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흥미보단 맛으로 승부

최근 오뚜기와 수제맥주업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콜라보 맥주 ‘진라거’를 출시하자 소비자가 뜨겁게 반응했다. 라면과 맥주란 독특한 조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거다. 흔히 이럴 때 업체들은 ‘흥미’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어메이징브루잉의 전략은 다르다. 흥미가 아닌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면서 어메이징한 플랜을 밝히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 독특한 회사의 비밀을 취재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서울 성수동에 직영점을,  경기도 이천에 생산시설을 갖췄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서울 성수동에 직영점을,  경기도 이천에 생산시설을 갖췄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지난 9월, 오뚜기 ‘진라면’의 패키지를 똑 닮은 맥주가 출시됐다. 수제맥주업체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이하 어메이징브루잉)’가 오뚜기와 손잡고 출시한 ‘진라거’다. 진라거는 인공감미료나 착향료를 쓰지 않고 맥주 원재료만 사용한 스페셜 몰트 라거로, 진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라면과 맥주라는 독특한 조합이나 눈에 띄는 패키지 등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칠 법도 한데, 어메이징브루잉은 뜻밖에도 ‘맛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어메이징브루잉 측은 “수제맥주의 본질에 집중해 독일산 스페셜 몰트의 풍미와 노블 홉의 향을 강조한 맥주”라며 “맥주 맛에 집중한 어메이징브루잉과 맛의 본질에 충실한 오뚜기와의 콜라보”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인지 진라거는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인 70만캔이 완판돼 추가 생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맛을 향한 어메이징브루잉의 자부심은 10월 열린 ‘진라거 론칭 기념 미디어데이(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흥미롭게도 간담회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열렸는데, 경기도 이천 브루어리의 외관과 내부 생산 시설을 그대로 구현했다. 이천 브루어리는 1공장과 2공장에서 각각 월 150톤(t)·600t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어메이징브루잉은 고객에게도 메타버스 브루어리 투어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 대표는 간담회 진행을 직접 맡아 진라거 제품과 생산 공정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보통 라거에 감미료나 착향료를 쓰는 건 원가 절감을 하면서 맛을 내기 때문인데, 우리 제품은 몰트를 많이 이용해 맛과 향을 낸다”며 “진라거가 이슈에 그치지 않고 맛으로 인정받아 오래 팔리는 제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콜라보 제품이 맛보다는 화제나 재미를 추구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김 대표의 ‘맛’을 향한 소신은 어메이징브루잉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 회사는 2016년 성수동의 브루펍에서 시작한 6년차 수제맥주 기업이다. 업력은 짧지만 이들의 제품을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금까지 진행한 콜라보는 33회, 유통 가능한 제품은 46종에 달한다. 콜라보 대상은 기업·식당뿐만 아니라 정치인·가수·작가 등 다양하다. 

톡톡 튀는 제품과 뛰어난 맛 내세워

이 회사는 제품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어메이징브루잉의 맥주 중에는 맛을 상상하기 어려운 톡톡 튀는 제품이 많다. 토마토·카레 맥주(2019년 오뚜기 창립 50주년 콜라보 제품)나 산초 등 향신료를 넣은 ‘마라IPA(현재 단종)’가 그 예다. 

몸집이 커지면서 판매 채널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0년 5월부턴 전국 CU 편의점에 ‘4캔 만원’ 제품을 공급하며 가정용 주류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도매 채널로는 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주류 코너에 입점했다. 9월부턴 워커힐에서 운영하는 호텔·공항 라운지·골프장 등에 맥주를 공급한다.

해외에도 조금씩 진출하고 있다. 2020년 온라인으로 싱가포르에 수출을 시작했고, 지난 7월부터 홍콩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 ‘시티 슈퍼’에 입점했다. 장기적으로 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위주로 판로를 확대할 방침이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자 매출도 늘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2020년 매출은 30억원대로, 올해는 100억원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연 30~40%씩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어메이징브루잉의 2021년 매출 비중은 편의점 60%, 도매채널 20%, 직영점 15%대로 추산된다. 소비자와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외형도 빠르게 커진 거다. 

청사진도 탄탄하다. 어메이징브루잉은 외식업체로 시작해 제조업·브랜드업으로 나아간다는 그림을 그리고 이에 발맞춰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2022~2023년에는 ‘종합주류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P&G·베인앤컴퍼니 등에서 근무하며 쌓은 김태경 대표의 경영 능력을 반영한 플랜으로 보인다. 어메이징브루잉은 3~4년 내 기업공개(IPO)를 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투자를 여러 곳에서 받기도 했고, IPO는 선택이라기보단 사명社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수십개의 독특한 제품을 출시해왔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수십개의 독특한 제품을 출시해왔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제공]

하지만 약점도 적지 않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서 어메이징브루잉의 점유율은 물량 기준 3%대, 판매액 기준 4~5%대에 불과하다. 수제맥주 시장 자체도 아직은 협소하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곤 하지만 규모가 2000억원에도 못 미친다(2020년 기준 1180억원). 이런 상황에 오비맥주 등 대기업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아직은 미미한 점유율

어메이징브루잉의 약점은 또 있다. 제주맥주의 ‘제주 위트 에일’ ‘제주 슬라이스’처럼 소비자들이 이름만으로 업체를 인식할 수 있을 만한 강력한 브랜드가 없다.[※참고: 어메이징이 편의점에 납품하는 제품은 ‘서울숲 수제라거’ ‘노을 수제 에일’ 2종이다.] 콜라보 이미지가 강하고, 제품 대다수를 직영점인 브루펍에서 판매하는 전략이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진라거’와 같은 콜라보 제품이 이 회사의 의도대로 흥미를 넘어 맛으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어쨌거나 어메이징브루잉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좋은 재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막걸리 양조장 설립과 무알코올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실험적인 제품은 대기업에선 쉽게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차별점이 된다”며 “좋은 홉을 많이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만큼 대기업과의 경쟁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연 어메이징브루잉은 소비자의 입맛을 잡고 맥주 시장을 놀라게 만들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