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점포 절도범죄의 덫
가해자 대부분 미성년자
피해 소홀히 다뤄선 안돼

최근 무인 점포를 노린 특수절도범죄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심각한 건 무인 점포 절도의 가해자가 주로 10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가해자가 촉법소년인 탓에 피해 점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무인 점포 절도범죄를 근절할 방법은 없을까.

무인 점포가 늘면서 사람이 없는 틈을 노린 절도범죄가 급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무인 점포가 늘면서 사람이 없는 틈을 노린 절도범죄가 급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무인 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무인 밀키트 판매점까지…. 거리를 걷다 보면 ‘무인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무인 점포 전환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문제는 무인 점포가 증가하면서 뜻밖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인 점포’를 노린 절도범죄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9월 5일에는 무인 점포에 들어가 쇠 지렛대로 계산기를 뜯고 현금을 훔친 10대 두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무인 점포 19곳을 돌며 총 700여만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례뿐만이 아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조사 결과, 무인 점포 절도 사건은 2019년 203건, 2020년 367건에서 올해 1~5월 686건으로 급증했다.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무인 점포 전환을 고려하는 자영업자가 많은 만큼, 절도범죄를 예방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무인 점포 절도엔 어떤 처벌 규정이 적용되고 있을까. 단순히 점포에 있는 물건을 훔쳤다면 형법 제329조 절도죄에 해당된다. 2인 이상이 함께 훔쳤다면 형법 제331조 특수절도죄에 해당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된다. 만약 한 명은 망을 보고 한 명만 물건을 훔쳤더라도 망을 본 사람 역시 특수절도죄로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된다. 

앞서 언급한 쇠 지렛대로 계산기를 뜯고 현금을 훔친 10대 두명의 경우, 특수절도죄는 물론 재물손괴죄에도 해당된다. 손해배상의 책임도 져야 한다. 훔쳐간 물건의 값은 물론 가게 내부를 파손한 경우 수리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설사 점주와 합의를 한다고 해도 점주의 정신적 피해 및 영업손실 등에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이렇게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무인 점포 절도범죄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건 가해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절도범죄 청소년(미성년자)은 상습절도 등 과거 전력이 없는 한 경찰 조사 후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리되거나 소년법원으로 송치된다.

소년법원에선 이들에게 전과가 남는 처벌 대신 전과가 남지 않는 선도 목적의 보호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절도 금액이 아무리 많고, 상습범이라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피해 점주도 손해배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 가해자가 미성년인 데다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 부모로부터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가해자의 부모가 ‘(자녀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점주가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무인 점포 절도의 가해자는 주로 10대 청소년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인 점포 절도의 가해자는 주로 10대 청소년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 형사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설사 피해 점주가 피해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되레 가해자로부터 원성을 듣는 일도 숱하다. 사례 하나를 보자.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분을 산 게시글 관련 내용이다. 자신을 12살 자녀를 둔 부모로 소개한 작성자가 올린 글이다.

“아이가 무인 편의점에서 젤리 등 총 3만~4만원어치의 물건을 훔쳤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점주에게 합의금 30만원을 주고 법원까지 다녀왔다.” 자신의 자녀가 물건을 훔쳤음에도 되레 점주를 원망하는 글이었다. 

작성자는 “동네 아이들을 모두 절도범으로 만들지 말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라”면서 “가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절도를 부추기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적반하장으로 절도의 원인을 무인 편의점 점주에게 돌린 셈이다. 


그렇다면 점주는 정말 절도를 부추긴 걸까. 그렇지 않다. 무인 점포는 나름대로 절도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가게 안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계산기에 잠금장치도 걸어두고 있다.

경찰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경찰은 청소년의 절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홍보용 포스터를 학교 전담경찰관을 통해 배포하기도 한다. 아울러 점포 출입문에 ‘경찰관 순찰 구역’이란 경고성 문구를 적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근절되지 않는 무인 점포 절도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린 부모처럼 자녀에게 “절도가 잘못”이라고 지도하지 않는다면 무인 점포 점주의 노력이나 경찰의 예방 활동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범죄 청소년으로선 내 부모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두둔하는데 학교 선생님이나 경찰, 주위 사람들의 꾸지람이나 비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무인 점포에서 시작한 작은 절도가 더 큰 범죄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먼저 인지해야 한다. 자녀가 물건을 훔쳤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응당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게 부모의 올바른 자세 아닐까.

그래야 아이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엔 그만한 책임이 따르고,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을 수 있다.


물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개선할 점도 적지 않다. 필자는 가해자가 촉법소년이고 전과가 남지 않는 보호처분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점주의 ‘피해’를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조속히 피해 보상을 한다면, 그에 따른 정상 참작을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무인 점포 운영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점주는 소비자를 믿고 24시간 가게를 개방한다. 점포에 사람이 있든 없든, 소비자는 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사회적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글=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 더스쿠프

정리=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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