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3] 2013 경제키워드 ‘난센스’

▲ 경제 불황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겹쳐 이른바 ‘난센스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존 틀을 완전히 뒤집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경제가 어려우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별것 아닌 엉뚱한 일에 웃음이 터지곤 한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비상식적 코드가 사회를 지배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난센스 코드’인데, 이를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

 
“사람이 아니므니다.” “궁금해? 궁금하면 500원.” “소고기 사먹겠지.” “내가?(또는) 니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 유행어들이다. 코너는 다르지만 이런 개그의 웃음코드는 같다. 등장인물의 비상식적인 대화가 관객이나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낸다.

김난도 서울대(소비자학)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세계는 진행방향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무질서의 혼돈세계다. 정체성 혼란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아마도 애써 스스로를 규정하고 정의 내리기보다 편안한 선문답 같은 허무한 말을 던지며 생각 없이 살고 싶은 심정일지 모른다. 아무 뜻 없는 무의미한 것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이다.”

경제 불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을, 진지한 것보다는 재미있는 것을 찾고, 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은 ‘짐작 불가능하고 비상식적인 소통’을 활성화한다는 얘기다.

인터넷 신조어 중에는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단어들이 있다. ‘잉여’와 ‘병맛’이다. 잉여는 ‘나머지’를 뜻하는 단어지만 인터넷에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나 물체’라는 의미로 통한다. 병맛은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의 간단한 표현이다. 김 교수는 잉여와 병맛을 ‘난센스’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난센스는 사전적으로 ‘이치에 맞지 않거나 평범하지 않은 말 또는 일’을 의미한다.

난센스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한가지다. 소비자의 닫힌 지갑을 열게 만드는 트렌드라서다. 쇼킹한 발상으로 만든 제품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는 거다.

일본의 하야시제지는 3년 전 ‘무서운 화장지’를 출시했다. 화장지에 「링」으로 유명한 소설가 스즈키 고지의 소설을 프린팅해 서점에서 판매했다. 화장지 1개 값은 약 3000원. 일반 화장지보다 훨씬 비쌌지만 수일 만에 30만개를 팔아치웠다. ‘안정을 취해야 할 화장실’이라는 통념을 깬 사례다. 이후 일본에선 정전에 대비한 야광화장지, 종이접기가 그려진 화장지 등 각종 이색화장지가 속출했다.

불황기에는 ‘상품이 꼭 쓸모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최근 인터넷에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기계’가 인기다. 뚜껑이 달린 네모상자의 스위치를 켜면 잠시 후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고 속에 숨어 있던 막대가 튀어나와 스위치를 끄고 뚜껑을 닫는다. 의미 없는 행위가 반복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누리꾼은 ‘병맛’이라는 댓글과 함께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멘붕(멘탈붕괴)의 감성시대에 맞는 역발상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모든 의미가 해체되고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만큼 소비자는 의미와 정체성을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의미가 재구축되는 난센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전망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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