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
글로벌 기업 구독기업으로 변신 중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소비자 포섭

구독경제가 확산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저성장, 소유보단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등장 등 원인은 숱하다. 구독경제의 확산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점이 많다. ‘하드웨어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방증이라서다. ‘MAGA(MSㆍ애플ㆍ구글ㆍ아마존)’가 제품이 아닌 서비스 구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의 저자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 교수는 이를 ‘강제적 소유 종말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전호겸 교수는 “만성적 저성장이 구독경제가 확산하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호겸 교수는 “만성적 저성장이 구독경제가 확산하는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구독’이 생활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구독경제가 트렌드가 된 이유가 뭔가요.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이하 전호겸) : “사실 신문이나 우유 구독처럼 구독경제는 이미 익숙한 개념이에요. 그러다 근래 들어 구독경제가 급성장한 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 어떤 이유들인가요? 
전호겸 : “무엇보다 모바일의 발전이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제품과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됐죠. 누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도 과거보다 많아졌고요. 그런데 소비자의 경제력은 되레 쪼그라들었습니다. 예컨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90년대 연평균 7.1%에서 2000년대 4.6%로, 2010년대엔 3.0%로 떨어졌습니다. 경기 호황기가 끝난 거죠. 이같은 만성적 ‘경제 저성장’은 구독경제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고 싶어도 소유할 수 없는 이른바 ‘강제적 소유’ 종말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죠.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현상입니다.” 


✚ 특히 MZ세대가 구독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듯한데요. 
전호겸 : “구독경제가 확산한 또 하나의 이유가 ‘MZ세대’의 등장입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 혹은 청소년기에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을 겪으면서 성장보단 위기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경험에 대한 니즈도 강해졌죠. 이런 배경 때문에 MZ세대는 가성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들이 ‘적은 금액으로 제품(서비스)을 향유할 수 있는’ 구독경제에 관심이 많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죠.”


✚ 사실 구독경제에 앞서 ‘공유경제’ 붐이 일었습니다.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차이점은 뭔가요. 
전호겸 : “공유경제는 말 그대로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요. 반면 구독경제의 핵심은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 코로나19 국면에서 구독경제가 더 크게 성장한 듯합니다. 
전호겸 : “코로나19가 촉매제가 됐죠.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4~5년에 걸쳐 일어날 변화가 1년여 만에 이뤄졌다고 봐요.” 

✚ 특히 넷플릭스, 왓챠, 티빙과 같은 OTT 구독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전호겸 :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콘텐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죠. OTT가 ‘구독경제’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 문제만 해결한다면 구독자가 증가할수록 ‘한계비용(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이 제로(0)에 가까워지기 때문이죠. 초기엔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추가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수익이 커지는 구조라는 거죠.” 

실제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독하는 서비스는 OTT 등 ‘미디어ㆍ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68.5%가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는 ‘OTT 등 미디어ㆍ콘텐츠(61.7%)’ ‘음악 스트리밍(35.5%)’ ‘교육ㆍ강의(19.3%) 등의 순이었다. 

✚ 하지만 구독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비용 부담도 커지는 듯합니다. 
전호겸 : “콘텐츠가 파편화돼 있다 보니 여러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국내 방송을 보기 위해 ‘티빙’에 가입하고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식이죠. 사실 구독경제는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구독 비용이 저렴하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코로나19로 미디어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면서 OTT 시장이 급성장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미디어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면서 OTT 시장이 급성장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구독경제를 시작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3년이면 전세계 기업의 75%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추세라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구독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업계를 불문하고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엔 자동차 업계도 구독경제에 나섰습니다. 
전호겸 : “대표적인 게 ‘테슬라’죠. 지난 7월 테슬라는 미국에서 ‘완전자율주행(FSDㆍFull Self Driving)’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선보였습니다. 당초 차량 구입 시 1만 달러(약 1180만원)를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었는데, 월 199달러(약 23만원)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거죠.”

테슬라는 FSD 구독 서비스 출시 전부터 FSD 옵션 가격을 꾸준히 인상해 왔다. 2019년 FSD 옵션 가격이 500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2배 인상된 셈이다. 사실상 구매보다 구독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4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CFO(최고재무책임자)는 “(FSD) 구독 고객 포트폴리오가 구축되면 이는 테슬라에 강력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도 구독경제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죠. 
전호겸 :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구독경제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 봐요.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 자동차와 구독경제가 어떻게 연결될까요. 
전호겸 : “지금은 자동차 공간이 운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공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자동차 안에서 회의를 열고,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죠. 나아가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거고요. 자동차에서 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를 구독을 통해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최근 테슬라가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단적인 예죠. 이처럼 테슬라는 단순한 모빌리티 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구독·판매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 기업들이 이렇게 구독경제에 열심인 이유는 뭔가요. 
전호겸 : “하드웨어로는 더 이상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른바 ‘MAGA’라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ㆍ애플ㆍ구글ㆍ아마존의 예를 들어볼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시대로의 전환을 눈치채지 못하고 컴퓨터를 고집하다 위기를 맞았죠. 그런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와 같은 구독 비즈니스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애플 역시 지난해 TVㆍ게임ㆍ뉴스ㆍ피트니스 서비스 등을 통합한 구독 서비스 ‘애플원’을 론칭했는데 이후 서비스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고정비 부담이 큰 ‘하드웨어(아이폰)’보다 고정비가 적은 서비스 매출을 강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참고: 지난 1분기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 증가율은 23.9%(전년 동기 대비)로 제품 판매 부문 매출 증가율(20.9%)을 웃돌았다.] 

✚ 구독경제는 얼마나 더 확산할까요. 
전호겸 : “제조업부터 유통업까지 구독경제의 영향권 안에 들었다고 봐요. 이미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이 구독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구독경제는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해진 만큼 구독서비스 시장 역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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