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의 헬스노믹스
커피 한잔과 뇌 건강
원두와 집중력의 상관관계

피곤할 때 커피 한잔을 마시면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커피를 마시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커피엔 이런 효능이 있을까. 일본 교린杏林대학 의학부 고가 요시히코 교수가 진행한 실험의 결과를 보면, 마음이 불안할 땐 과테말라산産 원두가 좋고, 집중력이 떨어졌을 땐 브라질산토스산 원두가 제격이다. 

커피가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가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를 마실 때 콧속으로 스며드는 독특한 향은 많은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러다 보니 점심은 라면으로 때우더라도 식후엔 그보다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하는 현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 교린杏林대학 의학부의 고가 요시히코 교수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커피 향은 사람의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원두의 종류에 따라 효과도 달라진다고 한다. 고가 교수는 ‘향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보고 수년 전부터 커피 향을 연구해왔다. 

고가 교수가 커피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건 원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 비교하기에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산지가 다른 원두가 사람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20대 피험자 수십 명의 머리에 작은 전극을 붙이고 5분 간격으로 여섯 종류의 커피향을 수십 초씩 맡게 한 후 ‘알파(α)파’의 변화를 조사했다. α파는 뇌가 순조롭게 활동하는 릴랙스 상태에서 후두부에 많이 나타난다.

여섯종의 원두는 브라질산토스, 과테말라, 블루마운틴, 모카마타리, 만델링, 하와이 코나로 정했다. 잘게 간 원두를 섭씨 90도의 물로 추출했고, 비교의 정확도를 위해 무취의 증류수도 준비했다. 실험 결과, α파가 가장 많이 나타난 원두는 과테말라와 블루마운틴이었다. 릴랙스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두 종류의 커피 향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상대적으로 만델링과 하와이 코나의 향을 맡았을 땐 α파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무취의 증류수와 비교해도 적게 나타났다. 고가 교수는 “모든 커피 향에 릴랙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원두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크다”며 실험 결과를 설명했다.

고가 교수는 커피 향을 맡았을 때 α파뿐만 아니라 ‘P300’이라 불리는 뇌파의 변화도 실험했다. P300은 인간의 집중도를 살피는 지표를 말한다. 이를테면 정보처리능력이다. 사물을 분별할 때 사람의 뇌는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이때 나타나는 뇌파가 P300이다. 

실험 방법은 α파를 조사했을 때와 비슷했다. 다만, 이 실험에선 피험자에게 헤드폰을 착용케 해 ‘낮은음에 섞여있는 높은음이 들릴 때 되도록 빨리 단추를 눌러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높은음을 인지해 그것을 얼마나 잘 알아차리는지 조사한 것이다.

고가 교수는 “향기는 보고 듣는 행위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가 교수는 “향기는 보고 듣는 행위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흥미롭게도 실험 결과는 α파의 실험 때와 반대의 경향을 나타냈다. P300이 빨리 나타난 원두는 브라질산토스와 만델링, 하와이 코나였다. 이 원두들은 뇌의 움직임을 활성화해 정보처리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α파가 가장 많이 나타나 릴랙스 효과가 컸던 과테말라와 블루마운틴은 P300이 상대적으로 늦게 나타났다. 편안하게 쉬고 싶을 때와 집중력을 높이고 싶을 때 어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다.

고가 교수는 이번 실험을 통해 “향기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향기를) 잘 사용하면 사람의 기분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며 “향기는 보고 듣는 행위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이나 자율신경실조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기 위해선 Rest(휴식), Relaxation(이완), Recreation(활성화) 등 ‘3R’이 필요하다. 아울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순간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그림 그리기와 같은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은 큰맘 먹고 시간을 내야 가능하다. 

고가 교수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스스로 내린 커피의 향기를 천천히 맡으면서 느긋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김국진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bitku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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