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찾는 MZ세대
공동구매 플랫폼 급증
법망 밖에서 크는 시장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색적인 대체투자 시장을 취재한 건 2020년 5월이었다. 미술품 공동구매, 음원 저작권 분할 거래 등에 시장의 관심이 몰리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다시 들여다본 시장은 몰라보게 커져 있었다. 대체투자 대신 ‘조각투자’라는 말이 통용됐고, 공동구매 플랫폼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술품 공동거래 규모 역시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음원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성장은 눈에 띈다. 시장에 경쟁자가 거의 없는 탓에 다른 플랫폼보다도 성장세가 가팔랐다. 

문제는 1년 5개월 전 조각투자 시장이 품고 있던 위험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엄연히 ‘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조각투자 플랫폼 중 금융투자업체로 등록한 곳이 없다는 점은 위험한 변수였다. 더스쿠프가 가파르게 성장 중인 조각투자 시장을 한번 더 점검해 보기로 한 이유다. 뮤직카우 1년 5개월의 기록과 함께 조각투자 시장의 현황과 미래를 분석했다.  

 

2020년 5월, 음원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를 취재했을 때만 해도 저작권 투자는 낯선 영역이었다. 음악·미술품 등 이색적인 대체투자가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수익을 내기보단 테스트 삼아 해보는 흥미로운 투자처라는 인식이 컸다. 

당시 회원은 8만명, 보유한 음원 저작권은 380개에 불과했던 뮤직카우는 1년 5개월이 흐른 지금 가파르게 성장했다. 회원은 70만명으로 늘었고, 보유한 음원 저작권은 1만개를 넘어섰다(900곡 거래 가능).

거래액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2020년만 해도 거래액이 300억원 수준이었는데, 본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한 지난 8월엔 한달 거래액만 559억원을 기록했다. 마케팅 효과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9월 거래액은 7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뮤직카우 사이트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거래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던 지난해엔 옥션 외엔 시선을 잡을 만한 게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메인 화면은 각종 이벤트와 윤종신·선미·이무진 등 홍보가수 사진이 장식하고 있다. 옥션에는 옛날 노래뿐만 아니라 ‘그중에 그대를 만나(이선희)’ ‘선물(멜로망스)’ 등 인기곡도 다수 올라와 있다. 실시간 유저 거래창을 들여다보니 초 단위로 음악 저작권이 거래되고 있었다. 

뮤직카우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엔 ‘역주행 신화’로 불리는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있다. 롤린의 저작권은 2020년 12월 뮤직카우에서 1주당 2만3000원대에 판매됐는데, 올 3월 유튜브를 중심으로  ‘롤린’이 급작스럽게 재조명된 이후엔 1주당 무려 131만원대(9월)까지 치솟았다. 일찍 구매했다면 최대 5000%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투자자들이 저작권 투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도 그 즈음이다. 

 

기자의 머리에도 문득 지난해 뮤직카우를 취재하면서 저작권을 경험 삼아 구매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거래방법을 알기 위해서였는데, 인기 아이돌 그룹 노래의 저작권 1주를 6100원에 구매했다. 타이틀곡이 아닌 탓에 별 기대를 두지 않았고, 한달에 한번씩 뮤직카우에서 “저작권료 수익이 정산됐다”는 알림문자가 왔지만 관심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뮤직카우 1년 5개월 후’를 취재하면서 확인한 수익률은 놀라웠다. 원금 대비 저작권 평가액은 구매 당시(2020년 5월) 대비 무려 203.3%나 올라있었다. 현재 저작권이 구매금액에서 200% 넘게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저작권을 유저 간 거래 마켓에 내놓는다면 괜찮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전송 등 저작권료 수익은 연 1.4%에 그쳤다. 매월 들어오는 수익금은 10원도 안될 만큼 미미했다. 아쉬운 수준이지만 시중의 입출금 통장 이자율을 생각하면 손해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매월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건 매력적이었다. 

음원 구매 1년 후 수익률 200%↑

뮤직카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대체투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졌다. 사모펀드·헤지펀드·부동산 투자가 아닌 ‘조각투자’로 불리는 소액 대체투자에 뛰어드는 MZ세대가 늘면서다.

조각투자란 고액의 자산(소유권·채권 등)을 다수의 개인이 나눠 갖는 것으로, 소액투자자가 모여 자산을 공동구매(분할 소유)하는 방식을 뜻한다. 투자자들은 구매 후 저작권료·렌털료·시세차익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조각투자는 고가의 자산을 공동구매해 소유권과 투자 수익을 나눠 갖는 형식의 투자다. [사진=뉴시스] 
조각투자는 고가의 자산을 공동구매해 소유권과 투자 수익을 나눠 갖는 형식의 투자다. [사진=뉴시스] 

