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각지대’에서 불 밝히는 멘토링
멘토와 멘티로 만나는 정겨운 동네친구

영국에선 2018년부터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겸하고 있다. 고독사를 국가 정책 의제로 다뤄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대책을 수립한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가. 지난해 서울시에서 사망한 6697건의 사망자 관련 자료 중 1029건은 고독사로 확인됐다(고독사 확실 51건, 고독사 위험 978건). 꼭 고독사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는 이런 외로움을 더 깊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을 게 분명하다.

등교 제한으로 학교 담장 밖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의 보살핌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지만, 등교가 제한된 상황에선 함께 웃고 떠들 사람도,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도 없다. 이런 사각지대의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더스쿠프(The SCOOP)가 멘토링NGO 러빙핸즈를 만나 들어봤다.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와 ‘관심’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와 ‘관심’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선생님이 계신가요?” “학교에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있나요?” 교육부가 지난해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만1179명에게 물어본 질문인데, 결과는 예상대로다.

긍정을 의미하는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대답이 전년(2019년) 대비 줄어들었다. 이는 학교생활에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를 가늠하는 ‘심리적응도’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선생님·친구들과의 교류가 줄어든 탓에 심리적응도는 전년 대비 악화했다. 원격수업으로 환경이 어떻게 변했냐는 질문에는 ‘선생님과의 의사소통(상담·질의응답)이 줄었다’ ‘친구와의 교류가 감소했다’는 응답이 잇따랐다.

설문조사의 평균치도 이런데, 하물며 취약계층은 어떻겠는가. 많은 가정에선 학교에서 충족하지 못한 것들을 물질적·정서적으로 대체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취약계층에겐 언감생심이다. 엄마 또는 아빠는 돈 벌러 나가야 하고,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연로하시다. 이는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한 코로나19 국면에서 ‘교육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디 마음 둘 곳 없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잠깐 불러내 산책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1대1 멘토링으로 사각지대에 불을 밝히고 있는 멘토링NGO 러빙핸즈는 ‘동네친구’를 모토로 어른과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매칭해준다. 어른은 믿고 의지할 멘토가 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귀여운 동네친구가 된다.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와 김혜영 활동가, 그리고 러빙핸즈멘토링에 참여한 이루다 멘토, 이재석 멘티는 코로나19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와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 코로나19로 정상적인 등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이 많습니다.
김혜영 러빙핸즈 활동가(이하 김혜영 활동가) : “현재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겐 갈 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엔 학교를 마치고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식사를 제공받기도 했는데요. 감염 확산 우려로 그것마저 제약이 생기다 보니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습니다.”

박현홍 러빙핸즈 대표(이하 박현홍 대표) : “한부모가정이 특히 그래요. 엄마 또는 아빠가 일을 나가면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선생님도, 친구들도 만날 수 없게 되니까 하루 종일 집에서 TV만 보더라고요.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도 없으니 편의점에서 해결하고요. 요즘 홈캉스 같은 거 많이 하잖아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 집에서 즐길거리들이 그래도 좀 있을 텐데, 그럴 만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 코로나19 국면에서 한부모가정을 둘러싼 환경이 더 열악해졌죠.
박현홍 대표 : “맞습니다. 무엇보다 만날 사람이 없다 보니 이전보다 아이들이 더 고립되고 있습니다.”


✚ 정부에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지만,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김혜영 활동가 :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정책적 지원이거든요, 코로나19로 온라인학습이 시행됐는데, 취약계층은 각 가정에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 이를테면요?
김혜영 활동가 : “정부에서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대여해주잖아요. 그런데 태블릿PC는 화면이 작아서 수업을 들을 때 아무래도 제약이 좀 있죠.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어떻게든 태블릿PC로 해내야 하는, 그런 상황들에 놓이는 거죠. 더 안타까운 건 선택할 수 없는 그런 복지마저 나의 가난함을 증명해야 제공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죠.”

