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ANPL팀
플라스틱 대체용품 사용 저조한 이유
대체용품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환경에 대한 의식 갖는 게 첫 걸음

플라스틱 대체용품으로 떠오른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친환경적일까. 정답은 ‘반반’이다. 까다로운 생분해성 플라스틱 처리 조건을 갖춘 곳이 많지 않아서다. 또다른 플라스틱 대체용품 ‘텀블러’는 어떨까. 텀블러 사용 권장제도가 있지만 사용량은 저조하다. 휴대가 불편해서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 디자인 : 디자인씽킹’ 수업에 참여한 ANPL팀이 플라스틱 대체용품 문제를 들여다본 이유다.

ANPL팀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해 보기로 했다. 왼쪽부터 조효빈‧윤진솔‧장현준 학생.[사진=천막사진관]
ANPL팀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해 보기로 했다. 왼쪽부터 조효빈‧윤진솔‧장현준 학생.[사진=천막사진관]

✚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뭔가요? 
조효빈 학생(이하 조효빈) : “저는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침 수업에서 환경 주제를 다루고 있었죠. 저희는 그중 ‘플라스틱 대체용품’을 선택했어요.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이 늘었잖아요.” 
장현준 학생(이하 장현준) : “아이러니한 건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대체할 제품이 이미 시중에 많다는 점이었죠. 종이빨대·옥수수빨대부터 ‘먹을 수 있는 포장용기’도 있죠. 플라스틱 대체용품이 널리 사용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대체할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 플라스틱 ’등은 이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체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안팎에 불과하다. 

✚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널리 사용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장현준 : “단가가 높아요. 가령, 커피전문점이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죠.” 
조효빈 : “더 큰 문제도 있었어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미생물로 분해되려면 일정한 조건을 갖춰져야 해요. 58도 이상 온도에서 6개월 동안 처리해야 하는 식이죠. 하지만 처리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다 보니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소각·매립하는 경우가 많았죠.” 

✚ 실제 효과는 미미했군요. 
윤진솔 학생(이하 윤진솔) : “그런데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업의 그린워싱(greenwashingㆍ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했어요.”

✚ 결국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네요. 
장현준 :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을 찾아 봤어요. 커피전문점이었어요. 일주일간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 일주일간 지내보니 어땠나요.
장현준 : “텀블러를 챙기는 습관이 들지 않아 깜빡할 때가 적지 않았어요. 또 텀블러의 부피가 크고 무겁다 보니 휴대가 불편했죠.”
조효빈 : “하루에 커피 여러 잔을 마실 땐 세척을 해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었어요.”

✚ ‘텀블러 사용 장려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나요. 
윤진솔 : “맞아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었지만 여러 커피전문점에서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100~400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사용이 저조한 건 ‘귀찮은데 굳이…’라는 생각 때문이죠.” 
장현준 : “텀블러 사용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제품도 이미 많았어요. 휴대하기 편리하도록 접히는 텀블러, 칼로리 체크 기능을 탑재한 텀블러까지…. 텀블러가 아무리 좋아져도 결국 쓸 사람만 쓰잖아요. 문제는 ‘외부(텀블러 사용의 불편함)’가 아니라 ‘내부(사람들의 심리)’에 있었던 거죠.”

✚ 그렇다면 사람들의 심리를 바꿔야 하는데,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았겠어요. 
윤진솔 : “그래서 사람들이 텀블러를 ‘사용하는 이유’부터 다시 생각했어요.”

✚ 이유가 뭔가요?
윤진솔 :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지구의 환경을 해친다는 일종의 미안함이나 죄책감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보기로 했죠.” 
조효빈 : “일회용품 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일종의 ‘넛지(Nudgeㆍ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전략이었죠.”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사진은 ANPL팀이 일회용컵 슬리브 내부에 부착한 스티커.[사진=ANPL팀 제공]
사람들의 선의에 기대는 것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사진은 ANPL팀이 일회용컵 슬리브 내부에 부착한 스티커.[사진=ANPL팀 제공]

✚ 어떻게요? 
조효빈 : “음료를 마시면 일회용컵 내부가 보이잖아요. 컵을 둘러싼 슬리브 안쪽에 환경 문구를 적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소비자가 음료를 마실수록 서서히 문구가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그 문구를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 문구는 어떻게 적을 생각이었나요?
윤진솔 : “처음엔 슬리브 내부에 문구를 인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제작 업체로부터 ‘내부 인쇄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슬리브 내부에 인쇄해본 경험이 없어서였죠. 대안으로 ‘스티커’를 제작했어요. ‘더우시죠? 줄여야 할 때입니다’란 문구와 함께 북극곰과 빙하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어요.” 

✚ 커피전문점도 섭외했어야 할 텐데요. 
장현준 : “PPT 자료를 만들어서 교내 커피전문점을 돌았어요. 두곳 사장님이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프로토타입을 진행했습니다.” 

✚ 이후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했나요. 
조효빈 : “스티커 500여개를 슬리브 안쪽에 붙였어요. 외부에는 ‘QR코드 스티커’도 부착해 프로젝트 설문조사를 링크로 연결했죠. 설문조사 말미에는 ‘안플챌린지(안티플라스틱 챌린지)’ 안내도 실었습니다. SNS에 ‘#안플챌린지’ 해시태그와 텀블러 사용 사진을 업로드하면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을 총 10명에게 전달하기로 했죠.”  

✚ 반응은 어땠나요. 
윤진솔 : “설문까지 25명이 참여했어요. 숫자는 적었지만 결과는 의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게 됐다’는 응답자가 84.0%에 달했죠. 또 ‘슬리브 내부 디자인이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도 88.0%나 됐습니다.” 
장현준 : “‘응원합니다’ ‘플라스틱 줄이기에 참여하겠습니다’ 등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어요. 하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또 다른 쓰레기(스티커)를 만들어 내느냐’는 날카로운 비판도 있었습니다.” 

✚ 예리한 비판이었네요. 
조효빈 : “피드백을 받고 머리가 멍했어요.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는데 또다시 환경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윤진솔 :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를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잖아요. 환경을 해치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현준 : “사실 저희의 목표는 ‘단 한사람이라도 환경을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충분히 값진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다행스러운 건 2022년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는 건데요. 
윤진솔 : “맞아요. 개인의 실천으로 환경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정부와 기업이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죠.”

✚ 프로젝트를 통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장현준 : “사실 가장 많이 바뀐 건 제 자신이에요.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땐 슬리브나 빨대를 사용하지 않게 됐죠. 무심코 사용했던 일회용품을 줄이게 됐습니다.” 
윤진솔 : “텀블러를 두고 왔을 땐 다시 가지러 가곤 해요. 전엔 ‘일회용컵 쓰지 뭐’ 했을 거예요. 달라진 저희 모습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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