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을 둘러싼 불공정 의혹들
더 커진 몸집, 더 많은 부작용
내부 시스템과 철학 재점검 필요

쿠팡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다하다 이젠 ‘대기업에도 갑질을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면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된다. 몸집이 훌쩍 커진 쿠팡이 ‘대기업병’이란 몹쓸 병에 걸려버린 걸까. 쿠팡이 시장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숱한 비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할 때가 왔는지 모르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몸집 커진 쿠팡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이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이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다.[사진=연합뉴스]

“상품 판매가 부진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손해보전을 거론하고, 공급단가 인하까지 요구했다.” 2019년 6월,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이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이를 조사해달라고 신고했다.

LG생건이 지적한 쿠팡의 위반 사항은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이다. 아울러 자신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끊는 등 거래상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 갑질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LG생건 측은 “온라인 쇼핑몰 1위 업체인 쿠팡과 거래가 끊기면 매출 피해가 막대한 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했지만, 쿠팡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쿠팡 측은 “LG생건과의 관계에서 어떤 불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LG생건의 주장에는 “오히려 LG생건이 시장의 유력한 사업자”라며 “쿠팡은 여러 유통사 중 한곳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상품 반품 금지’ 위반 주장엔 이렇게 반박했다. “쿠팡이 주문 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3일 뒤 LG생건이 이를 인식하고도 40만원어치 상품을 임의 발송했다.”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위반 주장엔 “이미 논의된 사항”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고 대응하기도 했다. 


쿠팡은 이런 논리도 펼쳤다. “쿠팡은 고객에게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공급업체와 직거래를 선호하며, 대량주문으로 낮은 단가를 요청한다. 고객을 위해 공급업체에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건 잘잘못을 가릴 일이 아닌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고객은 점점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사게 될 것이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공정위는 2019년과 지난해 두차례 현장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직권으로 이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했고, 지난 11일 전원회의가 열렸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LG생건이 신고한 2년 만에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일반적으로 전원회의 2주 후에 결과를 공개해 그 내용은 아직 알 수 없다. 과징금 철퇴를 맞을 수도, 시정명령에 그칠 수도 있다. 

갑질 의혹을 받는 쿠팡에 어떤 제재 수위가 결정됐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앞으로다. 쿠팡이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건 이 사건뿐만이 아니라서다. 최근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다른 납품업체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알고리즘을 바꿔 PB 상품을 화면 상단에 배치하고 다른 상품을 하단으로 내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 상품을 상단에 올리고 경쟁사 순위는 떨어뜨려 ‘과징금 267억원(네이버쇼핑 265억원, 네이버TV 2억원)’이란 철퇴를 맞았는데, 쿠팡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는 거다. 

불공정거래로 시정명령도 받았다. 쿠팡은 같은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올리는 판매자에게 해당 상품의 매출을 몰아주는 ‘아이템위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판매자와 체결하는 약관에 ‘쿠팡이 판매자의 상호나 상품 이미지 등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조항을 뒀다. 그리고는 판매자들이 제공하는 상호나 상품 이미지를 사용해 아이템위너 제도를 운영해왔다. 
 

쿠팡의 아이템위너 제도는 불공정하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 5월 참여연대가 이 사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단돈 1원이라도 싸게 파는 판매자가 이전 판매자의 상품 이미지와 고객 후기 등 모든 것을 갖도록 하는 건 저작권 및 노하우 탈취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결국 판매자 간 치킨게임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쿠팡을 ‘약관규제법’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약 2개월간의 심사를 거친 후 공정위는 지난 7월 21일 “법적인 의도와 한계를 넘어 저작물에 대한 권한을 과도하게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며 입점업체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조항 등을 시정해 판매자의 콘텐츠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9년 LG생건이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했을 때 “쿠팡이 대기업에도 갑질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2년이 지난 지금 쿠팡의 영향력은 그때보다 훨씬 커졌다. 

쿠팡은 현재 네이버·신세계에 이어 온라인쇼핑 시장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7조1531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3조9236억원으로 두배가량 성장했다. 거래액은 22조원(2020년 기준)에 달한다. 10%였던 시장 점유율도 13%로 상승했다. 이 말은 쿠팡이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부나 공정위의 날카로운 잣대도 필요하지만 결국엔 쿠팡이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공정위가 쿠팡 제재 수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연합뉴스]
공정위가 쿠팡 제재 수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연합뉴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불안한 시그널들이 자꾸 나오는 걸 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기업 내부에서 변화가 있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쿠팡은 그동안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사업 확장을 의욕적으로 해왔고, 다행히 성과도 좋았다. 투자도 잘 받았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내부에서 사업 확장 의지가 지나쳤던 것 같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곳곳에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제부터라도 내부적으로 시스템이나 경영 철학을 차분하게 돌아보고, 사업 본질적인 걸 고민해봐야 한다. 한없이 성장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쿠팡은 이런 쓴소리에 귀 기울여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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