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 상장 후 100일의 기록
상장 후 가격 치솟지만 하락세로 돌아서

가상화폐 투자로 대박을 터트렸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수천%, 1만% 등 수익률도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소문은 ‘더 늦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과 함께 욕망을 부채질했고, 여기서 기인한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잡雜코인이라 불리는 ‘알트코인’으로 옮겨붙었다.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비트코인과 달리 ‘대박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중에서도 상장을 앞둔 알트코인에 투자자가 몰렸다. 결과는 요즘 말로 ‘신박’했다. 상장일 수백·수천%의 상승률을 기록한 코인이 쏟아져 나왔고, 심지어 상장 30분 만에 가격이 1075배나 오른 코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뜨거운 신고식을 치른 알트코인의 상승세는 계속됐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20년~2021년 4월 중 상장한 알트코인 41개의 수익률(상장 후 100일)을 분석해 봤다.

상장 직후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은 알트코인이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스톰엑스, 골렘, 엘프, 픽셀, 옵저버, 스트라이크, 유벤투스, 파리생제르맹…. SF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이 아니다. 유명 스포츠 구단 명칭도 아니다. 이들은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화폐의 이름이다.

가상화폐의 투자 열기가 뜨겁다. ‘돈 복사기’로 불릴 정도로 급등세가 대단하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등 가상화폐 투자를 부추기는 이슈도 많다.

이런 열기는 이른바 ‘잡雜코인’으로 불리는 알트코인(Altcoin·alternative+coin)으로 옮겨붙었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메이저 코인들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로 알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가 몰린 탓인지 알트코인의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2000% 이상 상승한 가상화폐는 17개(원화마켓·5월 12일 10시 기준)에 이른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178개(5월 12일 기준)라는 걸 감안하면 10개 중 1개의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1년 새 20배 이상이 됐다는 얘기다.

그중에는 가격이 101배(1만%)가량 오른 가상화폐도 있다. 지난 12일 기준 쎄타퓨엘은 1만7556.2%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앵커라는 코인도 1만391.8%나 치솟았다. 1년 전 1만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각각 175만5625원, 103만9180원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도 부쩍 늘었다. 리크루팅 플랫폼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855명 중 40.4%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입자가 900만명(올 3월 기준·중복 포함)을 넘어섰다는 통계도 있다.

하루에만 수십에서 수백%를 오르내리는 가상화폐 중에서도 투자자의 주목을 받는 건 상장을 앞둔 가상화폐다. 새로운 가상화폐가 상장하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실제로 지난 4월 21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시작가 50원으로 상장한 ‘아로와나토큰’의 가격은 상장 30분 만에 10만7500%가 상승한 5만3800원까지 치솟았다. 가상화폐 투자가 ‘돈 복사기’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었다는 게 증명됐다. 1만원의 투자금이 1076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이 30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슈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부채질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급등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1일(빗썸 종가 기준) 아로와나토큰의 가격은 8160원으로 고점 대비 84.4%(4만5640원) 폭락했다. 상장 후 20거래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급등세에 올라탔던 투자자라면 ‘돈 복사기’가 아닌 ‘돈 파쇄기’를 경험했을 공산이 크다.

상장 후 폭락한 알트코인

그렇다면 최근 상장한 알트코인들도 아로와나토큰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20년~2021년 4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한 알트코인 41개의 ‘상장 후 100일’을 분석해봤다. [※참고: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마켓은 크게 두가지다. 원화로 거래가 이뤄지는 원화마켓과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BTC마켓이다. 더스쿠프는 이중 투자자가 더 많은 원화마켓에 상장한 코인을 분석했다. 최근 가상화폐의 급등세를 감안해 분석 대상은 2020년 상장한 알트코인으로 넓혔다. 신규상장과 원화마켓에 자산이 추가된 알트코인을 모두 포함했다. 시작가·최고가·종가는 업비트 기준이다.]

우선 알트코인의 상장일 기록을 살펴보자. 41개 알트코인의 상장일 시작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은 평균 188.0%를 기록했다. 알트코인이 거래소에 상장하기만 해도 당일 최고가격이 3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의미다. 상장일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알트코인은 ‘스트라이크’다.

