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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과 갈등을 반드시 치유하길
[24호] 2012년 12월 31일 (월) 15:39:45
이남석 대표 cvo@thescoop.co.kr

 

▲ 이남석 경인방송 The Scoop 대표 겸 편집인

지난 19일, 출구조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카톡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선배, 우리집에서 몇몇 모여 막걸리 마시면서 TV 개표방송을 즐기려 하는데 동참하시겠수?” 출구조사 결과를 보니 박빙이라 새벽까지 막걸리 파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밤 9시를 넘기면서 판세는 벌써 기울어졌고, 묘미도 사라져갔다. 당연히 막걸리판도 시들해졌다. 페친들이 올린 글들이 스마트폰으로 속속 올라왔다. 그 중 반은 “승리의 기쁨을 나누자”라며 환호하는 모습이었고, 나머지 반은 75.8%라는 높은 투표율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때문인지 대부분 “도대체, 왜?”라는 이른바 ‘멘붕성’ 글이었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을 탄생시킨 제18대 대선. 그 결과를 놓고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난무했다. 그런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일부 언론사들의 보도 시각과 태도다. 5060의 높은 투표율을 들어 ‘5060 결집이 가른 세대선거’라며 이번 선거가 ‘세대간 대결’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보수와 진보가 정면으로 맞붙은 선거였고 여기에 ‘5060의 반란’이 있었다는 논조도 거슬렸다. 동•서 갈등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세대간 대결을 조장하는 모습에 황당할 따름이다. 선거때 마다 보수와 진보가 결집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2030이 야당 성향을 지닌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여기에 ‘5060이 분노했다’는 분석은 참으로 가슴을 후려판다. 그래서 피부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싶다.

이번 선거에선 50대 투표율이 90%에 달했다.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50대 남녀가 모두 참여했다. 이 정도면 세대간 대결이 아닌 ‘양성평등 시대’가 판세를 갈랐다고 봐야 한다. 예전엔 투표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주부, 다시말해 아줌마들이 거의 모두 가세했다는 얘기가 된다.

예전엔 여•야 상관없이 아저씨들의 압력(?)에 못이겨 같은 편에 서줬던 아줌마들은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가 독자노선을 걸었다. 양성평등시대로 자존감을 확보한 이들 아줌마들은 같은 연령층의 아저씨 보단 감성지수가 높다. 이들 아줌마들의 감성에 이정희의 막말이 불을 지폈다고 한다.

아줌마들의 몰표를 이해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투표장에 같이 가자는 제안에도 “당신은 당신대로 해, 나는 나중에 따로 할래”라던 전업주부인 집사람과 새벽 1시에 통화를 했다. “지금 뭐해?” “응, 동네 아줌마들하고 여성 대통령 당선 축하겸 노래방에 왔어” “혹시, 그 아줌마들 운동원들 아냐?” “절대 아니야, 어느쪽에도 상관없는 그냥 아줌마들이야”

2시쯤 귀가한 집사람에게 기자적 호기심은 어쩔수 없었는지 “왜, 찍었대?”라고 묻자 “안쓰럽잖아, 그래서 다들 찍었대. (당선이)안돼면 정치 그만하겠다는데 짠해서 나두 찍었구, 다들 그랬대. 그리고 여성이잖아.” 세대대결이 결코 아니다. 아줌마들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이번 대선의 ‘작지만 강한’ 변수가 됐다. 어찌됐든 박근혜 당선인은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반세기 동안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선인 캠프에 합류한 진보진영 인사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결자해지結者解之’였다.  빠른 감은 있지만, 만약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를 잘 마친 후 호남에 거처를 마련하고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반세기 동안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공약을 해주면 어떨까.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대통령 한분 쯤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경인방송 더 스쿠프 대표 이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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