박현홍 대표 : “그래도 선별적으로 이뤄지던 복지가 보편적으로 이뤄졌다는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제적인 지원들이 아이들에게까지 얼마나 미치고 있는지 일일이 알 수 없다는 게 한계이긴 하지만요. 물론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힘들 때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 그런 점에서 러빙핸즈의 1대1 멘토링은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있겠네요.
박현홍 대표 : “요즘같이 활동이 집안으로 제한돼 있을 땐 관계망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동네친구인 멘토를 잠시 만나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는다거나, 근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김혜영 활동가 : “코로나19로 외출도 자유롭지 않고, 모든 게 제한된 이 상황에서 멘토링이 그나마 멘티들에게 쉴 곳이 돼 주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이때에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러빙핸즈멘토링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 멘토와 멘티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이루다 러빙핸즈 멘토(이하 이루다 멘토) : “저는 멘티와 그야말로 ‘밥 친구’예요. 집이 가까워서 서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연락해서 저녁 먹고…. 그런 소소한 일상들을 함께 하고 있어요. 멘티가 컴퓨터를 전공하고 있는데, 과제물이나 PPT를 만들어서 보여주기도 해요.”


✚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힘들다고 하진 않던가요?
이루다 멘토 : “제 멘티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다행이지만 등교가 제한된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배움도 놓치고 있는 거 같고요.”

✚ 장기 멘토링이다 보니 멘티가 성장하는 모습도 지켜보게 되는데요. 감회가 새로울 거 같습니다.
이루다 멘토 : “멘티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나서 올해로 벌써 5년차네요. 꼬박꼬박 만나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69번 만났네요. 이제 1년 후면 멘토링이 끝나요. 그때까지 멘티와 잘 놀아보려고요.” 

동네에 좋은 친구가 있다면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동네에 좋은 친구가 있다면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1대1 멘토링은 ‘홀로 남은 아이들’에게 좋은 솔루션이다. 더구나 이야기를 나눌 만한 멘토가 ‘가까운 동네’에 있다면 코로나19와 같은 ‘비대면 국면’에서 기인하는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1대1 멘토링을 받은 ‘멘티’는 어떻게 생각할까. 러빙핸즈의 멘티 과정을 졸업한 이재석 학생(사회복지전공)은 “멘토와 일상을 나누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꿈을 찾았다”고 말했다. 2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이제 ‘누군가의 멘토가 되겠다’면서 멘토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 멘티가 멘토가 된다니, 멋진 선순환이네요. 멘토링으로 받은 영향이 컸나 봐요.
이재석 러빙핸즈 졸업멘티(이하 이재석 멘티) : “저는 저시력 장애가 있어서 활동반경이 넓지 않았어요. 어머니와 둘이 사는데 멘토링 이전엔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하지만 멘토링에 참여하면서 도서관에 가거나 러빙핸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야외 활동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더 큰 변화는 따로 있지만요.”


✚ 더 큰 변화요? 그게 뭐죠?
이재석 멘티 : “전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어요. 그런데 제 멘토께서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어요. 그 덕에 꿈도 찾을 수 있었고요.”


✚ 어떤 꿈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재석 멘티 : “저는 한부모가정에서 자랐어요.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관심이에요. 그때 아무도 제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더라면 전 이렇게 성장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고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일반화한 이후 교육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약계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들에게 교육용 스마트기기를 지원하고, 비대면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건 ‘관심’이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사각지대를 메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홀로 남은 그들에게 ‘관심’을 보내는 것이란 얘기다. 

누군가 나서주면 좋은데, 안타깝게도 이건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설 일이 아니다. 예산을 쏟아부어 자원봉사자를 투입한다고 해도 해결될 수 없다. 소외된 그들을 ‘마음’으로 품지 못하면 행정력을 동원하는 게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 사회가 1대1 멘토링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
박현홍 대표 : “지금은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1대1 멘토링의 대상을 독거노인, 장애인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거든요. 그때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외로움과 힘겨움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이루다 멘토 : “꼭 취약계층의 아이들이 아니라도, 학창시절을 지나는 아이들에겐 고민이 많잖아요. 어른인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겐 힘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

김혜영 활동가 : “둘러보면 도움을 청할 곳이 분명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손 내밀어 주세요. 그게 1대1 멘토링의 시작이고, 코로나19 등으로 생긴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이라고 생각해요.”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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