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학의 고전성형열전 ②|제齊나라 종리춘의 반전

 “사람은 자신이 겪는 경험을 거쳐서 새로운 눈이 열린다.” 법정 스님의 자전적 고백이다. 「텅 빈 충만」(샘터刊)에 나온다. 옳은 얘기다. 성형외과 전문의로 살면서 사자성어에 놀란 적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참고로 이 사자성어는 논어가 출전이라고 한다.

성형외과 영역에서 진료를 보면 볼수록, 항상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경험을 확인하게 된다. ‘성괴(성형 괴물)’가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이는 이마나 눈밑 애교의 지나친 볼록함,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높아진 코, 이상한 턱끝 모양 등 성형으로 인한 지나침의 결과물들이다.

▲ 중국의 4대 추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종리춘은 용모가 추했지만 빼어난 말솜씨로 황후의 자리에 올랐다.
그렇다면 성형 미인은 무엇을 말하는가. 쉽게 말해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를 일컫는다. 특정 부위의 성형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얼굴 전체나 그 일부를 과도히 바꾸면 홍대•강남클럽에서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외모가 돼 다른 사람과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예쁘게 보이려 특정 부위가 과장된’ 성괴가 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 성형도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정도가 될 때까지 해야 좋다는 뜻이다. 이를 강조하고 싶다.

옛날 이야기다. 중국 제齊나라 무염無鹽이란 동네에 종리춘鐘離春이란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의 생긴 모습은 이랬다. 「열녀전列女傳」에 묘사된 그녀의 모습이다. “절구통 같은 머리에 푹 들어간 눈, 길고 장대하며 큰 골절, 들창코에 목의 성대는 튀어 나왔으며, 두껍게 살이 찐 목과 드물게 난 머리카락, 허리는 굽었고 가슴이 튀어나왔으며 피부는 검은 옷칠을 한 것과 같았다.”

이만하면 굳이 가상성형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고쳐야 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가. 이 여자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쳐다봐 주는 남자가 없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동네를 떠났다. 먼 길을 걸어 고생한 끝에 임금이 사는 궁궐에 도착했다. ‘임금의 수많은 여자 중 한명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후궁 말석이면 어떠랴, 청소라도 시키면 해야지’하는 굳은 각오가 그녀에겐 있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기회로 작용해 훗날 제나라 선왕의 퍼스트레이디正后가 된다는 스토리는 후대로 이어오면서 못생긴 여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싹트게 했다.

이 중국사 이야기는 ‘별당아씨’로 널리 알려진 한국사 박씨부인과는 달리 외모의 반전이 없다. 못생긴 허물을 벗지 못해서다. 하지만 별당아씨처럼 종리춘 역시 뛰어난 능력이 있었으니 그것은 말솜씨였다.

 
외모와 목소리의 아름다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출중한 외모에 어울리는 뛰어난 능력이 한 개인에게 모두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자신이 겪는 경험을 통해 선입견이 깨지고 편견이 지워지면서 새로운 눈이 열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모나 관상으로 그 사람을 함부로 낮춰 보고,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속단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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