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저축에는 크게 2가지 방식이 있다. 가능한 한 많은 목표를 준비하는 가로저축과 한가지 목표에만 집중하는 세로저축이다. 필자는 상담자들에게 가로저축을 주로 권하지만, 세로저축을 활용하라고 조언하는 일도 종종 있다. 이럴 땐 빚을 빨리 갚아야 할 경우다. 모든 자원을 하나의 목표에 쏟아붓는 세로저축이 빚을 갚는 데 제격이라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부부의 세로저축을 도왔다.

빚은 가능한 한 빨리 갚는 게 좋다. 세로저축을 하면 수월하게 빚을 청산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빚은 가능한 한 빨리 갚는 게 좋다. 세로저축을 하면 수월하게 빚을 청산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무설계 2편 Review = 산더미처럼 쌓인 빚을 청산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던 한상준(가명·33), 이현희(가명·31)씨 부부. 남편 한씨가 주식과 암호화폐에서 큰 손해를 보면서 무탈했던 부부의 재정상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이너스통장 2000만원, 신용카드 대출 5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의 빚을 져가며 만들었던 종잣돈은 어느새 3100만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재테크 수익으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의 늪에 빠졌다.

올해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의 전셋값이 갑자기 오른 것도 타격이었다. 이를 감당할 돈이 없던 부부는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를 선택해야만 했고, 가계부에 월세(50만원)가 추가되면서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

부부의 재정상태는 이랬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두 사람의 월급은 남편 265만원, 아내 277만원 등 542만원이다. 지출은 정기지출 582만원, 비정기지출 월평균 91만원, 금융성 상품 4만원 등 677만원에 달했다. 한달에 적자가 135만원씩 생기는 셈이었다.

부부가 현재 상황을 털고 일어서려면 빚 청산(대출금 7000만원 중 3900만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두 사람은 필자와 함께 지난 1·2차 상담에서 지출을 최대한 줄여 목돈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주식과 코인을 모두 청산했다. 대출금 7000만원 중 이미 써버린 3900만원은 부모님께 돈을 빌려서 상환했다. 

부모님께 빌린 돈은 매월 100만원씩 갚기로 했다. 이런 혹독한 프로세스를 거쳐 부부는 정기지출 348만원, 비정기지출 29만원 등 377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적자 135만원과 매월 부모님께 상환할 금액(100만원)을 제외하면 부부는 총 142만원을 여유자금으로 확보하게 됐다.

■ 재무설계 최종편 = 이제 한씨 부부의 미래를 다시 그려나가 보자. 부부는 1차 상담 때 ‘대출금 상환’ ‘전셋집 이사’ ‘비상금 1000만원 모으기’를 재무계획으로 세운 바 있다. 일단 대출금은 부모님 돈으로 해결했으니 ‘부모님께 빌린 돈 상환’으로 수정했다. 비상금 1000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는 현실성이 없어 제외했고,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것도 당장은 실현하기 어려워 목표에서 뺐다.

그럼 남은 건 ‘부모님께 빌린 돈 상환’ 하나인데, 이렇게 재무목표를 1개로 좁히는 건 필자가 자주 쓰는 방식이 아니다. 보통 필자는 재무상담을 하러 온 부부에게 ‘가로저축’을 권한다. 가로저축은 여유자금을 자잘하게 나눠 최대한 많은 재무목표를 세우는 방식이다.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최대한 대비할 수 있어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부부에게 적용한다면 내집 마련, 노후준비, 자녀 양육비, 자녀 대학 등록금 등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세로저축’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는 가로저축과 달리 적은 목표를 세우고 자금을 집중해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씨가 부모님으로부터 빌린 돈은 3900만원. 한달에 100만원씩 갚고는 있지만 완납까진 3년3개월이 걸리는데, 그전에 부모님이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자가 없다지만 빚 상환을 질질 끄는 것도 부부에게 좋을 게 없다.

다행히 부부는 다른 상담자들에 비해 나이가 젊은 편이다. 당장 자녀를 가질 계획도 없어 남들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필자가 세로저축 방식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부는 부모님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데 최대한 집중하고, 이를 해결한 뒤에 가로저축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때 필자와 함께 다시 구체적인 플랜을 짤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부는 집 근처의 상호금융조합에서 통장을 하나 개설했다. 상호금융조합은 농협·수협·축협 등을 일컫는다. 이곳에서 1만~3만원의 소액을 지불하고 조합원 또는 준조합원 자격을 얻으면 이자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밖에 1.4%의 농어촌 특별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돈을 불리는 게 더 수월해진다. 부부는 여기에 월 100만원씩 저축하면서 빚을 갚기 위한 돈을 빠르게 모으기로 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1년 8개월 만에 빚을 전부 갚을 수 있다.

부부는 적립식 펀드(20만원)도 들어뒀다. 구체적으로는 10만원씩 쪼개 글로벌 펀드와 국내 펀드에 가입했다. 글로벌 펀드는 미국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우량주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펀드로는 자율주행과 전기차 배터리 등 성장 기대치가 높은 종목을 다루는 펀드에 투자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손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기존의 청약통장(4만원)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청약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1년 24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한 금액의 40%(최대 96만원)까지 소득공제가 된다는 것인데, 부부는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납입액을 4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남은 16만원은 CMA통장에 납입하기로 했다. CMA통장은 증권사에서 개설할 수 있는 통장이다. 보통 은행에서 쓰듯 입출금과 온라인뱅킹, 공과금 납부 등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밖에 주식·펀드 등 금융상품도 동시 이용이 가능하다. 하루만 예치해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CMA통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렇게 쓰임새가 다양해 ‘만능통장’으로 불리지만 단점도 있다. 수익성이 높지 않아 장기 투자나 수익성을 바라고 쓰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익보단 수수료면제 혜택이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활용해야 한다. 현재 한씨 부부는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 202만원을 CMA통장에 저축해 둔 상태인데, 만일을 위한 비상금 용도로 활용키로 했다.

이제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가 확보했던 142만원은 ‘부모님께 빌린 돈 상환(120만원)’ ‘청약저축 증액(6만원)’ ‘비상금 마련(16만원)’을 위해 골고루 쓰였다. 앞으로는 빚에 시달리는 일 없이 둘이서 착실하게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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