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논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슈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플랫폼이고 또 아닌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플랫폼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며 국회에서 카카오 김범수 의장 등을 불러 ‘플랫폼 국감’까지 벌이던 지난 10월 5~8일에도 플랫폼 신규 진출, 재진출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가 플랫폼 규제 논란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플랫폼들은 직접 제품을 공급하고 제품 공급자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최근 플랫폼들은 직접 제품을 공급하고 제품 공급자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우리가 규제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규제가 시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돈 버는 일에 있어서 규제는 반가운 일이다. 회색지대에 있던 사업을 제도권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신호가 규제여서다. 대세는 넘어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자.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스스로 규제해 달라고 주장해왔다. 

규제는 이 틀만 지키면 괜찮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대마초가 합법화되기 전에 의료용으로 쓰이는지 아닌지, 어떻게 생산되고 판매되는지 등 세세한 규제가 먼저 이뤄졌다. 혹자는 대마초의 예를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10여개 주에서 합법적으로 팔리고 있는 대마초 시장의 규모는 10조 달러에 육박한다. 

포브스는 2025년이면 대마초 시장 규모가 미국에서 17조 달러, 캐나다에선 50조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암호화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마초도 금융시장에서 하나의 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애초에 암호화폐 관계자들이 규제를 외친 것도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시장 규모가 실물시장 규모의 몇배나 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마초는 극단적인 예가 아니다. 

현재 플랫폼 기업의 규제를 주도하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플랫폼 규제는 고전적 정의에 따라 3가지 큰 축이 있다. 우선, 플랫폼이 공급자인 입점업체들과 관계를 잘 맺도록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으로 규제한다. 소비자와의 문제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으로 규제한다. ‘온라인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이란 것으로 (김범수 의장이 국감에서 언급한 대로) 대형 플랫폼과 중소 플랫폼 사이의 문제를 규제한다.  

 

그렇다면 이런 세 축은 플랫폼 기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규제하고 있을까.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 8일, 핀테크 기업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가 보유한 모빌리티 기업 ‘타다’ 운영사인 브이씨앤씨의 지분 6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10월 시작한 타다는 스마트폰앱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승합차로 승객을 목적지까지 태워줬다. 

문제는 이 승합차가 택시가 아니라 타다가 확보한 렌터카라는 데 있었다. 타다는 단기간에 가입자를 170만명까지 확보했지만, 택시업계와의 충돌이 심화했다. 검찰은 이재웅·박재욱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불복해 항소했다.

타다 금지법이라고 부르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6월 8일 검찰은 두 경영자들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고, 헌법재판소는 같은 달 28일 일명 타다 금지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타다 인수 이유로 결제를 꼽았다. “국내 택시 결제시장 규모가 연 매출액 기준 12조원이고, 이중 절반을 택시호출앱이 차지한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모빌리티 기업인 그랩은 최근 결제 등 핀테크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토스 이용자는 현재 약 2000만명이고, 최근 ‘토스뱅크’로 세번째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았다.

10월 9일,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가 PC 게임을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신규 게임 플랫폼 구축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선비즈는 9일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게임 스트리밍 기획자’를 채용 중”이라며 “게임 스트리밍 기획자는 PC 게임을 스마트폰 등 원격장치에서 스트리밍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을 기획하는 게 주된 업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신규 게임 플랫폼이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게임회사로부터 직접 게임을 구매하지 않는 ‘클라우드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5년 후 넷플릭스는 지금의 정의대로 플랫폼 기업일까. [사진=넷플릭스 제공]
5년 후 넷플릭스는 지금의 정의대로 플랫폼 기업일까. [사진=넷플릭스 제공]

전통적 의미의 플랫폼 기업은 기본적으로 재화를 생산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상품의 생산과 구매의 중간 과정만을 제어한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제품 공급자와 구매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구매 매칭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직접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고, 제품 공급자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압박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토스와 카카오 게임즈의 사례에서 보듯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있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5년 후에도 넷플릭스는 정말 지금과 같은 정의 아래서도 플랫폼 기업일까.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번 만큼 세금을 내고, 인터넷 망 공급업체들에 망 사용료를 내는 정도의 규제가 과연 이 회사에 악재일까. 

시장에서 규제는 악재 아닌 호재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정도 규제만 지키면 그만일 수도 있다.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만약 신규 공급하는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면 이들은 인터넷방송국이 되는 걸까. 아무도 앞길을 모르지만, 대세는 이미 넘어갔고, 치명적인 걸림돌도 대충 치워졌을 것이라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국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혁신’에 대해 묻는 의원들이 많았다. 플랫폼 사업이 시작은 혁신적이었는데, 이를 왜 이어가지 못하냐는 질타다. 김범수 의장은 “성공에 취해서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며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카카오의 철학을 다짐했지만 미약했다”고 사과했다. 

플랫폼 규제안이 다루지 않는 영역은 또 있다. 배달기사, 플랫폼 소유 택시회사의 택시기사,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 소속의 배달기사와 그 물류센터의 일용직·계약직 직원들이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지난 9월 12일 5년간 오토바이 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배달 오토바이는 1대당 연 2회 이상 교통사고가 났다. 개인용 오토바이 사고율보다 15배나 많다.

올 3월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앱 라이더 11명을 상대로 준법 주행 실험을 했다. 속도, 신호 규정 등 법을 다 지켜가면서 배달을 했더니 라이더 한명당 하루 평균 배달 건수가 26.6건에서 18.7건으로 크게 줄었다. 시급은 1만6931원에서 1만3421원으로 약 20% 줄었다. 
 

플랫폼 규제에선 공급자도 수요자도 아닌 이 애매하면서도 위험한 직종의 사람들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민주당과 정부는 ‘플랫폼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 중이다. 노동자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닌 ‘플랫폼종사자’들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지금처럼 노동이 파편화된 사회에서 노동법이 과연 누구를 보호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년간 쿠팡 배송기사, 물류센터 직원으로 일하다가 과로사한 일용직, 계약직 직원들은 7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가 지난 7월 밝힌 바에 따르면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20대 고故 장덕준씨는 야간 연속근무를 1년 동안 해왔고,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12주 동안 평균 주당 60시간 가까이 일했다.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은 쿠팡에서 직접 고용을 하기 때문에 ‘플랫폼 종사자’조차 아니다. 현재의 플랫폼 정의로는 인터넷 쇼핑몰 쿠팡이 플랫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망한 쿠팡 물류센터 직원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했다. 과로사의 원인으로 추정되던 야간노동은 근로기준법상 청소년과 임산부만 제한하고 있어서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말처럼 어쩌면 기술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이 미치지 않아 사람 손이 여전히 필요한 곳에서 세상은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한정연 경제칼럼니스트 | 더스쿠프 
jayhan09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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