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품 고장으로 유사 사고 난 차주들
폭스바겐코리아는 결함 가능성 극구 부인
서비스센터가 사설업체 수리 권유한 이유
차주들 “큰 사고 나기 전에 예방 조치하라”

잘 달리던 차가 도로 위에서 멈춰 섰다. 서비스센터에선 변속기 부품(메카트로닉스)의 고장이 원인이란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제작 결함은 아니라고 발뺌했다. 자연스러운 고장에 따른 사고였다는 거다. 제작 결함 가능성은 전혀 없느냐는 더스쿠프(The SCOOP)의 지적에 되레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그 사람(폭스바겐 차주)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리느냐”고 역정을 냈다. 하지만 이 얘기는 한 사람만의 사례가 아니다. 같은 부품 고장으로 유사한 사고를 겪은 폭스바겐 차주는 숱하다. 그들 중 5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부품 고장으로 유사한 사고를 겪은 폭스바겐 차주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결함 가능성을 부인했다.[사진=연합뉴스]
같은 부품 고장으로 유사한 사고를 겪은 폭스바겐 차주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결함 가능성을 부인했다.[사진=연합뉴스]

✚ 먼저 어떤 차종을 소유하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최진희(가명ㆍ37) : “2014년에 생산된 골프 2.0 TDI에요. 주행거리는 6만7000만㎞ 정도예요.”
오정석(가명ㆍ35) : “저도 골프 2.0 TDI 모델이에요. 2015년식이고요. 8만3000㎞ 뛰었습니다.”
김상우(가명ㆍ37) : “골프 A7 1.6 TDI, 2015년에 생산된 모델입니다.”
이용인(가명ㆍ29) : “골프 7세대 TSI 2014년식입니다. 주행거리는 약 7만㎞입니다.”
박진욱(가명ㆍ43) : “제타 1.6 TDI 2013년 모델입니다. 12만㎞ 주행했습니다.”

✚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최진희(골프 2.0) : “지난 4월 18일이었어요. 경부고속도로 동탄 부근에서 시속 100㎞로 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속도가 줄어드는 거예요.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변속이 안 됐어요. 결국 2차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췄고 그 상태로 20여분간 꼼짝없이 서 있어야만 했어요.”

오정석(골프 2.0) : “고속도로 진입 구간이었어요. 속도를 줄여 진입 구간에 들어섰다가 나오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는데 반응이 없더라고요. 수동차의 기어변속이 잘못됐을 때 시동이 꺼지는 느낌과 비슷했어요. 다행히 시동을 껐다 켜니 작동이 잘됐는데, 그후로 간혹 변속이 잘 안 되고 엔진이 꺼질 듯한 느낌이 지속됐습니다.”

김상우(골프 1.6) : “계속해서 ‘끼익’하는 소음이 발생했어요. 2년간 AS를 요청했지만 센터에선 이상이 없다고 했죠. 소리를 녹음해서 요구하니 그제야 멀티클러치 이상이라고 무상교체(보증기간)를 해주더군요. 그런데 1년쯤 뒤 문제가 또 생겼어요. 운행 중에 변속이 안 되기에 급하게 정차하고 레커차를 불렀어요.”

이용인(골프 TSI) : “아파트단지에서 후진 중이었는데, 갑자기 덜컹거리며 시동이 꺼졌어요. 다시 시동을 걸어봤지만 변속기 오류라는 경고등만 뜨고 시동은 걸리지 않았어요. 도로주행 중이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박진욱(제타 1.6) : “귀가 중이었습니다. 변속 충격이 심하기에 서행해서 겨우 도착했는데, 주차를 하던 중에 금속 마찰음이 들리며 전ㆍ후진이 안 되더라고요. 다시 시동을 걸어도 마찬가지였어요. 차를 직접 밀어서 주차해야 했습니다.”[※참고: 박진욱씨는 20년 전 교통사고로 의족을 착용 중인 보행장애인이다.]

5대의 차는 모두 메카트로닉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는 결함 가능성을 부인했다. 메카트로닉스를 교체하려면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거다. 메카트로닉스 교체 비용은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8년 12월 일부 모델에 탑재된 메카트로닉스에 제작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수차례 리콜 조치를 취했다. 최진희씨, 오정석씨, 김상우씨의 차는 리콜 대상이 아니었고, 이용인씨와 박진욱씨의 차는 리콜 대상이었다.[※참고: 메카트로닉스는 변속기 부품 중 하나로 일종의 컴퓨터다. 주로 변속과 유압을 조절한다.] 