조각투자 시장에선 개인이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의 소유권이 거래된다. 대상은 미술품·음악 저작권·명품시계·스니커즈(한정판)·문화콘텐츠·한우 등 다양하다. 시간이 지나야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구매 당시엔 수익이 얼마나 날지 예측할 수 없다. 각각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평균 수익률로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럼 조각투자를 중심으로 대체투자 시장이 커진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공동구매’ 형태의 조각투자가 안정적인 소액 투자처를 찾는 MZ세대의 니즈에 부합했다.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열풍이 일어난 것도 가상화폐 등 불안정한 자산 대신 안정적인 자산을 찾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BTS 리더 RM의 관심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컬렉션 기증 등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도 한몫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테사’ ‘아트투게더’ ‘아트앤가이드’ ‘아트스탁’ 등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이 훌쩍 성장했다. 이은우 아트투게더 대표는 “8월 기준 아트투게더 신규 가입 회원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공동구매 모집 총액도 같은 기간 2배가량 증가했다”며 “억대 작품도 몇초 만에 순식간에 모집이 마감될 만큼 미술품 투자의 인기가 날로 높아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아트투게더는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기업과 협업해 보석·명품·시계 공동구매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MZ세대 소액 투자자가 몰리면서 ‘조각투자’로 불리는 대체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 소액 투자자가 몰리면서 ‘조각투자’로 불리는 대체투자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초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의 공동구매 거래액은 2018년 13억원, 2019년 16억원에서 2020년에는 34억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아트앤가이드의 누적 공동구매액은 173억원(10월 6일 기준)에 이른다. 

조각투자 시장이 커진 두번째 이유는 혼자선 살 수 없는 고액의 자산을 일부나마 가질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가령, 명품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가 진행한 명품시계 브랜드 ‘롤렉스’ 집합 1호(4월)·2호(7월) 펀딩은 각각 30분·1분 만에 마감됐다. 

MZ세대는 접근하기 힘든 자산 ‘소(牛)’에도 손을 뻗었다. 핀테크 업체 스탁키퍼가 운영하는 한우 자산 플랫폼 ‘뱅카우’는 축산농가와 개인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투자자들은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송아지를 구매하고, 농가에선 투자금으로 송아지를 키운다. 송아지가 성장하면 경매를 통해 판매한다. 농가와 투자자는 수익금을 나눠 갖는다. 

뱅카우가 진행한 펀딩에서 2030세대 투자자 비율은 1차(5월)는 81.6%, 2차(7월)는 73.6%에 달했다. 조각투자 시장이 성장한 이유는 또 있다. 투자 자산이 비교적 ‘친근’하다는 점이다. 사전지식과 분석 없이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주식·부동산과 달리, 리셀(Resell)에 익숙한 MZ세대에게 한정판 스니커즈·음악·미술 등의 자산 거래는 쉽게 다가왔다. 

시계·한우·운동화… 투자 대상 다양해

뮤직카우 측은 “브랜드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던 론칭 초반엔 20대 회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며 “당시 20대 회원은 즐겨 듣는 음악이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친근감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조각투자 플랫폼이 온라인·모바일 기반인 것도 MZ세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유다. 플랫폼들은 대부분 앱에서 거래를 진행하는데, 깔끔한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마치 쇼핑하듯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문제는 ‘인기몰이’ 중인 조각투자에 위험요인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과하게 포장됐을 우려가 있다.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공통적으로 시중 금융상품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내걸지만 그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술품의 예를 들어보자. 미술품 투자의 연평균 수익률은 100~200%에 달하지만, 구매부터 판매까지의 기간이 1~2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숱하다.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자의 체감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산한 금액에서 수수료가 나가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투자자가 늘면서 수익이 줄어들기도 한다. 뮤직카우의 연 저작권료 수익률은 2018 ~2019년 기준 9.1%였지만, 2018~2020년엔 평균 8.7%로 낮아졌다. 거래되는 저작권주 수는 적은데 투자자가 급증한 탓에 시세가 올라 구매가격 대비 배당받는 저작권료 수익률이 낮아진 셈이다.  

조각투자 플랫폼의 위험요인은 또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구매 이력을 공개하거나, 실시간 수익률·판매 내역 등을 명시하지만 세부적인 정보는 여전히 가려져 있다. 

주식·가상화폐 등 여러 곳에 투자한 직장인 정소연(28)씨는 “한때 미술품 공동구매에 관심을 가졌지만 다른 사람의 후기를 찾아보고 뛰어들지 않기로 했다”며 “작품 선정부터 가치 산정 기준 등 투자자 입장에선 파악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아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장이 법망 밖에서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한 변수다. 조각투자 플랫폼은 자금을 모아 시세차익을 통한 수익을 나누는 ‘투자 사업’을 하고 있는데도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체로 등록한 곳은 거의 없다. 

따라서 플랫폼이 사라지거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들은 보호받기 어렵다.[※참고: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재산권을 취득·관리하는 특수법인 ‘뮤직카우에셋’을 설립해 플랫폼과 분리했다. 뮤직카우가 파산해도 특수법인이 저작권료 지급 의무를 대신한다.]

분할된 소유권이 채권인지 물권인지도 모호하다. 지난 7월 신한은행이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SOTWO)와 제휴를 맺었다가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서비스를 중단한 건 법적 리스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실수익·정보 비대칭 등 한계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만약 사고가 나면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클 것”이라며 “(조각투자 플랫폼을) 혁신 산업으로 취급하기 전에 위험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각투자 시장은 지난 1년 사이 급격히 개화했다. 시장이 커지며 업체들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의 접목, 품목 다양화, 해외 시장 진출 등 다방면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조각투자 플랫폼 관계자는 “산업을 포괄하는 규제가 생기길 바라고 있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 보호책임도 느끼고, 기존 규제 탓에 성장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각투자로 대표되는 대체투자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새로운 자산형성 수단이 될까 투자자를 울리는 위험한 투자의 장場이 될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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