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11곳 국외여비 더 늘려
코로나19 시국에 해외연수 계획
예산 불용액 늘면 시민만 손해

일부 지자체가 코로나19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외여비 예산을 늘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 264곳 중 4.2%에 해당하는 11곳으로, 세종시, 광명시, 원주시 등이 포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국외여비 중 해외연수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공무원들을 해외에 연수라도 보낼 심산이었을까. 나라살림연구소와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문제를 살펴봤다. 

일부 지자체들이 코로나19 시국에도 국외여비 예산을 늘려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뉴시스]
일부 지자체들이 코로나19 시국에도 국외여비 예산을 늘려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만 그럴 뿐 해외여행은 그리 쉽지 않다. 지금(6월 4일 기준)도 여전히 특별여행주의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별여행주의보는 4단계로 나뉜 여행경보 중 2단계(여행자제)와 3단계(철수 권고)에 해당하는 조치다. 

이 주의보는 외교부가 발령하는데,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세계 전 국가를 대상으로 5차례나 연장했다. 쉽게 말해 정부에선 여전히 ‘해외여행은 가급적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자체 264곳의 올해 국외여비 편성 현황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 국외여비 총액은 907억500만원이었다. 지난해 1631억4000만원보다 724억35만원 줄었다.

264곳 중 93.9%(248곳)의 지자체가 국외여비를 줄인 결과다. 본예산 대비 국외여비의 편성 비율도 지난해 0.05%에서 올해 0.02%로 0.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4.2%에 해당하는 11곳의 지자체는 국외여비 예산액을 늘려 잡았다. 일부 지자체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참고: 5곳(1.9%)은 지난해와 같았다.] 

국외여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경기 광명시였는데, 올해 국외여비 예산은 10억8600만원이었다. 지난해(8억5700만원)보다 2억2900만원(26.7%) 늘었다. 세종시 역시 지난해(5억3500만원)보다 1억900만원 늘어난(20.4%) 6억4400만원을 국외여비 예산으로 책정했다.

이어 충북 단양군(3400만원), 부산 동래구(2800만원), 전남 광양시(1800만원), 전남 구례군(1200만원), 대전 중구(1000만원), 부산 사상구(600만원), 강원 원주시(400만원), 부산 수영구(200만원), 대전 서구(200만원)도 국외여비 예산이 늘었다.[※참고: 지자체 국외여비 예산에는 지방의회 국외여비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 국외여비 예산이 더 많이 책정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세종시(20.4%)만 유일하게 국외여비 예산을 늘렸고, 나머지 광역지자체는 모두 국외여비 예산을 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대구시인데, 올해 국외여비 예산은 지난해(43억3800만원)보다 28억8100만원(-66.4%) 줄어든 14억5700만원이었다.

금액 기준으로 국외여비 예산액이 가장 많은 서울시도 지난해(98억2500만원)보다 27억6900만원(-28.2%) 줄어든 70억5600만원을 책정했다. 경기도 역시 79억100만원에서 55억8500만원으로 23억1600만원(-29.3%)을 줄였다. 국외여비 예산을 늘린 지자체들과 대비된다.  
 

더 큰 문제는 국외여비 예산을 늘린 지자체들 11곳의 예산 증가 원인이 대부분 국제화여비에 있다는 점이다. 국외여비는 국외업무여비와 국제화여비로 구분된다. 국외업무여비는 국제회의나 국제행사 등에 참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인다.

국제화여비는 각종 해외 시찰이나 자료 수집, 훈련 등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일종의 해외연수 비용이다. 말하자면, 지금 이 시기에 꼭 가야 하는 해외출장도 아닌 업무를 위해 예산을 책정해놨다는 얘기다.

국외여비 예산을 늘린 지자체 11곳의 전체 국외여비 예산 중 국제화여비 비중은 평균 83.0%에 달했다. 특히 부산 사상구와 대전 서구는 국제화여비 비중이 100%였다. 나머지는 충북 단양군(92.8%), 세종시 본청(87.6%), 대전 중구(85.9%), 전남 구례군(84.8%), 부산 동래구(84.2%) 순이었다.

강원 원주시와 경기 광명시, 전남 광양시는 각각 79.6%, 76.6%, 72.3%였다. 부산 수영구는 49.4%였다. 국외여비 예산을 줄인 광역지자체들의 국제화여비 비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광역지자체 국제화여비 비중은 평균 69.1%였다.  

예산 불용액 남을 가능성 높아

문제는 또 있다. 지자체들이 현재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계획한 건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직 눈에 띄게 개선된 건 없다.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계속 연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를 감안할 때 2020년 결산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책정된 국외여비의 불용액(사용하지 않아 남은 예산)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상황이 확실히 개선되고 외교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올해 늘어난 예산도 불용액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결국 추경에서 국외여비 예산을 줄여 다른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다면 여윳돈으로 남을 거라는 얘기다.

이는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가로막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날려버리는 일이다. 지자체들이 예산을 편성할 때 집행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하는 이유다. 

김유리 책임연구원
grass181716@gmail.com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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