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앤서니 제임스 작가 초대전

50 Octagon Wall Portal, 2019_Powdercoated Stainless Steel, Glass, LED Lights_127×127×38.1㎝
50 Octagon Wall Portal, 2019_Powdercoated Stainless Steel, Glass, LED Lights_127×127×38.1㎝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좋은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는 오페라갤러리에서 8월 26일까지 앤서니 제임스(Anthony JAMES) 작가의 초대전을 진행한다. 융복합적 미디어 아트 작품을 주로 제작하는 앤서니 제임스는 빛을 창조적 매체로 활용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영국계 미국인 예술가로, 몰입감 넘치는 조각과 설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페라갤러리는 빛마저 조형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야심찬 예술가인 앤서니 제임스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예술적 언어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냥 봐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독특한 도형의 조합을 가진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시작은 어땠을까. 작가의 과거로 가보면 예술작품의 기원을 엿볼 수 있다. 시대적으로 혼란스러웠던 1970년와 1980년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어려서부터 세상에 존재하고 있을 나름의 ‘질서’를 찾아내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만나는 방법을 택했다. 이때 그는 형식주의와 미니멀리즘 예술에 빠져들었다. 이런 내면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갈등에 의해 그의 작품엔 미니멀리즘·신비주의·연금술·영성과 과학의 개념을 내재하게 됐다. 

또한 이런 사상들을 물질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매체를 찾던 그는 강철·LED·유리 등 산업 재료를 채택했고, 이를 통해 끝없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드는 작품을 제작해 냈다. 작가의 코멘트를 들어보자. “나의 의도는 무한대, 즉 우주와 같은 불가능한 개념을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존재로 끌어내는 것이다. 과학·영성·철학을 내가 아는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방법으로 표현하려 한다.”

그의 작품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가 보자. 앤서니 제임스의 여러 연작 중 대표작인 ‘Portal’은 유클리드 기하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3차원에서 완벽한 대칭을 작품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구조적 일관성과 정확한 수치를 찾아냈다. 

80 Icosahedron_Stainless Steel, Specialised Glass, LED Lights_203.2×203.2×203.2㎝
80 Icosahedron_Stainless Steel, Specialised Glass, LED Lights_203.2×203.2×203.2㎝

이같은 정교한 철학적 물리적인 기법으로 ▲12개의 정오각형으로 이뤄진 도데커히드론(Dodecahedron) ▲20개의 정삼각형으로 구성된 아이코사히드론(Icosahedron) ▲4개 혹은 그 이상의 다면체 30개로 이뤄진 트라이아콘타히드론(Triacontahedron) 등 작품을 만들었다. 이런 작품들은 마치 소우주를 보는 듯 조화롭고 우아하며 그러면서도 대칭적이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띠고 있다. 이는 갤러리를 내방해 직접 작품을 관람하는 모든 이가 감탄하는 요소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세상의 규칙성을 찾기 위해 기하학을 연구하던 철학자 겸 수학자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삼각자와 수학 도구를 활용해 오래전에 끝없이 펼쳐진 우주와 물리적인 세계를 자각하고 있었다. 이런 그들의 사유는 책을 통해 혹은 조각을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 서고자 하는 현대 예술가가 앤서니 제임스가 추구하는 길이다. 


앤서니 제임스가 만든  작품 앞에 서 있으면 우리는 한없이 뻗어나가는 듯한 미지의 공간과 접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는 무한한 우주를 볼 때 맞닥뜨리는 두려움과 숭고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사람들은 우주 한가운데 존재하고 있지만, 중력 때문에 그 사실을 감지를 못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철학·종교 등에서 영감을 얻은 아티스트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초월한 진리를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한국에 초대된 앤서니 제임스의 작품 세계를 통해 무한을 초월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의 평온이 주는 감정을 느껴보길 기대해 본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