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이설영 작가 개인 초대전

The Space-Photo Drawing Green and Black Lines_2019_피그먼트 프린트_60.6×90.9㎝
The Space-Photo Drawing Green and Black Lines_2019_피그먼트 프린트_60.6×90.9㎝

이설영 작가의 개인 초대전이 8월 29일까지 ‘Temperature of Space’란 타이틀로 Choi Contemporary Art 갤러리에서 진행됐다. 현실의 층 위에 세워진 회화적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이설영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그는 기존의 실제 공간과 사물의 모서리에 라인테이프를 붙이거나 직접 외곽선을 그려 넣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가상의 공간을 덧입힌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그의 작품전을 관심 있게 지켜봐 왔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 초대전을 통해 그의 연작을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면 지금까지의 작품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The Space-Photo Drawing’ 연작은 실제 공간과 사물의 모서리에 라인테이프를 부착한 후 이를 촬영한 사진이다. 작은 트릭을 통해 2차원과 3차원, 실재와 이미지의 미묘한 간극을 보여준다. 실제 대상을 촬영했는데도 라인테이프에 의해 분할돼 선과 색면으로 구성된 화면은 그림처럼 보인다. 

실제 공간과 사물에 부착된 라인테이프는 현실세계인 일상 속 대상의 외곽을 강조함으로써 그 존재를 부각한다. 하지만 원근과 양감을 감소시켜 평면화함으로써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내 실재하는 대상의 재고찰을 유도한다. 그래서 현실과 회화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간극을 사라지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인테이프를 이용한 작업은 이후 실제 사물의 모서리에 외곽선을 그려 넣는 ‘Moving Drawing’ 연작으로 이어진다. 손으로 그 형태를 더듬으며 직접 선線을 그려 넣은 실제 사물들은 ‘어떤 형상을 드로잉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입체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회화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평면과 입체 사이에 실재하는 사물들은 그것들이 점유하는 물리적 공간과 호흡하고, 관람자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된다. 그림이 지워지기도 하고 더 그려지기도 하는 것처럼, 관람자가 주도하는 움직임에 의해 부분적으로 가려지기도 하고 다시 보이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다양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현실 세계의 관람자들과 작품이 점차적으로 통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Temperature of Space(2021) 전시 전경
Temperature of Space(2021) 전시 전경

‘My Artwork Box’ 연작은 ‘Moving Draw ing’ 연작과 연계된 페인팅이다. 모든 모서리에 검은 선이 둘린 캔버스는 여러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캔버스’란 사물의 검은 모서리 선과 이미지 속의 검은 선이 만나 마치 실제 상자와 같은 공간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착시효과를 줬다. 또한 그림으로 재현된 대상들 중 갤러리 공간에 실재하는 요소들을 찾아보면서,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이미지와 갤러리 공간 사이에서 확장된 공간의 개념을 체험하게 만들어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공간은 이미 존재하는 현실 세계로 인식된다. 작가는 현실의 ‘모방’과  ‘재현’이란 원리 속에서 사진·설치·회화 등 다양한 미술의 매체와 장르를 혼합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입체, 현실과 이미지가 혼재된 공간을 작업으로 구체화한다. 매체의 본질을 향한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실재와 이미지를 탐구하는 활동은 2·3차원의 경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제3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이 현실로 확장하는 단계로 가고 있고, 세상 속 비즈니스는 이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이런 메타버스는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공간을 덧입히긴 하지만 그래도 현실과 디지털세계는 만져지지 않는 실체적인 한계를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설영 작가는 사상의 세계를 사람이 인식하는 범주로 끌어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회화적·조형적 기법을 통해서 구현해낸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앞으로 어떤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이유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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