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홈IoT 부문 노리는 직방
삼성 이름값 얻어낼 수 있을까
매출 증가 효과 얼마나 있을지

최근 3년간 직방이 ‘성장’을 위해 택한 전략은 기업 인수다. 이미 수차례 스타트업 인수에 성공했고 2021년 10월 새로운 인수 대상도 찾았다. 삼성SDS 홈 IoT 부문이다. 도어록과 월패드를 만들어 ‘아파트’에서 환영받고 있지만 ‘삼성’을 떠나 ‘직방’에서도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직방은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M&A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방은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M&A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8년 직방은 아파트 정보 제공업체 호갱노노를 시작으로 여러 스타트업을 인수해왔다. 지난 10월엔 직방 인수 리스트에 새로운 후보가 올랐는데, 삼성SDS의 홈 IoT 부문이었다. 직방이 인수해왔던 부동산 정보, 부동산 중개 업체와는 거리가 멀다. 삼성SDS 홈 IoT 부문의 주력 제품은  부동산 정보 서비스도, 중개 플랫폼도 아닌 하드웨어다. 바로 월패드와 도어록이다.

월패드와 도어록은 홈 IoT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주택 내 전자제품과 도어록ㆍ스마트폰 등을 모두 연결하는 홈 IoT는 집 밖에서도 집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문을 여닫는 역할만 수행했던 월패드와 도어록은 터치 한번으로 집 내부 전자제품과 환기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건설사들은 신축 아파트 분양을 위한 견본 주택에 홈 IoT 서비스를 안내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며 적극적으로 이런 유형의 서비스 제공을 강조했다.

건설사뿐만이 아니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도 인공지능(AI) 스피커와 함께 “음성으로 집 안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AI 스피커와 가전제품을 홈 IoT로 함께 묶어 거주자의 말을 알아듣는 집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였다. 이후 네이버ㆍ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도 홈 IoT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건설사는 직접 홈 IoT를 이용할 수 있는 자체앱을 만들기도 했다. 전자 제품과 연관이 없고 통신기술이 없는 건설사도 관련 앱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홈 IoT 시장의 진입은 쉽고, 그만큼 문을 걸어 잠그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사업자의 선택에 따라 일괄적으로 같은 홈 IoT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SDS가 만드는 도어록과 월패드는 ‘자물쇠 효과’가 충분했다. ‘삼성’이라는 거대 브랜드 덕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홈 IoT 네트워크인 ‘스마트싱스’를 이용하려면 삼성SDS가 만드는 도어록과 월패드가 필요하다.

“현관문 열리면 텔레비전 켜고 공기 청정기 작동시켜”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삼성’이 만든 도어록과 텔레비전, 공기 청정기가 있어야 한다. 삼성이 아닌 다른 전자제품은 이 ‘명령’을 수행할 수 없다.


이런 홈 IoT의 특징이 암시하는 건 분명하다. 직방이 원하는 대로 삼성SDS 홈 IoT 부문을 인수한다면 공고히 쌓아 놓은 삼성 ‘스마트싱스’의 울타리 안으로 무혈 입성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미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는 2021년 입주하는 아파트의 20%에 달하는 5만 가구에 단지별 맞춤형으로 제공됐다. 여기에는 삼성물산이 만드는 래미안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의 아파트까지 포함돼 있다. 

삼성의 ‘성’에 입성할 수 있나

하지만 삼성SDS의 홈 IoT 부문이 직방에 팔린 이후에도 그들의 도어록과 월패드가 ‘스마트싱스’에 연동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SDS가 만드는 도어록과 월패드가 스마트싱스와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며 “인수 결정이 난 이후에 서로 협의해야 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SDS의 월패드와 도어록은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삼성 효과’를 누리지 못할 때다. 삼성SDS 홈 IoT 부문의 매출이 확 빠질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시계추를 2015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삼성SDS 홈 IoT 부문의 인수를 원했던 회사가 있었다. 글로벌 보안업체인 알레지온은 삼성SDS의 도어록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2016년 협상에 돌입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사되지 않았다.

알레지온이 인수를 위해 삼성SDS와 협상하던 당시 평가 기준이 됐던 2015년 삼성SDS의 도어록 매출은 1000억원, 도어록과 스마트 월패드를 합친 홈 IoT 사업부 전체 매출은 1600억~1700억원 규모였다. 

‘삼성’ 브랜드의 협력 없이 삼성SDS 홈 IoT 부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삼성’ 브랜드의 협력 없이 삼성SDS 홈 IoT 부문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를 삼성SDS의 독자적인 실력이라고 보긴 어렵다. 5년의 시간 차가 있지만 삼성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에 납품하는 거래 규모(약 1030억원ㆍ2020년 기준)를 빼면 매출은 500억원대로 줄어든다. 실제로 삼성SDS의 홈 IoT 부문을 직방이 인수하면, ‘래미안’을 갖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SDS 홈 IoT 부문 핵심 사업분야인 월패드와 도어록을 이전처럼 거래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직방 관계자는 “스마트도어록 시장이 레드오션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혹여 삼성 ‘스마트싱스’와 연결이 끊기더라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직방이 M&A 전략 펴는 진짜 이유 

이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삼성SDS의 도어록 사업은 삼성을 빼더라도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래미안’을 제외한 다른 아파트에 설치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고품질 스마트도어록으로 판매되고 있어서다. 중국ㆍ대만ㆍ베트남 등 가까운 동아시아 시장에서도 삼성SDS 도어록을 찾는 소비자가 있다.

하지만 활짝 ‘열린 문’이라는 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디지털 도어록 시장 규모는 2019년 226억3000만 위안(약 4조1351억원)에서 2020년 274억6000만 위안(약 5조177억원)으로 늘었지만 디지털 도어록의 수입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어록 수입액은 1억4111만 달러(1645억 원)에서 1억273만 달러(1197억원)로 떨어졌다. 시장은 커졌지만 오히려 수입 제품이 설 자리는 줄었다는 거다.

삼성전자의 홈 네트워크 서비스인 ‘스마트싱스’는 삼성전자 제품이 아니면 연결되기 어렵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의 홈 네트워크 서비스인 ‘스마트싱스’는 삼성전자 제품이 아니면 연결되기 어렵다.[사진=뉴시스]

직방이 삼성SDS 홈 IoT 부문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직방의 매출은 수년째 400억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또 다른 투자를 받기 위해선 실적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데, 삼성SDS 홈 IoT M&A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제격이다. 직방 안팎에선 “삼성SDS 홈 IoT 인수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를 받기 위한 중요한 작업”이란 말도 나온다. 

직방 관계자는 “앞으로 4~5주간 진행될 실사 조사가 끝난 후에야 (삼성SDS 홈 IoT 부문) 인수 이후의 사업 계획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직방이 삼성SDS 홈 IoT 부문을 실제로 인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난제가 많다. 월패드와 도어록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선 결국 자리싸움에서 승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직방은 ‘삼성’ 브랜드를 발판으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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