지난해 7월 30일 1180원으로 원화마켓에 상장한 스트라이크는 이날 2만4100원(19 42.3%)까지 치솟았다. 스트라이크의 상장일 종가도 시작가보다 1094.9% 오른 1만4100원을 기록했다. 다른 코인들도 상장일 수십에서 수백%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41개 알트코인 중 상장일 상승세를 기록하지 못한 코인은 ‘스와이프(2020년 9월 4일 상장)’가 유일했다.

하지만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알트코인 대부분의 상승률은 크게 둔화했다. 41개 코인의 시작가 대비 종가 상승률은 35.8%로 시작가 대비 최고가 상승률인 188.0%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장일 종가가 시작가보다 하락한 코인은 18개에 달했다. 알트코인의 가격이 상장 첫날부터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방증이다.

이후 알트코인의 가격은 상장일의 열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하락세를 탔다. 알트코인의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데 걸린 시간도 길지 않았다. 알트코인의 상장 후 10일째 평균 등락률(상장일 최고가 대비 종가)은 -54.7%로 뚝 떨어졌다. 기준을 상장일 종가로 바꿔도 -16.3%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기준을 더 낮춰 상장일 시작가와 비교해도 성적표는 초라했다. 41개 알트코인 중 가격이 상장일 시작가보다 하락한 알트코인은 절반이 넘는 24개(58.5%)였다.

이후부터는 지루한 흐름이 이어졌다. 상장 10일부터 40일까지 한달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1개 알트코인의 상장일 종가 대비 하락률은 10일 -16.8%, 20일 -16.3%, 30일-14.1%, 40일 -14.3% 등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장일 최고가와 비교하면 하락률은 -55~-48%로 치솟는다. 이 지루한 시간이 누군가에겐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상장일 알트코인의 상승세만 보고 베팅한 투자자는 지옥 같은 한달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알트코인의 ‘상장 대박’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알트코인의 ‘상장 대박’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40일 넘게 마이너스였던 알트코인 41개의 평균 가격 등락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데 걸린 시간은 50일이다. 알트코인의 평균 가격 상승률(상장일 종가 대비)은 상장 50일째 3.0%를 기록했다. 이후 60일 8.1%, 70일 42.5%로 기록하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상장 후 80일째 27.2%로 상승률이 약간 꺾였지만 90일과 100일 시점엔 각각 34.9%, 69.2%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키웠다. 속된 말로 ‘존버(끝까지 버티는 것)’에 성공한 투자자만 손해를 입지 않고 탈출하거나 수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절반은 손실

하지만 최고점에 물린 투자자라면 인고의 시간은 더 길어졌다. 상장 후 100일이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상장일 최고가 대비 종가가 플러스로 돌아선 알트코인은 5개(알파쿼크·옵저버·피르마체인·메타디움·코박토큰)밖에 없었다.

다행히 알트코인의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트코인의 영향을 받은 결과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기준 마이너스(상장일 종가 대비) 등락률을 기록 중인 코인은 41개 중 4개로 줄어들었다.

상장일과 상장 40일째 마이너스를 기록한 코인이 각각 15개, 28개였다는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상장 10일 만에 -16.8%를 기록했던 41개 알트코인의 가격 등락률 평균도 ‘상장 후 100일’이 흐른 10일 574.1%(상장일 종가 대비 5월 10일 가격)로 상승했다.

그렇다고 모든 투자자가 투자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하루 24시간 거래되는 데다 얼마나 상승하고 하락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가상화폐 시장에서 ‘100일’이란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알려진 정보가 적고, 시세조작이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말을 이었다.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높은 변동성에 있다. 투자자가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것도 알트코인에 투기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알트코인 투자 열기를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보는 시각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상장 코인으로 수익을 남긴 투자자보다는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아서다. 실제로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화폐에 투자한 직장인 1855명 중 절반이 넘는 52.5%가 손실을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젊은층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월급으론 목돈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액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가상화폐가 유일한 ‘탈출구’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2030세대가 ‘조작된 불법 카지노’라 불리는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고민함과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할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