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5G 만족도 세계 최저치
20배 빠르다던 5G 실제론 4배 빨라
이통3사, 5G 품질 개선 노력 안보여
3년 전 약속한 기지국 수 고작 0.2%

‘불통 5G’. 비싼 요금제에도 품질 불량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국내 5G 서비스에 붙은 오명이다. 뿔난 소비자들은 ‘5G 피해자모임’을 결성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5G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품질이 아닌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준’에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불통 5G의 원인은 소비자에게 있을까 이통사에 있을까.

이통3사는 5G가 4G보다 20배 빠르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속도 차이는 약 4배에 불과했다.[사진=연합뉴스]
이통3사는 5G가 4G보다 20배 빠르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속도 차이는 약 4배에 불과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5G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 국가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서비스 만족도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엘지가 지난 5월 25일 공개한 에릭슨 컨슈머랩의 보고서(더 나은 5G를 위한 다섯 가지 방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5G 만족도는 27.0%에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15개국 가운데 가장 낮다. 

다른 나라의 5G 만족도가 40~60%대라는 걸 감안하면 수치상으로도 한참 떨어진다. 심지어 이전 세대 기술인 4G LTE(만족도 31.0%)보다 만족도가 낮았는데, 5G 만족도가 4G 만족도보다 낮은 국가 역시 우리나라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5G 만족도가 유독 낮은 이유는 뭘까. 품질이 낮아서일까. 에릭슨 측의 설명에 따르면 품질은 나무랄 게 없다. 우리나라 5G 품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서다.

박병성 에릭슨엘지 수석 컨설턴트는 “한국은 5G 커버리지와 성능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인구 대비 5G 커버리지 구축 수준이 9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5G 커버리지란 5G 서비스 품질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범위를 말한다. 인구 대비 5G 커버리지가 90%라는 건 우리나라 인구의 90%가 5G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5G 품질을 가늠하는 핵심 척도인 속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지난 1분기 각국의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 5G 서비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361.0Mb㎰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참고: 다만, 최대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는 각각 6위, 4위에 그쳤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면 뭐가 문제일까. 에릭슨은 우리나라의 5G 만족도가 떨어지는 원인을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찾았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기준이 까다롭고 기대치가 높아 다른 나라보다 만족도가 낮다는 얘기다. 

 

한국의 5G 만족도가 낮은 이유가 소비자의 깐깐한 기준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의 5G 만족도가 낮은 이유가 소비자의 깐깐한 기준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사진=연합뉴스]

에릭슨은 보고서에서 “4G도 한국에서 처음 상용화했던 2012~2013년엔 소비자 만족도가 현재 5G 만족도와 비슷한 수준인 26%에 불과했다는 걸 보면 이해할 수 있다”면서 “다른 나라 소비자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소비자들은 월등한 퍼포먼스와 촘촘한 커버리지, 혁신적인 서비스 등 통신사로부터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에릭슨은 우리나라의 4Gㆍ와이파이(WiFi)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5G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5G의 비교 대상인 4G와 와이파이의 성능이 충분히 좋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감점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G 만족도가 낮은 원인이 통신사의 서비스(품질ㆍ성능)가 아닌 소비자에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와 인프라를 자랑하는 ‘인터넷 강국’ 한국의 소비자들이 통신서비스에 너그러운 편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보고서의 내용은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넘겨버리기엔 지난해 5G 품질을 개선하려는 이통3사(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의 노력이 너무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통3사에 주문했던 내용을 떠올려보자. 과기부 주문대로라면 이통3사는 지난해 말까지 의무적으로 28㎓ 대역의 5G 기지국을 각각 1만5000개씩, 총 4만5000개를 구축했어야 한다. 이는 2018년 5G 주파수 경매에서 이통3사가 해당 대역의 주파수를 낙찰받으면서 ‘3년 내 구축하기로’ 약속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말까지 이통3사가 구축한 28㎓ 대역 기지국 수는 SK텔레콤 60개, KT 24개, LG유플러스 7개 등 총 91개에 불과하다(과기부). 정부가 제안한 목표치(4만5000개)의 고작 0.2%만 달성한 셈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28㎓ 대역 주파수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전파의 꺾임성이 강해 넓은 지역을 커버하지 못한다”면서 “전국에 설치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설치 속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이통3사는 대부분의 5G 서비스를 3.5㎓ 대역 주파수로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주파수에선 상용화 당시 이통3사가 홍보했던 ‘4G보다 20배 빠른 속도’와 ‘초저지연’ 성능을 발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과기부에서 실시한 2020년 하반기 5G 품질평가에서 이통3사의 5G 속도가 평균 656.56Mbps로 4G(153.10Mbps)보다 겨우 4.2배 높았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이통3사는 애당초 소비자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5G 요금제는 여전히 비쌌다. 데이터 제공량이 완전 무제한인 요금제의 경우 적게는 8만원(SK텔레콤)에서 많게는 13만원(KT)까지 치솟았다. 5만원대 저가 무제한 요금제도 있지만, 9GB를 넘게 쓰면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제한이 있다. 

더구나 5G를 이용하려면 값비싼 5G용 휴대전화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5G가 기대했던 속도에 훨씬 못 미치고 번번이 서비스가 끊기는 데다 요금제까지 비쌌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만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야 SK텔레콤이 이전보다 30% 저렴한 5G 요금제를 내놓고 KT와 LG유플러스도 5G 가격을 낮추면서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자, 어떤가. 우리나라의 5G 만족도가 낮은 이유가 보이는가. 아직도 소비자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바랐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소비자에게 약속했던 서비스 품질을 지키지 못한 통신사의 잘못이 보이는가. 다가오는 8월, 정부가 이통3사의 세번째 5G 품질 보고서를 발표한다. 답은 그때 나올지 모른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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