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7]2013 경제키워드 ‘립스틱 효과’

국내 화장품 업계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된 2012년에도 힘을 냈다.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국내시장에서도 실적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여세는 201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류바람을 등에 업은 국내 화장품 업체는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를 넘어 신흥국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 국내 화장품을 구매하는 외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명동 상권이 변하고 있다.
경기불황에는 립스틱 같은 저가 화장품 매출이 늘어난다. 주머니가 얇아져도 품위를 유지하길 원하는 여성 소비자의 심리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 하반기 국내 유명백화점의 립스틱 매출은 전년 대비 20~30% 증가했다. 이런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부른다.

2012년에도 립스틱 효과가 반영됐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대형할인점ㆍ백화점이 매출부진에 허덕일 때 국내 화장품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2012년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2011년 8조9000억원보다 약 7% 증가한 9조6000억원으로 예상된다. 특히 더페이스샵ㆍ미샤ㆍ에뛰드 등 저가화장품 브랜드 업체를 중심으로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미샤(에이블씨엔씨)는 2012년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어난 1160억원, 더페이스샵(LG생활건강)은 같은 기간 전년 동기비 20%가량 증가한 1003억원을 벌어들였다.

외국인 관광객 덕도 컸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799만여명으로 전년 동기비 22% 늘었다. 이들은 한국 화장품을 구매 필수품으로 정하고 ‘사재기’까지 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행태는 명동지도까지 바꿔 놨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명동지역의 화장품 매장수는 2008년 27개에서 2012년 97개로 3.5배가량 늘어났다. 덩달아 명동지역 내 브랜드 화장품숍도 증가했다. 실례로 명동에서 가장 비싼 땅에 둥지를 틀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방문고객 중 80~ 90%는 외국인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선전은 ‘불황’ 때문만은 아니다. 한류바람도 한몫 톡톡히 했다. 이제는 한국 화장품이 또 다른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을 통한 한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며 “요즘에는 뛰어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한국 화장품이 또 다른 한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한류가 거센 곳을 거점으로 삼고 해외진출을 꾀했다. 더페이스샵은 올 12월 말 기준으로 해외 24개국에 11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11년 해외매출은 350억원으로 총매출의 10%가 넘는다. 올해는 해외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류바람의 근원지로 불리는 중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어서다. 미샤도 홍콩ㆍ태국ㆍ말레이시아 등의 22개국에 1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류바람이 미샤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화장품 업체는 이제 신흥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더페이스샵은 베트남에 3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2013년에는 마케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매장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3년 미얀마•베트남 등에 추가 진출한다. 2013년 한국경제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2012년에 이어 ‘립스틱효과’와 ‘한류’다.
김미선 기자 story@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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