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2013 경제키워드 ‘소송’

소송은 당하는 쪽도 제기하는 쪽도 피곤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소송은 이어진다.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을 견제하는 데 있어 소송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최근 국내 업체에 기술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의 기술이 성장했다는 방증일까.

▲ 글로벌 기업이 국내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소송이다. 이런 소송은 2013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12년을 달군 화두 중 하나는 ‘소송’이다. ‘세기의 소송’이라 불린 애플-삼성 간 디자인 특허분쟁, ‘철강계의 애플-삼성 소송’으로 불린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간 전기 강판 특허갈등, 코오롱과 듀폰 간 영업비밀 침해소송까지….

2013년에는 기업소송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는 추세인데다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소송으로 국내업체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서다.

애플과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삼성에게 또 다른 복병이 등장했다. 스웨덴 통신장비제조사 에릭손이다. 에릭손은 지난 11월 삼성을 상대로 미 동부연방 법원에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에릭손은 “FRAND(무선 네트워크 관련 특허)를 사용하는 삼성에게 라이선스 계약연장을 제의했지만 삼성이 이를 거부해 특허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릭손은 소송과 더불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를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휴대폰 및 가전제품에 이어 통신장비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려는 삼성을 에릭손이 미리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화장품 업계의 소송전도 뜨겁다. 최근 글로벌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 자사의 제품디자인을 모방했다며 관련 제품 판매금지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최근 국내 중저가브랜드 화장품은 불황기를 맞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수입 고급화장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위기 환기와 국내업체 견제를 위해 글로벌 화장품 업계가 제동걸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특허분쟁 중 대표적인 것은 10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반도체 회사 램버스 간 소송이다. 램버스는 D램에 대한 특허권을 주장하며 2000년부터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왔다. 삼성전자는 수억 달러의 특허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램버스와 합의했지만 하이닉스는 버텼고, 램버스와의 소송전이 시작됐다. 이 소송은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한-EU(유럽연합) FTA와 한-미 FTA가 잇달아 체결되며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 FTA는 양날의 검이다. 시장이 개방될수록 해외기업의 특허소송이 늘어날 게 뻔해서다.

특허보호에 민감한 글로벌 기업이 중소기업이라고 봐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글로벌 화학기업 머크가 국내 중소기업 씨큐브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단적인 예다. 캐논•HP•미쓰비시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중소 프린터업체나 지방공단 복사용지업체에까지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물건을 제조•판매하지 않으면서 특허공격만으로 돈벌이를 하는 특허사냥꾼(NPE)의 천국이다.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송, 2013년을 관통하는 암울한 키워드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