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같이읽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유통업계는 체질 개선이란 과제를 풀어야 했다. 채널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오프라인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고, 매장 운영의 효율성은 극대화해야 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 성과를 내기 위해, 또다른 팬데믹이 와도 살아남기 위해 유통업체는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지금 유통업체에 필요한 기술은 뭘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과제를 마주했다. 지금까진 ‘누가 더 크고 화려한 매장을 만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매장 없이 어떻게 소비자를 모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집합금지’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유통업계의 취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뼈아프게 오프라인의 한계를 경험한 유통업계는 매장의 목적을 재고하게 됐다. 아울러 물류 전반의 디지털 혁신도 진행하고 있다. 유통 자동화(Retail automa tion)의 시대가 온 거다. 유통 자동화에 활용하는 기술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인공지능(AI)·로봇공학·증강현실(AR)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창고에서부터 물류센터를 거쳐 매장 입고에 이르는 풀필먼트(Fulfillment)의 자동화를 이루고 있다.

배송 서비스 향상을 위해 물류 공급망의 개선하고 매장 운영의 효율성까지 높이는 거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유통 자동화를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IT 솔루션전문기업 지브라테크놀로지스의 우종남 한국 지사장이 유통업체가 지능형 자동화(Intelligent automation·AI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로 누릴 이점은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 재고 관리 기술 = 코로나 사태로 수많은 업체는 매장유지비용만 늘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무인매장이 빠르게 늘어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카드인증 출입장치와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 무인매장은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무인이 아니다. 상품을 진열하거나 정리하기 위해 직원의 손길이 필요해서다. 재고관리, 매대정리 등은 반복적인 단순 작업이지만 소홀히 할 수 없는 필수 업무다. 

하지만 자동화 기술을 이용하면 단순 작업에 쓰는 직원의 시간과 노력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매대관리 자동화에 필요한 기술은 지능형 데이터 분석·코봇(Collaborative robot·사람과 협업 가능한 로봇)·무선주파수 인식 태그(RFID)·컴퓨터 비전(이미지·동영상 내 시각 데이터를 식별하는 AI 기술) 등이다. 

이 기술들을 조합해 활용하면 상품이 올바른 자리에 제대로 놓여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불필요한 수고를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론 효율적인 매장 운영으로 수익성도 높아진다.

이런 데이터 분석기술들을 이용하면 작업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매장 직원이 재고를 하나하나 스캔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인 데다,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재고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처리하는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면 직원이 직접 재고를 확인하는 대신 플랫폼으로 관리할 수 있다. 매장 내에서 제품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정확도가 높아진 만큼 생산성이 향상되는 건 당연하다.

■ 처방 분석 기술 = 어느 분야든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유통업계에선 데이터 분석이 필수다. 물류센터·매장관리·소비자 분석 등 유통 비즈니스에서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어서다. 지능형 자동화로 생성한 실시간 데이터를 작업에서 활용하는 처방 분석(Prescriptive analytics)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처방 분석이란 데이터를 이용해 비즈니스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효율적인 운영, 수익 증대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돕는다. 

빅데이터를 단순히 수집·분석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모은 데이터로 미래 행동까지 예측해준다는 거다. 처방 분석을 유통업체의 자원관리, 재고관리 등에 적용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은 늘릴 수 있다. 

■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 = 자, 유통 자동화를 위한 기술과 그 효과까지 알았다면 이젠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야 할 차례다.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던진 메시지는 결국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채널과 상관없이 생존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거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최대한 매끄럽게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유통 자동화에 주목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기술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제품을 가장 편리하게 구매하도록 돕는다. 코로나19로 유통업체의 옴니채널(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채널의 통합) 확보는 필수가 됐다. 비대면 소비의 정착이 오프라인의 종식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수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매장에서 픽업(클릭 앤 콜렉트)할 수도 있다. 다양한 커머스 모델이 활성화됐다는 얘기다. 유통업체들은 지능형 자동화로 여러 커머스 모델에 적응하는 동시에 고객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가 비즈니스 과정에 적용한 자동화 기술을 직접 인지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를 도입한 유통업체가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건 느낄 수 있다. 만족한 소비자는 결국 해당 업체의 충성 고객이 된다. 소비자의 구매 행태와 사회적인 변화는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의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우종남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한국 지사장 
jwoo@zebra.com 

정리 =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