의 패스트푸드점도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2731개, 2756개, 2759개, 2783개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분기 평균으로 따지면 0.63%씩 늘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에 기댄 만큼 희망이 있었을까. 매출 실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프랜차이즈 의존도가 높은 ‘치킨전문점’ ‘패스트푸드점’의 2020년 한해 매출은 평균치에도 다다르지 못했다.

2020년 한해 서울 외식업종의 평균 매출은 1억5944만원이었다. ‘치킨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2020년 한해 매출은 각각 1억968만원, 1억3413만원으로 서울 평균보다 적었다. 

서울 외식업종의 2020년 매출 변동률은 2019년 대비 -17.09%를 기록했다. 패스트푸드점은 -30.45%로 10개 외식업종 중 가장 매출 감소폭이 컸고 치킨전문점도 –21.51%로 감소폭 3위였다. [※참고: 두번째로 매출 감소폭이 컸던 외식업은 양식업(-25.08%)이었다.]

가장 필요한 건 노하우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은 패스트푸드ㆍ치킨전문점 모두 2020년 한해 개업이 폐업보다 많았다. 그러나 매출은 다른 외식업종과 비교해 감소폭이 더 컸다. ‘영업 노하우를 모르는’ 새로운 자영업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창업을 할 거다. 지원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치킨점,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살아남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자영업 현주소를 제대로 봐야 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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