✚ 메카트로닉스 리콜을 받았는데도 문제가 있었나요.
이용인(골프 TSI) : “2019년 9월이 돼서야 첫 리콜 검사를 받았어요. 하지만 검사 결과 교체대상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리고 지난해 5월 2차 리콜 통지가 왔습니다. 그런데 ‘부품 수급이 안 돼 11월에나 검사가 가능하다’며 ‘고장위험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사이 차가 멈춰버린 거죠.”
 
✚ 그 이후에 교체해 준 건가요.
이용인(골프 TSI) : “아니요. 메카트로닉스 문제는 맞지만 리콜과 관련된 결함 때문은 아니며, 폭스바겐 측에서도 정확한 고장 원인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결국 교체는 안 해주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했습니다.”

✚ 고장 원인은 모르지만 제작 결함도 아니고, 폭스바겐의 책임도 아니란 말인가요.
이용인(골프 TSI) : “네.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 박진욱씨도 리콜을 받으셨죠.
박진욱(제타 1.6) : “리콜받은 이후에 변속 충격이 지속됐어요. 리콜에 따른 세팅 변화로 생긴 일시적 현상일 거라 여겼어요. 그러다 차가 멈춘 거죠. 정말 황당했던 건 변속기를 분해해봐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던 서비스센터 측이 대뜸 ‘리콜받은 것과는 상관 없다’는 말부터 늘어놨다는 거예요.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 그럼 문제가 있는 차를 계속 타고 다니는 건가요.
최진희(골프 2.0) : “폭스바겐코리아 직원이 고작 20분 정도 타보고 ‘변속 충격이 심하지 않으니 나 같으면 그냥 타겠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터널에서 차가 멈춘 적이 있는데, 별 문제 아니었다고요. 더 황당한 건 이 상태로 계속 타면 어떻게 되냐고 센터에 물으니 차가 멈출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멈출 수도 있는 차를 타라고 권유한 거예요. 직접 타보니 동승자가 이거 정말 타도 되는 거 맞느냐고 물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어요.”

오정석(골프 2.0) : “타도 괜찮다고 했어요. 일시적인 오류일 뿐이라고요.”

이용인(골프 TSI) : “당장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방치할 수가 없어서 220만원을 내고 사설업체에서 수리했습니다.” 

김상우(골프 1.6) : “걱정이 돼 사설업체에서 메카트로닉스를 교체했어요. 그런데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 ‘나중에 리콜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냐’는 거예요. 차 결함은 아니라고 발뺌하더니 결함 가능성을 인정한 거 아닌가요.”

 

일부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선 차주들에게 사설업체에서 수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사진=뉴시스]
일부 폭스바겐 서비스센터에선 차주들에게 사설업체에서 수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사진=뉴시스]

✚ 서비스센터가 반대로 사설업체에 가서 수리를 받으라고 권유하기도 했다던데요.
최진희(골프 2.0) : “맞아요. 자꾸 문제가 생기면 사설업체에 가라고 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오정석(골프 2.0) : “저한텐 구체적인 업체명까지 언급하면서 권유하더라고요. 일시적인 오류라면서 사설업체에 가서 수리를 받으라니 당황스러웠어요.”

박진욱(제타 1.6) : “‘이곳(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하면 300만원은 족히 나올 테니 저렴한 사설업체로 가서 수리하라’고 적극 회유하더군요.” 

✚ 사설업체에서 수리를 받으면 해당 부품의 결함이 확인됐을 때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던가요.
오정석(골프 2.0) : “아니요. 그런 사실은 몰랐고 알려주지도 않았습니다.”

박진욱(제타 1.6) :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 제작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최진희(골프 2.0) : “센터에선 메카트로닉스라는 게 운전자가 임의로 고장 낼 수 있는 게 아니고, 빨리 소모가 되는 부품도 아니라고 해요.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으면 결함을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정석(골프 2.0) : “고작 5년 주행한 차가 멈춘 게 과연 정상인가요.”

박진욱(제타 1.6) : “처음엔 변속기를 열어봐야 고장부위와 그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열기도 전에 그 문제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어요. 유사한 문제가 자주 있었다는 방증이죠.”

✚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시나요. 
최진희(골프 2.0) : “본인들이 만든 자동차에서 사고가 났는데 왜 예방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는지 의문이에요. 소비자의 목숨이 달려 있는데도 말이에요. 아직까지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거라는 마인드가 정말 괘씸해요.”

이용인(골프 TSI) : “정말 내 차만의 문제인지, 결함이 있는 건지 왜 확인해 보려고도 하지 않는 건가요. 일부만의 문제라고 해도 소비자가 잘못됐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그럼 제조사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박진욱(제타 1.6) : “폭스바겐 직원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보험에 들어있기 때문에 결함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으로 보상해드린다.’ 물론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도 했습니다. 저는 20년 전 교통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치고 피해 보는 사람이 나오기 전에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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