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5] 2013 경제키워드 ‘스마트 vs 反스마트’

 

▲ 2012년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스마트 기기가 성장한 한해였다. 스마트폰은 성숙기, 태블릿은 성장기에 들어섰다.

스마트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와 패블릿의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3년엔 또 스마트 기기의 결정판 ‘스마트TV’가 폭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반反스마트 기운도 흐른다. 스마트 부작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2012년 글로벌 시장을 지배한 제품은 스마트폰이다. 국내시장에도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3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35% 늘었다. 사용비율은 59%에 이른다. 10명 중 6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휴대전화 업체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줄줄이 출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 국내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은 총 22종. 롱텀에볼루션(LTE)폰은 14종, 3G폰은 9종이다.[※ 1종이 더 많은 것은 갤럭시S3가 3G모델과 LTE모델을 각각 출시했기 때문이다.] 자급제폰은 총 5종이다. 제조업체별로 보면 삼성이 6종, LG전자가 7종, 팬택 4종, KT테크 3종, 애플 1종, ZTE 1종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보여주는 통계는 많다. 그중 구글 검색어를 정리한 ‘자이트가이스트 2012’의 대한민국 디지털 기기 부문을 살펴보자. 디지털 기기 TOP 10은 갤럭시 노트ㆍ갤럭시S3ㆍ갤럭시 빔ㆍ갤럭시 M스타일ㆍ옵티머스 뷰ㆍ갤럭시 노트2ㆍ프라다폰 3.0ㆍ아이패드3ㆍ아이폰4Sㆍ갤럭시 넥서스 순이다. 모두 스마트폰이다. 이런 스마트폰 시대에서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의 활약상이다. 디지털 기기 TOP 10에는 삼성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 시리즈’가 6개나 포함됐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애플을 따돌리고 스마트폰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갤럭신3S를 출시하면서 더욱 격차를 벌였다.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28%. 애플 보다 8%포인트 많다.

 

 

 

 

삼성ㆍ애플 다음 목표는 스마트TV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주목받는 것은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2009년 ‘아이폰 쇼크’로 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반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출시했는데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절대강자 애플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올 5월 출시된 갤럭시S3는 세계 145개국 269개 이동통신사에 5개월 만에 3000만대를 팔았다. 이제는 4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평가도 좋다. 다양한 기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하드웨어 측면에선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호재도 있었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통신사의 LTE 드라이브와 맞물리면서 LTE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됐다.

애플은 LTE 전환에 따른 최대 피해자다. 애플의 올 주력 모델 아이폰4S는 LTE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다. 후속작 아이폰5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너무 늦게 나왔다. 아이폰5는 올 12월 7일 출시됐다.

또 다른 스마트 기기인 태블릿PC도 2012년 전성기를 보냈다. 전화와 태블릿의 기능을 합친 패블릿 시장까지 형성됐다.

▲ 스마트 시대가 열리면서 反스마트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디톡스' 바람이다.

패블릿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갤럭시 노트, 갤럭시 노트2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현재 패블릿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ㆍ대만 HTCㆍ중국 레노버ㆍ인도 마이크로맥스 등이다.

괄목할 점은 삼성과 LG가 패블릿 시장을 점령한 것이다. 올해 3ㆍ4분기 세계 패블릿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78%, 14%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세계에서 팔리는 패블릿 10대 중 9대 이상이 삼성과 LG전자의 제품이라는 얘기다.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들은 2013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뛸 것으로 보인다. 첫째 목표는 스마트TV다. 스마트폰과 패블릿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 스마트 시대를 개막한 애플의 ‘다음 목표’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차기 승부수는 애플TV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스마트TV의 성패는 플랫폼의 경쟁력이 좌우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공통적인 운영체계(OS)가 없다. 제조사들이 각자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스마트TV 대전大戰은 구글ㆍ애플ㆍ삼성전자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TV 분야에선 구글, 애플 모두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존심 경쟁까지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을 2007년 셋톱박스 형태로 애플TV를 출시했는데, 설치와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외면당했다.

2010년 신제품에선 콘텐트를 빌려보는 실시간 시청방식을 도입했지만 이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절치부심한 애플은 가칭 ‘iTV’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도 실패의 아픔을 겪었다. 2010년 소니ㆍ로지텍과 협력해 구글TV를 내놨지만 콘텐트 부족으로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스마트 TV용 소프트웨어 ‘구글TV 2.0’은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전용 앱 30여개는 물론 안드로이드마켓과 넷플릭스 등 다양한 콘텐트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구글의 자회사라는 점도 구글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TV를 출시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독자 개발한 OS를 장착한 스마트TV로 승부를 겨루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구글OS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세계 TV시장 1등의 입지를 살려 독자 영역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은 2009년 리눅스를 기반으로 TV 앱스토어인 ‘삼성 앱스’를 선보였다. 독자 OS를 기반으로 스마트TV 사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2010년 글로벌 TV 판매 4300만대 중 스마트TV는 1100만대로 2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전엔 양면이 있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고 했던가. 스마트 시대에 떠오른 또 다른 키워드가 있으니, 다름 아닌 ‘반反스마트 열풍’이다. 반스마트 열풍은 스마트 기기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일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중독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윌헴 호프먼 미 시카고대 교수는 “스마트폰의 중독성이 담배나 알코올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2011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49세 스마트폰 이용자 8.4%가 스마트폰 중독 상태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은 34.2%에 달해 그렇지 않다는 답변(30%)보다 많았다.

특히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은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은 마약을 먹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실제 스마트폰에 중독된 유아는 정상적인 아이보다 우측 전두엽 활동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사회성이 결여돼 대인기피 증상을 보이거나 ‘은둔형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현실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2013년 스마트-반스마트 충돌

 

이런 스마트 중독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중독에서 벗어나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에 중독된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해독 상품들이 계속해서 선을 보이고 있다. 미국 호텔ㆍ리조트들은 디지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행객이 체크인하면서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숙박료를 할인해 준다. 이와 같은 상품은 계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는 200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끄고 여러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해야 한다.” 스마트 기기에서 벗어나야 진짜 세상이 보인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난도 서울대(소비자아동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정신적 디톡스는 현재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정신적 중독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며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한 디지털 중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3년은 스마트와 반스마트가 충돌하는 첫 번째 해가 될지 모른다.
김건희ㆍ강서구 기자 kkh4792@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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