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1] 장벽 털어 통합한 기업들

어느 기업이든 마찬가지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조직 구성원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해야 한다. 통합보다 무서운 힘은 없고, 통합보다 강력한 경쟁력은 없다.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함께 가자’는 마인드로 승부를 걸어야 조직을 통합할 수 있다.

▲ 조직원이 한 곳을 보고 뛰어야 기업이 성장한다. 요즘처럼 극심한 불황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CEO라면 하루빨리 '통합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국인은 창의력과 끼를 가진 민족이지요. 어떻게 하면 그 능력을 끄집어내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연구했습니다. 우선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기업회생 ‘턴어라운드’의 살아있는 신화, 서두칠(74) 동원시스템즈 전 부회장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가 현역 시절 ‘죽음의 바다’에서 기적적으로 살려낸 한국전기초자(TV 및 모니터용 브라운관 제조업체)의 회생스토리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서 전 부회장은 혁신적인 통합마인드로 바람 앞에 촛불 같던 부실기업을 살려냈다.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 1997년, 한국전기초자는 국내외 기업평가사들로부터 회생불가판정을 받았다. 부채비율은 1114%였고 부채는 4700억원에 달했다. 한국전기초자의 경영권은 대우그룹으로 넘어갔고, 당시 대우전자 부사장이던 서 전 부회장이 한국전기초자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회생불능 기업 3년만에 흑자전환

“사실 4700억원이라는 부채는 재무제표상의 수치일 뿐이었죠. 부실재고와 미지급금 등을 합치면 7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외환위기까지 터졌다. 재무상태가 우량한 회사조차 긴축경영으로 전략을 수정할 때, 그는 다른 길을 걸었다.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이끌면서도 전 직원을 끌어안았다.

“아무리 어려워도 인력감축은 답이 아닙니다.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은 직원조차 위축돼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일자리를 빼앗지 않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한 뒤, 판매와 경영정보, 그리고 연구개발(R&D) 내용 등 회사정보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이후 직원들은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기 시작했죠.”

남들이 뺄셈에 열을 올릴 때 그는 덧셈을 생각한 거다. 서 전 부회장의 덧셈전략으로 직원들이 뭉치자 한국전기초자는 부활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고, 회사에는 조금씩 웃음꽃이 피었다. 그로부터 3년 후, 한국전기초자는 기적을 연출했다. 모든 부채를 깔끔하게 정리한 거다. 한마음으로 뭉친 직원들의 역량이 다른 기업보다 3배나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 결과다.

서 전 부회장이 되살린 기업은 한국전기초자뿐만이 아니다. 적자에 시달리던 이스텔시스템은 2002년 취임한 지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부채는 60%가량 줄어들었다. 2010년 8월까지 경영에 참여한 이화글로텍의 신용등급 역시 단 1년 만에 CCC에서 BBB급으로 수직상승했다.

서 전 부회장은 ‘죽은 기업을 살리는 CEO’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리더십은 ‘통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직원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회생의 발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 전 부회장의 통합경영은 미국 타임지도 주목했다. 타임지는 2004년 25명의 영향력 있는 글로벌 경영인으로 서 전 부회장을 꼽으며 “대부분의 CEO들은 ‘나를 따르라’고 말하지만, 서두칠은 ‘함께 가자’고 한다(Most Ceos say ‘follow me’, says Suh Doo Chil ‘I say, let's go.’)”며 그의 경영스타일을 설명했다.

통합경영의 시대다. 직원을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게 만드는 건 CEO의 새로운 덕목이다. 통합경영의 열쇠는 소통이다. CEO와 직원이 소통하지 않으면 기업은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목표가 흔들리고 전열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열린 문 정책(open door policy)’이라는 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하위직원이 상급자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수평적 제도다. 인텔은 44년의 기업역사를 이어오면서 숱한 위기에 직면했다. 1980년대 초 일본 메모리기업의 강력한 도전이 있었고, 1990년대 초에는 인텔 클로닝(짝퉁) 제품의 역습에 시달렸다.

하지만 어떤 위기도 인텔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인텔은 위기에만 직면하면 ‘불사조’가 됐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수평적 기업문화로 인한 원활한 소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열린 문 정책’으로 인한 수평적 조직문화 외에도 인텔은 직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큐비클’이라고 하는 인텔만의 특수한 근무공간은 직원 개개인에게 독립된 업무공간을 보장한다. 수평적 마인드를 강조하는 회사인 만큼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일정한 큐비클에서 자유롭게 근무한다. 지식노동자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다.

구글은 인텔과 비슷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구글은 직원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통합을 이끌어낸다. ‘꿈의 회사’라 불리는 구글의 직원복지는 어떤 글로벌 기업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구글러(구글 직원)는 구글사옥을 구글플렉스(Googleplex)라고 부른다. 사옥에는 수영장•테니스장•마사지공간이 있고, 곳곳에 배치된 구내식당에서는 최고 품질의 뷔페식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모두 공짜다.

근무시간에 수영을 하거나 벤치에 누워 있는 직원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20% 프로젝트’는 구글의 또 다른 파격적 근무제도다. 하루 근무시간의 20%인 1시간30분은 업무를 아예 하지 않는다. 자유로운 구글의 기업운영 메뉴얼 중 거의 유일한 강제조항이다.

이때는 업무 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구글의 혁신적인 아이템 중 상당수가 20% 프로젝트 중 나왔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직원이 가장 소중하다”며 “회사와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있는 직원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직원사랑은 강한 애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애사심은 구글이 통합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바뀌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직원사랑→애사심→통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구글을 강력한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수평적•독립적 기업문화가 통합 이끌어

▲ 구글러들은 자신들의 사옥을 구글플렉스(Googleplex)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마사지숍, 수영장, 뷔페식당 등 직원편의를 위한 모든 시설이 구비돼 있다. 복지확대를 통해 구글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통합을 이끌어 낸다.

선순환구조가 명확한 구글의 조직은 알찬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익스페리언 히트와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구글의 미국검색시장 점유율은 65.3%에 달한다. 야후(13.9%)•빙(12.9%)을 멀찌감치 따돌린 수치다. 모바일 OS시장 점유율은 절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2년 3분기 구글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52.5%)에 비해 크게 늘어난 72.4%를 기록했다.

최근엔 스마트워킹 전략을 통해 조직을 하나로 묶는 전략도 유행이다. KT는 2009년 전국 16개 사옥에 스마트워킹 센터를 개소하고 첨단 IT인프라를 조직운용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KT의 직원 3만2000명 중에서 63%가 스마트 워킹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스마트 워킹은 조직통합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조직장벽이 무너졌다. 한 명이 다수의 직원과 의사소통을 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구조도 만들어졌다. 스마트 워킹 시스템으로 조직장벽이 무너져 ‘통합’으로 가는 관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요즘 같은 글로벌 불황에 이보다 더 꼭 맞는 말이 있을까. 통합전략이 조직을 살리는 시기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