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어 말한다」
용기있는 말하기 함께하는 글쓰기

저자는 누구든 자기만의 길이 있을 거라고 응원하며 ‘함께함’을 강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누구든 자기만의 길이 있을 거라고 응원하며 ‘함께함’을 강조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길보라는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코다(CODAㆍChildren of Deaf Adults)다. 그는 장애학을 접하면서 내가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만든 ‘장애 극복’의 서사가 문제임을 알게 된다. 코다로서 ‘도움과 수혜에 감사하고 장애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선량하고 착한 장애인 혹은 그 가족’이 되라는 사회적 각본을 거부하며, 대신 수어 통역과 같은 ‘볼 권리’의 보장을 주장한다.

또한 이길보라는 ‘임신중지’ 경험자로서 “여성에게 죄책감과 수치심을 강요하는 낙태죄에 반대한다”고 역설한다. 지난해 낙태죄 폐지를 위한 ‘#나는_낙태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임신중지가 처벌 유무를 떠나 범죄로서 제도를 통해 다뤄진다면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은 죄책감ㆍ수치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생산에 관한 감정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는 그는 페미니즘과 장애학을 도구 삼아 질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것이 가능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길보라의 신간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자신과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기존 언어가 아닌, 장애학과 여성학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재해석한다. 저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장애인권, 페미니즘, 임신중지, 성폭력, 불법촬영물, 베트남전쟁 등 사회적 문제를 향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 책은 그간의 글을 ‘새로 쓰기’하며 엮어낸 것으로 그의 첫번째 사회비평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을 때, 그로 인해 일상생활의 수많은 부딪힘을 재해석할 힘이 생겼을 때,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혁명’을 맞이하는지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장애학과 페미니즘이라는 두개의 시선으로 일상의 경험과 사회문제, 역사적 사건의 현재적 의미를 바라보며 사유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수화언어를 배운 코다의 경험을 중심으로 세상을 정의한다. ‘나’라는 세상에 갇히지 않고 바깥과 어떻게 만날지 고민하며 잃어버린 것들의 제자리를 찾자고 제안한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왔던 경험을 페미니즘으로 읽어낸다. 3부는 우리에게 필요한 주거권·건강권·노동권·안전권에 대해 다루고, 4부에서는 코다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가 아닌, 장애인 세계를 만들어갈 방향을 제시한다. 5부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질문들로 엮었다. 아울러 새로운 판을 확장해내는 여성 동료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이 책은 누구든 자기만의 길이 있을 거라고 응원하며 ‘함께함’을 강조한다. 사회에서 제시하는 ‘이상적 인생, 성공한 직업, 생애주기에 따른 삶’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는 모습들을 그려내며 그러한 삶에는 언제나 용기 있는 ‘말하기’와 함께하는 ‘글쓰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이를 이어 자신이 말했듯 다음 사람도 이어 말하기를 바란다.” 저자는 서로의 말이 이어져 새로운 물결을 만든다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세 가지 스토리 

「지지 않기 위해 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부키 펴냄


‘체험형 글쓰기’를 표방해온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3년간 워킹푸어로 일한 경험담을 담은 「노동의 배신」을 출간해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 책은 그가 35년간 「가디언」 「타임」 등에 기고한 칼럼 등을 모았다. ‘빈곤과 불평등’ ‘건강 열풍에 숨은 진실’ ‘남성과 여성의 시대적 문제’ ‘양극화의 심화’ 등 6가지 주제로 나눴다. 총 36개의 글에서 그의 날카로운 진단과 특유의 풍자, 냉혹한 예견까지 엿볼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창비 펴냄


헤르만 헤세는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을   ‘고독한 사람들’이라고 비유했다. 한 독자의 편지에는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신이 인도인이나 중국인을 그리스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표현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풍성함이지요. 그래서 나는 떡갈나무나 밤나무가 아니라 ‘나무’라는 말이 가장 좋습니다.” 나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 셈이다. 이 책은 그의 나무와 삶에 관한 시와 에세이 39편을 한데 모았다.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다산북스 펴냄


201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책은 별다른 홍보 없이 수십만부가 팔렸다. ‘일’이라는 화두를 다룬 이 책에 왜 사람들은 열광했을까. 이 책은 중소기업에 간신히 취업해 하루하루를 패잔병처럼 살았던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그가 어떻게 세계 100대 기업에 드는 회사를 세우게 됐는지, 연매출 16조원 조직의 총수가 됐는지 등 60년 여정을 따라간다. 일과 삶에 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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