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전기차 보급 속도 빨라지면서
화재사고 함께 급증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필요해

세계 각국이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동차 시장에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확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전기차의 안전성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일반 화재사고에 비해 진압이 어려워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이 신뢰할 만한 전기차 시장을 위해 화재를 방지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전기차 화재사고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진압이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화재사고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진압이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2050 탄소제로’ 정책을 발표하며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4%가 운송부문(자동차철도항공해운)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소 배출량 감축은 자동차 업계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현시점에서 전기차수소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부상이 필연적인 이유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의 급성장이 두드러진다. 2020년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24만대로 전년(226만대) 대비 43%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것에 견주면 놀라운 성장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9%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배출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건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한가지 걱정이 드는 대목이 있다.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 충전으로 인한 감전, 급발진 등의 사고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화재사고다. 지난해 테슬라와 현대차에 이어 최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의 순수전기차 모델인 ‘볼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적한다. 현재 완성차 기업들이 주로 채택한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다른 배터리에 비해 부피와 무게가 작은 데다 에너지 효율성까지 높아 ‘가볍고 빠른’ 차를 만들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압력이나 충격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번 타격을 받으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곧장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발열 반응이 일어났을 때 바로 냉각하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열에너지가 증가해 배터리 내부의 에너지가 팽창한다. 이때 배터리에 불씨가 붙기 시작하면 어떤 소화기를 사용해도 쉽게 꺼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화재로 이어진다. 

지난 4월 미국에서 발생했던 테슬라 전기차의 화재사고만 봐도 그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당시 7명의 소방관이 8시간 동안 11만L의 물을 퍼붓고 나서야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참고: 내연기관차의 평균 화재진압 시간은 1시간, 진화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1100L 수준이다.]

향후 화재를 방지할 대책을 찾지 못한다면 전기차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인적ㆍ물적 자원의 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가 전기차 화재사고의 중대 요인인 만큼, 현재로선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배터리의 셀 내부에 화재진압 용제를 담은 마이크로캡슐을 장착하는 등 다양한 화재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시대를 맞아 전기차의 주가가 치솟고 있는 만큼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는 안전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결코 외면해선 안 된다. 근본적인 화재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안전기술을 연구해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의 보급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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